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변압기 제조사 IEN한창(아이이엔한창)이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IPO(기업공개) 최적기를 놓친 탓이다.
경쟁사인 산일전기 타이밍이 워낙 좋아 비교되고 있다. 산일전기는 공모주 시장 과열혜택 막차를 타는데 성공했다. 전력업 슈퍼사이클로 업종에 대한 투심도 견고했던 시기였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정했는데, 올 들어 공모액이 2000억원 이상인 빅딜 중 첫 상초(상단을 초과) 사례였다. 덕분에 창업주 부부도 구주매출로 4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만졌다.
그리고 직후 한 달 만에 전력주 전반 주가가 급락했다. 글로벌 AI대장주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와 전력업에 대한 '성장성'이 의심받게 된 영향이다.
IEN한창은 수익성에서 산일전기를 압도하는 경쟁사다. 비슷한 시기 IPO를 했다면 더 큰 성과를 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런데 IEN한창은 아직 출사표(상장예비심사)도 던지지 않았다.
◇ 대형하우스 주관사로 내정, IPO 최적기에 ‘잠잠’
IB업계에 따르면 IEN한창은 지난해부터 IPO를 준비해왔다.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대형하우스 위주로 물밑 교섭하며 적정 후보를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한 곳을 주관사로 내정해뒀는데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결과적으로 준비는 해왔으나 상장예비심사(예심)과 같은 액션은 아직 없다.
최근 IEN한창이 회자되는 이유는 공모주와 전력주에 대한 투심이 최근 모두 꺾인 탓이다. 산일전기가 공모에 나선 올 7월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고 이후 내리막이다. 산일전기 타이밍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공모주 시장은 7월을 기점으로 위축 조짐이 보였다.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이노스페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놀란 기관들은 8월 들어 수요예측에서 기존 상초베팅 기조를 멈추고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다. 이에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한 사례(뱅크웨어글로벌)도 나왔다.
8월엔 전력 관련주가 급락했다. AI시장 확대를 주도한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피크아웃 우려에 엔비디아의 기대 못미치는 실적 발표가 겹친 탓이다. 산일전기가 IPO 당시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던 제룡전기와 LS일렉트로닉이 모두 타격을 받았다.
제룡전기는 산일전기 수요예측 기간(7월9일~15일) 중인 올 7월11일에 연중 최고 주가인 10만7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약 두 달이 지난 이달 10일 종가는 4만9950원으로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LS일렉트로닉 역시 올 7월 11일 종가가 22만4500원이었는데 이달 10일 종가는 13만6800원으로 39% 급락했다.
산일전기가 공모주와 전선업 투심 모두 끝물일 때 공모를 한 셈이다. 산일전기는 대어인데다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국면에도 기관수요예측에서 413.86대 1이란 우수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공모가도 희망밴드 상단(3만원)을 16% 초과한 3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액은 당초 기대했던 2280억원에서 2660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최종 구주매출액이 385억원(비중 14%)에 달했는데 창업주인 박동석 대표(192억5000만원)와 그의 부인 강은숙씨(192억5000만원) 몫이었다.
◇ 예상밸류 1.5조, 산일전기보다 대어
IEN한창이 비슷한 시기 공모에 나섰더라면 산일전기보다 더 큰 빅딜이 됐을 전망이다. 1975년 설립한 IEN한창은 부산 토종기업이다. 배전용 변압기를 포함해 230KV까지의 고전압 대용량변압기를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다. 산일전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수출로 대다수 매출을 낸다.
최근 수년새 변압기 업체들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IEN한창은 수익성에서 업계 '톱'이다. 지난해 매출 1049억원에 영업이익 6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59.1%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산일전기(2145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영업이익(620억원)은 되레 160억원 가량 많다. 산일전기 작년 영업이익률은 21.7%로 IEN한창의 3분의 1 수준이다.
PER(주가수익비율)을 활용한 밸류는 순이익이 클수록 높다. IEN한창 밸류가 산일전기보다 높은 이유다. 산일전기는 확정공모가 기준 밸류가 1조655억원이었다. 최근 1년치 순이익(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이 529억원임을 감안하면 PER이 20.1배였다.
IEN한창은 작년 순이익(604억원) 기준으로도 산일전기 밸류(1조655억원)을 앞선다. PER을 20.1배 적용한 밸류는 1조2133억원이다. IEN한창도 최근 1년치 순이익은 작년 연간순이익보다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에선 최근 1년치 순이익 기준으론 IEN한창 밸류가 1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달콤한 상상에 그치게 됐다. 한 기관투자자는 “전력업에 대한 투심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꺼질 줄은 몰랐는데 산일전기 입장에선 대성공적 IPO가 됐다”며 “IEN한창이 함께 등판했으면 1조5000억원 이상 밸류로 평가받았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IPO는 타이밍이 8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발행사들”이라고 덧붙였다.
IEN한창측은 IPO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