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술력을 자랑하던 독일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폭스바겐의 대규모 공장 폐쇄 결정은 이러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폭스바겐의 실패는 단순히 경쟁력의 상실 때문만은 아니다. 조직 내 깊게 뿌리내린 관료주의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배터리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이를 파악한 폭스바겐은 2020년 카리아드(CARIAD)라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고 10조원 넘게 투자를 진행했지만, 소프트웨어 성능에 번번이 실패했다.
전기자동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소포트웨어 업데이트를 스마트폰처럼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를 적용한다. 테슬라는 자동차용 반도체부터 운영체제 등 모든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서 적용했다. 이를 통해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원가를 맞춘다.
폭스바겐그룹은 산하에 아우디, 폭스바겐과 슈퍼카인 벤틀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트럭인 만과 스카니아가 있다. 이런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자동차 그룹이 왜 실패했을까?
독일권의 기업 리뷰 플랫폼인 Knunu에 나온 카리아드 직원들의 리뷰를 보면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결정을 내린다. 문화 대부분이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기존 경영진에 의해 정의되는데, 그들은 오래된 공급업체와 오래된 사고방식을 버리기를 거부하면서 끊임없이 테슬라를 이긴다는 이야기만 한다.”
“회사가 공룡의 속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는 실제로 일주일에 10시간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회의에 참석했다.”
폭스바겐의 사례는 최근 위기라는 삼성을 비롯한 다른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회의는 늘어나고, 실질적인 업무는 줄어드는 현상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료주의가 혁신을 가로막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전기차의 또 다른 핵심은 배터리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이 전체 원가 중 21%를 차지하지만, 전기자동차는 배터리가 39%로 제일 높다.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셀은 크게 전해액,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삼원계라고 불리는 NCM 배터리는 니켈(Ni)과 코발트(Co), 망간(Mn)을 이용해 양극재로 사용하고 중국이 생산하는 LFP 배터리는 리튬(Li)과 인산철(FePO4)을 양극재로 사용한다.
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코발트와 니켈 등 광물이 비싸고 화재 안정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충전 시 니켈 이온이 전해액과 반응을 일으켜 가스를 발생시키며 지속적인 가스 발생은 배터리 폭발의 원인이 된다.
LFP 배터리의 경우 매장량이 많은 철과 인산이 주원료여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발화 위험이 적어 안전성은 높지만, 리튬이온의 양이 적어 효율이 NCM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 생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생산 제2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그룹은 양극재, 음극재, 리튬, 니켈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2026년 매출 1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