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車 출고를 '축제'로
포스코 Park1538, 제철소 문화로 사회와 소통
2025년,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역사상 유례없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한가운데 서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탄소중립(Net-Zero)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생존의 청구서가 됐다. 정부는 'K-스틸법' 등으로 지원에 나섰지만, 산업 현장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이제는 산업의 구조조정과 재편, 부가가치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본지는 역사적 기로에 선 2025년 연말을 맞아 ‘철강 르네상스’를 주제로 산업의 현실을 조명한다. 멈춰선 폐광과 식어가는 굴뚝을 '문화의 용광로'로 재탄생시킨 글로벌 현장, 닫힌 공장 문을 열어 시민과 소통하는 기업들의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 이 변화를 진두지휘할 실물경제 전문가의 제언을 통해, 제조업의 하드웨어에 서비스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운용할 인재를 입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굴뚝 산업'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1편을 통해 폐광 지역의 하드웨어적 한계와 이를 극복할 소프트웨어(운영)의 중요성을 짚었다면, 2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의 현장을 조명한다. 해법은 공간의 개방과 산업 관장에서 찾을 수 있다.
◇ 굳게 닫힌 문을 열다…산업이 관광으로
그동안 제조 공장은 소음과 매연, 그리고 철저한 보안을 이유로 높은 담장을 쌓고 시민과 격리된 채로 존재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제조 기업들은 이미 공장의 문을 대중에게 열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관광 상품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는 자동차 공장을 거대한 테마파크로 변모시킨 대표적 사례다. 축구장 25개 크기의 부지에는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5성급 호텔이 들어서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투명한 유리로 된 48m 높이의 '카 타워(Car Tower)'다. 고객은 이곳에서 자신의 차가 출고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번호판을 달고 시운전을 하며 공장을 나선다.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하는 이곳 덕분에, 삭막했던 공업 도시 볼프스부르크는 독일의 주요 관광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 포스코 'Park1538' 제철소, 시민의 쉼터
한국에는 포스코의 'Park1538'이 있다. 열린 공간(Park)과 순철의 녹는점(1538℃)을 합친 이름처럼, 이곳은 뜨거운 산업 현장과 차분한 휴식이 공존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포항과 광양에 건설한 'Park1538'에는 수변 공원과 복합 문화 공간이 들어섰다. 1.2km에 달하는 관람 코스는 삭막한 파이프라인 대신, 세계적인 작가들의 예술 작품과 사계절 꽃이 피는 조경수로 채워졌다.
특히 302m 길이의 구름다리(Sky Walk)에서 내려다보는 제철소의 웅장한 위용과 영일만의 푸른 바다는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사진 명소가 됐다. 이 공원은 Park1538은 개관 이후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대한민국 조경대상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인식의 전환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제철소를 매연과 소음의 공간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걷고 싶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기억한다.
폐광 지역이나 노후 산업단지의 회생은 단순히 건물을 짓고 도로를 닦는 하드웨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공간에 기업의 역사와 스토리를 입히고, 담장을 허물어 사람을 흐르게 하는 '소프트웨어(문화·기획)'가 결합될 때 영향을 발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