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선·설비슬림화로 역량비축…경쟁력 제고
日기업·현대제철, 혁신으로 위기돌파 사례 주목
‘K-철강’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과거의 저가(低價), 대량(大量) 중심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고, 고비용·저성장 구조 속에서 산업의 체질 전환이 시급하다. 페로타임즈는 10월 29일 열린 ‘제3회 페로컨퍼런스 – 철강산업 위기 돌파를 위한 산업 고도화 방안 및 대응전략’을 통해 기술, 에너지, 원료, 정책 등 다층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발표된 주요 세션의 핵심 내용을 순차적으로 보도해, 한국 철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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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의 미래경쟁력 제고를 위한 탈탄소 전환과정에서 경영혁신을 통한 체질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력·에너지 등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내부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탈탄소 전환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29일 개최된 ‘제3회 페로컨퍼런스’에서 ‘철강산업과 에너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의 위기는 절대적 위기는 아니고 ‘체감 위기’ 수준이다. 진짜 위기는 은행이 차입금을 연장해주지 않거나 회사채 금리가 급등할 때”라며 “다만 과거의 기간산업인 신발·섬유도 기술 개발과 산업전환에 실패하며 어느 순간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구조적인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정부의 정책 대응력이 아쉽다”며 “지금은 철강산업의 정부에 대한 협상력, 영향력, 설득력이 완전히 떨어졌다. 예전에는 기간산업으로 존중받았다면 이제는 정책 결정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용 후판 보세구역 지정 문제를 꼽았다. 시장구조가 역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고착화된다면 철강산업도 잊힌 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결국 철강산업의 미래 경쟁력의 핵심은 탈탄소화이지만 업계는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에 당면했다. 김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히 전력시장 개방과 배출권거래제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폐쇄적인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도입도 효율적인 개선도 어렵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계통 보강비용, ESS 비용 등이 급증해 2038년에는 70% 가량 인상될 수도 있다”며 “철강산업 개혁의 핵심인 탈탄소화는 실시간 전기가격을 매개로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배출권 거래대상 기업은 750개에 그치고 그중 절대 다수가 30개 발전사·철강·시멘트사에 집중돼있어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좁은 상황”이라며 “유명무실한 배출권거래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유무상 할당 기준을 업종이 아닌 개별기업이나 사업장 단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수소환원제철, CCUS 등의 기술은 중요한 방향이지만 너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과장된 목표가 산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잘못된 기대를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는 2030년이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업계는 이를 과잉홍보 하고 있다”며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그린수소와 기술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2037년 이후에도 상용화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말로만, 업계는 절박함없이 싸우고 있다”며 “철강은 이미 한계비용의 벽에 부딪혔다. 전기요금·배출권 등이 동시에 상승하면 경영혁신없이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영혁신의 중요성을 현대제철과 일본 주요 철강사 사례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과 3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대표는 ”당시 국가지도부가 부재한 상태에서 기업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상당한 심리적 안정을 가져왔다“며 ”이 또한 현대제철이 2000년대 초부터 경영혁신 운동 ‘ATTACK21’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일본제철과 JFE스틸의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일본제철이 경영혁신에서 성공해서 US스틸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US스틸을 인수하기 위해 혁신을 했다“며 ”국내 슬림화로 역량을 비축해 해외진출을 한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JFE스틸도 고로를 폐쇄해 생산을 감축하는 등 국내 슬림화를 통한 체질 전환에 나섰다“며 ”이러한 수익을 기반으로 국내 친환경 설비 전환,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결국 철강산업의 문제는 내부혁신의 부재다. 일본과 같이 과잉 고로 설비 폐쇄, 전기로 효율화, 슬림화, 최적화 등 경영혁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수소·전력 논의는 공허하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새로운 기술방향을 추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낡고 비효율적인 설비는 정리하는 등 근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절박함을 갖고 경영혁신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섬유나 신발산업처럼 잊힐 것”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