[페로칼럼] '최정우號'의 성공과 끊어진 소통
[페로칼럼] '최정우號'의 성공과 끊어진 소통
  • 김종혁
  • 승인 2019.09.10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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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최정우호(號)’ 1기는 성공적이었다. 최정우 회장의 방침과 행보에 전사적인 역량이 집중됐다. 수익 관리는 철저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원가절감 차원을 넘어섰다. 그 규모는 상반기 1200억원, 하반기 통틀어 2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익성은 여전히 글로벌 ‘톱’ 수준이다. 개별 실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10%대를 유지했다. 글로벌 가격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포스코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제철도, 바오산강철도 이같은 수익성은 언감생심이다.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위드포스코(with POSCO)의 경영 철학은 외부와의 접촉면을 확대했다. 젊은이들의 창업과 교육, 소외계층과의 호흡 등이다. 그룹은 또 하반기 1400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고용창출에도 힘을 쏟았다. 우수한 실적과 원가관리,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취임 1년만에 이뤄냈다.

비결은 철저한 내외부에서의 정치적 입지 구축을 위한 자기 관리다.

최 회장은 취임과 함께 조직에 가장 먼저 메스를 댔다. ‘권호준호’의 2인자로 인식됐던 오인환 사장을 인재창조원으로 보냈다. 대신 장인화 사장에게 철강사업 총괄을 맡겨 1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전 정권과의 선 긋기라는 해석이 주류였다. 통상 불황 속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여느 CEO들과 다른 행보였다.

현 정부와는 코드를 맞췄다. 취임 100일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하기 앞서 ‘5년간 45조원 투자, 2만명 고용’을 천명했다. 정부를 향한 최 회장의 적극적인 화답은 입지를 견고히 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었다.

실질적인 관리는 내부로 이어졌다. 컨트롤타워인 마케팅실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도 예고했다. ‘최정우표 러브레터’는 내부 단속의 장치로 사용됐다. 러브레터는 최 회장의 ‘싱크탱크’가 관리를 하고 보고를 올렸다. 외부에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내부 유력인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도경영실장, 가치경영센터장 등을 맡았던 최 회장의 이력은 그룹 내에서 ‘포청천’과 같은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그룹 내외부에 연결된 기업 및 인맥 지도, 구악과 같은 관행 등을 너무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오너일가 2,3세들이 운영하는 판매점들 사이에서는 ‘포스코 눈치보기’가 극성행 했다. 포스코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수입을 계속하는 업체들은 더욱 더 몸을 사려야 했다.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포스코 내부 인사들의 ‘눈치보기’는 고착화 된 모양새다. 포스코 실무 관리자들의 권한은 예전과 같지 않다. 특히 최 회장 임기 내에 벌어지는 수익성 추락은 금기시 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객사들의 소재 가격 인하 요청은 묵살되기 일쑤였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고객사와 공감하는 실무자조차 감히(?) 내부에 가격인하 등의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 회장의 위엄은 내부에서의 소통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고객사 사이에서는 예전보다 지금의 포스코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고객의 요청은 듣지 않고) 지금처럼 비싸게 파는 게 가장 큰 갑질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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