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고로사인 일본제철은 최근 감산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분기 가동률을 60%로 추정했다. 하시모토에 이지 사장은 코로나19가 상반기 종식되더라도 일본의 조강생산량은 8000만 톤에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2019년 1억 톤 기록이 무너진 이후 인도에 글로벌 2위 자리를 내줬다. 하이모토 사장의 예측대로라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우리나라는 작년 7142만 톤을 생산했다.
글로벌 1위였던 아르셀로미탈은 작년 바오산그룹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올해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자 가장 먼저 고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중국 정부 주도의 철강 대형화가 완료되면 그 순위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최대 고로사인 US스틸은 게리제철소 14호 고로, 그래닛시티제철소 B고로, 몬밸리제철소 3고로 등 3기 고로만을 가동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700만 톤 규모인데 비해 현재 가동중인 고로는 전체 3분의 1인 580만 톤에 불과하다.
글로벌 1위 철강사들의 이 같은 변화는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제철은 이미 3년 전부터 “수요에 맞는 생산체제”를 경영방침 중 하나로 세웠다. 올해 1분기(1~3월)는 작년 4분기 손실이 확대돼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하지만 연간 2000억 엔의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고로 가동중단은 현 시장에 맞는, 그리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차원의 결정이다.
US스틸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앞서 작년 빅리버스틸을 인수했다. 고로의 경쟁력은 과거와 같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빅리버스틸을 통해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변화를 위한 기폭제가 된 셈이다.
글로벌 1등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기꺼이 그 자리를 포기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전통적인 생산이나 거래 방식을 고집하는 기업들은 생존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그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철강은 40년 이상 존속한 단조사업을 포기했다. 작년 중견 가공센터인 대한강재의 부도, 최근 부일철강의 포스코 스틸서비스센터(SSC) 사업권 포기, 국내 10위권 패널 제조사인 에이스지앤월드(구 에이스산업)의 부도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제철의 고강도 사업구조정은 이 중에서도 철강산업의 지형을 바꿀만한 가장 큰 변화다.
앞으로 거래 방식에서의 변화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일례로 철강 대기업은 대형 실수요, 대리점에 연간 정해진 물량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해왔다. 이처럼 철강 대기업의 생존을 보장하던 실수요와 유통은 코로나19로 맥없이 무너졌다.
이들은 더 이상 수십 수백만 톤의 재고를 안고 철강 대기업의 일 년 먹거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대리점의 경우 고작 1~2%의 이익률, 이제는 적자시대로 접어 든 상황에서 수급완충을 위한 창고기능, 시쳇말로 범퍼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수요업계는 필요한 만큼만을 구매하고, 유통기능은 예전과 같지 않다. 철강 제조업은 앞으로 시장에서의 주문을 전체로 한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 되는 이유다.
21세기 유통의 상징인 아마존은 3월 10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4월 7만5000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했다. 배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월마트 역시 15만 명의 충원계획을 밝혔다. ‘오프라인’의 존립은 더 어려워진다.
이 같은 위기는 철강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철강 오픈마켓이 수백여개에 이른다. MD 역할을 하는 요원들은 수백 수천 명에 이른다. 영업차량을 타고 팔도를 돌면서 영업하는 시대는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각사의 선택이다. 현재의 자리는 보장받기 어렵고,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고집은 현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역행하는 것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