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픽] 해상풍력 신공항 프로젝트‘Made in Korea’ 성장 기틀 마련
[핫토픽] 해상풍력 신공항 프로젝트‘Made in Korea’ 성장 기틀 마련
  • 김종혁
  • 승인 2025.05.28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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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신공항에서 시작되는 국산화 대전환
중국산에 산업 흔들…해상풍력 입찰제도 개편
해상풍력 2030년 57배 확대 철강 수요 급증
가덕도 신공항 13.7조 원 투입 방대한 인프라
중후판 수입 ‘산업 위협’…중국산 비중 66%
강관 수입 85% 중국산…신공항도 국산이 해법

한국 철강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단지 가격 경쟁을 넘어서, 산업 구조와 안전, 나아가 국가의 공급망을 지키는 문제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중국발 철강 과잉공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시장도 구조용 철강재를 중심으로 원가 이하의 저가 수입재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점유율과 실적에도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건설되는 주요 인프라 사업과 수요산업 각 분야의 기업들마저 원가 이하의 불공정 수입재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정부와 협회, 업계는 작년과 올해 국산화를 통한 한국의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발을 맞추고 있다. 단순한 보호주의가 아닌, 공급망 안정과 국가 산업 자립성을 위한 실질적인 생존 전략이다.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해상풍력 산업 육성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두 개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는 단지 철강 수요의 확대를 넘어, 공공조달에서 국산 강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와 정부, 관련 기업들이 거둔 성과와 현재 추진 중인 국산화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정부와 한국철강협회,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해상풍력용 강재 공급망 강건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한국철강협회를 주축으로 국산 강재 사용을 위한 입찰 제도 개편이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정부와 한국철강협회,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해상풍력용 강재 공급망 강건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한국철강협회를 주축으로 국산 강재 사용을 위한 입찰 제도 개편이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해상풍력, 철강산업의 새로운 수요처이자 시험대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 속에서 철강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분야로 주목받는다. 정부 및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고정식 해상풍력은 MW당 200~250톤, 부유식의 경우 최대 350톤 이상의 철강재가 투입된다. 타워, 모노파일, 재킷 등 주요 구조물에 후판과 강관, 강구조물이 대규모로 들어간다. 산업적 파급력은 그만큼 크다.

하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의 해상풍력 누적 설비용량은 250MW에 불과하다. 정부 목표인 2030년 14.3GW까지 도달하려면, 현재의 약 57배에 달하는 확장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현재는 사실상 '제로(0)' 상태에서 10년 안에 세계 정상급 해상풍력 국가로 도약해야 하는 구조다. 철강재 수요도 이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세아제강이 ‘K-Steel’로 제작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세아제강이 ‘K-Steel’로 제작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하지만 국산 철강재는 해상풍력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위기감이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과거 입찰 제도는 가격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산업 공급망보다는 풍력 발전 보급에 더 초점을 맞췄다. 중국산과 같이 가격이 낮으면 낙찰을 받는 데 유리했다. 하지만 중국산이 국산 철강 소재는 물론 연관 산업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자, 제도 개편에 착수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후판 수입량은 2024년 기준 약 210만 톤에 달했다. 전체 출하량 대비 수입 비중은 24%, 그 중 중국산 비중은 무려 66%에 달한다. 전체 수입량은 2023년 200만 톤을 훌쩍 넘기면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산은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2024년 수입량과 그 비중이 모두 최고치를 찍었다. 이런 흐름은 해상 구조물의 내구성과 안전성,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비가격평가 기준을 앞세워 품질과 공급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가격 평가조차 받지 못하게 했다. 기존 산업경제효과 점수에 더해 산업경제기여도 점수을 더 확대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후판 원산지 표시 의무화, 공급망 계획 미이행 시 입찰 취소 등의 조항도 더해져 제도적인 국산화 유도가 시작됐다.

업계에서도 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 민간 산업계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산업지원본부장은 “원가이하의 수입강재와 공정한 경쟁조건이 마련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철강산업, 플랜트산업 등이 팀 코리아를 형성, 해상풍력 분야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한국철강협회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과 함께 '철강풍력위원회(SWPC)'를 발족해 국산 기자재의 기준 정립과 공급망 안정화를 이끌고 있다. 여러 기업과 분야별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제도와 산업의 균형을 고려한 실무적 준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아제강의 해상풍력 재킷용 파일
세아제강의 해상풍력 재킷용 파일

 

가덕도 신공항, 공공 인프라 국산화의 바로미터가 되다

가덕도 신공항은 총 13.7조 원이 투입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활주로(3,500m), 여객·화물터미널, 관제탑 등 방대한 인프라가 포함된다. 철강재 투입량만도 총 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 구조물에는 열연강판과 강관 등이 핵심적으로 쓰인다. 특히 관제탑이나 활주로, 터미널 골조처럼 고강도, 고내구성이 요구되는 구조에 품질이 낮은 수입재 사용 시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강관의 경우, 2024년 기준 전체 출하량은 약 455만 톤이고 수입량은 44.5만 톤에 불과해 비중이 크지는 않다. 문제는 수입된 강관 중 85%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열연강판도 마찬가지다. 전체 출하량 1,607만 톤 중 수입량은 373만 톤이다. 수입 열연의 44%는 중국산이다. 특정국 의존도가 매우 높고, 이로 인한 품질 불확실성은 국가 기반시설 신뢰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25년 4월, 한국철강협회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국산 강재 사용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국산 강재 품질 기준을 명확히 했다.

특히 조달 프로세스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다. 단순 납품이 아닌 입찰 기준에 국산재 우선 사용을 제도화하고, 현장 수급과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조달 구조 자체를 전향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향후 제주 제2공항, 새만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등 다른 대형 프로젝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산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주요국의 철강 기업들도 생존을 걸고 자국 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해상풍력과 가덕도 신공항 사례는 공공조달이 단지 예산 배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기반과 안전, 공급망 안정성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특히 품질이 핵심인 구조용 철강 분야에서 수입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산업 생태계 유지를 넘어,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 정책 전환 흐름 뒤에는 현장을 읽는 안목과 정교한 실행력이 작동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공동 발전을 위한 공감대와 국가 차원의 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같은 행보는 급변하는 글로벌 철강 환경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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