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관세 카드를 휘두르며 경제전쟁을 시작했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넘어 이제는 품목별 보편관세를 부과하며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관세 인상은 상대국의 보복관세를 부르고,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전 세계 소비 시장의 27%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다. GDP 대비 소비가 68%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 수출하지 않고는 웬만한 나라가 경제를 운용할 수 없다. 많이 소비하는 게 힘이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9184억달러로 전년도 7849억달러보다 더 증가했다. 2000년 이후 매년 GDP의 3~5%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2024년 미국 정부의 지출이 세수보다 1조8330억달러 많다. 재정적자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고, 세수보다 쓰는 재정이 더 큰데 그 돈을 어디서 메꿀까? 미국은 빚으로 부족한 돈을 메운다. 국채를 발행하고, 공개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국채는 연방준비제도(FEB)가 달러를 찍어 인수한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금 보유량으로 브레턴우즈 체제를 주도했다.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미국이 금 온스당 35달러로 교환 비율을 정하고, 다른 나라들은 자국 통화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했다.
1971년 미국이 금 태환 포기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달러는 국제 무역과 금융의 중심에 있다. 저축해도 달러로 하고, 빚을 내도 달러로 한다. 발행된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은 일본과 중국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보유를 줄이고 있지만, 캐나다와 유럽이 보유를 증가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미국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여 자국이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많이 수출하고 달러를 더 가져간다. 달러 사용 규모가 커진다. 신규로 달러를 찍어 내더라도 충분히 소화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자국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올리기 위해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를 시도하자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숨어있다. 달러의 기축통화가 무너지면 미국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위안화로 물건을 수입하겠다고 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계속 흔들고 있다. 중국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누르고 있지만, 계속될 수 있을까. 미국 정부는 여기에 의문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결과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를 지키기 위한 일이다. 쌍둥이 적자 규모를 축소해야 늘어나는 빚을 줄일 수 있다. 즉, 빚내서 살아가는 것에 덜 의존할 수 있다.
당장은 물가가 올라가더라도 관세를 높여 대미 수출을 줄이거나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하도록 한다. 미국에 돈을 가지고 들어와 투자해야 적자 규모도 줄이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연방정부의 지출을 줄이려 연방 기구를 축소하고,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보호무역을 강화할수록 세계 경제는 침체하고, 그만큼 달러 소비는 줄어든다. 그러면 미국의 달러는 약세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연방 적자를 줄이려고 연방 조직이나 인원을 축소하면서도 불법 체류자 축출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데 31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