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독점’은 나쁜 것인가?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독점’은 나쁜 것인가?
  • 김종혁
  • 승인 2024.08.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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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존 D. 록펠러는 1864년 스물넷의 나이에 자신이 모은 돈 4,000달러를 밑천으로 정유공장을 차렸다. 가난한 이민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생계를 책임져 온 록펠러는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며 회사를 키워 나갔다.

1860년대 말 미국은 고래기름 램프를 조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고래기름은 가격이 비싸고 기름이 잘 튀어 사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은 비싼 고래기름으로 불을 밝힐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보통 해가 지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하지만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등유 램프를 새로운 조명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미국인들은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며 밤 문화를 즐기게 되었다. 바야흐로 조명의 시대(Age of illumination)가 열린 것이다.

당시 석유가 단순한 조명 수단 말고도 증기선, 기차, 자동차 등의 주요 에너지원이 되자 록펠러는 이후 사업을 확장해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Standard Oil Trust)를 조직하게 된다. 그는 미국 석유산업을 독점하고 ‘석유왕(王)’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1898년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의 생산량은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의 84%에 달했고, 석유 운송량의 약 90%를 차지했다.

록펠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값싸고 품질 좋은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며 10년 동안 석유 가격을 80%나 낮추었다. 하지만, 독점이 시장의 불평등을 일으킨다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1906년 연방정부는 스탠다드 오일이 반독점법(일명 ‘셔먼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1911년 5월 11일 미국 대법원은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며 34개 회사로 분리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을 통해 석유왕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는 듯했으나, 결과적으로 스탠다드 오일의 분할은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의미했다. 1911년 당시 스탠다드 오일은 워낙 큰 회사였기 때문에 분할된 회사도 엄청난 규모였다. 스탠다드 오일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엑슨(Exxon), 모빌(Mobil), 세브론(Chevron) 등으로 분리되었지만, 이들은 모두 막강한 석유회사가 되었다.

스탠다드 오일이 해체된 지 11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난 3월, 세계 최대 검색엔진 기업 구글(Google)이 미국 법무부(DOJ)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지난 5일 구글이 미국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셔먼법) 제2조를 위반하고 경쟁업체의 성장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25년 만의 최대 반독점 소송으로, 현지 언론에서는 이정표적 소송(landmark case)으로 불렀다.

앞으로 이 소송이 확정되면 검색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최악의 경우 구글은 검색 사업을 분할하거나 일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 구글이 113년 전 스탠다드 오일의 전철을 밟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의 반독점 소송은 구글만이 아니다. 이미 미국 법무부(DOJ)가 지난 3월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과 메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의 유명한 빅테크 기업은 반독점 소송에 다 걸려 있어 이번 구글 판결이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독점(獨占)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199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 대학의 로버터 포겔(Robert Fogel) 교수는 “독점이 항상 피해를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 가격을 낮추는 등 독점의 순기능도 있다. 이것은 독점이 탄생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반독점법은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무 쓸모도 없다”라고 말했다. 독점의 양면성을 언급한 포겔 교수는 다른 기업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대기업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저렴한 상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기업에게 경쟁에 참가할 평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의 루이스 갈람보스(Louis Galambos) 기업역사학 교수도 “기본적으로 미국이 강조한 것은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은 아니었다. 소득과 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한 기업이라 해도 다른 기업의 성공을 방해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하던 시기에 1890년 미국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미국 반독점법(셔먼법)은 이제 134년의 역사가 되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 기업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여러 기업을 해체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그렇게까지 기업을 규제해야 하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독점을 시장경제의 독(毒)으로 생각하며, 독점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 메릭 갈랜드 장관은 이번 구글 판결에 대해 “미국 국민을 위한 역사적 승리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있는 회사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말하며 법무부가 앞으로도 반독점법을 강력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자유로운 경쟁’이 시장경제의 중요한 원칙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차고(車庫)에서 창업하며, 창업 당시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경영모토로 정한 구글이 앞으로 ‘사악한 독점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될지? 아니면 ‘혁신적 빅테크 기업’으로 남을지? 최종 판결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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