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鐵人의 향기] 시계공이 만든 도가니 제강법
[鐵人의 향기] 시계공이 만든 도가니 제강법
  • 김종대
  • 승인 2020.07.1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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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도가니제강법을 탄생시켰다 / 사진=포스코경영연구원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도가니제강법을 탄생시켰다<사진=포스코경영연구원>

벤저민 헌츠먼(1704~1776년)은 잉글랜드 셰필드에서 시계공으로 일했다. 헌츠먼은 안과의와 외과의였다는 설도 있다. 그는 시계에 사용되는 침탄강 스프링 때문에 늘 불만이었다. 침탄강(浸炭鋼)은 한자어 의미 그대로 ‘저 탄소강의 표면에 탄소를 침투시켜 표면만 고탄소강으로 한 것’이다.

침탄강은 탄소량을 0.25% 이하로 한다. 특히 침탄의 깊이를 얼마나 해야 할 것인가에 따라 시계 스프링에 가장 적합한 철강 소재가 얻어지게 된다.

헌츠먼은 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철광석을 녹여 실험했다. 결국 얻어낸 방식은 진흙 도가니를 사용했던 고대 인도의 방식과 매우 흡사 것이었다. 다만 두 가지 방식은 달랐다. 한 가지는 숯 대신 구운 석탄을 사용했다. 다른 한 가지는 도가니 안에 철광석과 연료를 함께 넣는 대신 철광석과 탄소 혼합물을 넣고 도가니 밑에서는 석탄으로 가열했다.

이렇게 얻어진 잉곳은 더 균질했다. 강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 강철을 얻었다. 이 방법이 헌츠먼이 찾아낸 도가니 제강법(Crucible Process)이다. 이 방법은 일종의 정련기술이다.

만들어진 용강은 도가니 로(爐)->쇳물->주조->강괴(鋼塊)를 만들 수 있다. 또 도가니 속에 합금철이나 성분이 다른 강을 장입하면 필요한 성분의 강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도가니 제강법은 고급강 제조에 주로 사용되었다. 도가니 제강법에 의해 유럽과 세계에서 처음 보는 최상의 강철이 등장 했지만 한번 정련에 생산되는 양은 수 십 kg에 지나지 않았다. 제조시간도 많이 걸리는 단점이 드러났다.

이 도가니 제강법은 전 세계 제강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 근대 제강법의 기초를 이룬 도가니제강법은 정확한 시계를 만들겠다는 ‘헌츠’의 노력으로 얻은 결실이었다. 그리고 철강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1770년경, 도가니 제강법이 상업화 되자 세필드 지역은 고급 강철의 전국적 거점이 되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뒤 영국 전역에는 도가니 제강법이 보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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