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시장과 조화를 이루는 IPO(기업공개) 주관으로 기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전전건설로봇이 공모가를 시장친화적으로 정했는데 주관사 역할이 컸다.
전진건설로봇은 역대급 기관수요예측 흥행에도 공모가를 희망밴드상단 대비 5%정도 높이는데 그쳤다. 이른 바 ‘검은 월요일’에 닥친 증시 충격을 공모가에 반영한 덕분이다. 청약한 기관과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선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광풍이 불던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대비 20~30%나 올려 잡는 일이 다반사였다. 주관사들도 광풍에 편승해 수수료 극대화를 노린 곳이 많았다.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최근 국면에도 종종 보이는 현상이다.
미래에셋증권 주관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주관시장 톱티어 명성에 걸맞는 품위를 보였다는 평가다.
◇ 수요예측 결과로는 20% 상초 무방
전진건설로봇은 이달 7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확정공모가를 1만6500원으로 정했다. 1만6500원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1만5700원) 대비 5.09% 높은 수치다. 흥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감안하면 시장친화적 가격이다.
전진건설로봇은 희망밴드 기준 공모액이 427억~483억원이었다. 중형딜임에도 기관수요예측에서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이 870.2대 1에 달했다. 희망밴드 상단(1만5700원) 기준으로 신청액이 23조1248억원에 이르렀다. 질적으로도 우수했다. 신청물량 81.2%가 희망밴드 상초(상단을 초과) 구간에 베팅됐다. 상단은 16.6%, 상단미만은 0.2%에 그쳤고 미제시 물량이 2% 가량됐다.
결과로만 보면 올 상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20%대 상초상승률로 공모가를 정해도 무방했다는 관측이다. 전진건설로봇은 5일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마지막 날(5일)이 하필 검은 월요일이었다.
수요예측 4일차(2일)까지만해도 상초 베팅이 대다수였는데 마지막날 국내 증시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상단 이하 가격대에 베팅한 기관들이 추가됐다. 그런데 전진건설로봇은 이들을 제외해도 경쟁률이 우수하다.
상단 이하 신청물량은 2억4620만9000주로 이를 전체신청물량(14억7292만7000주)에서 제외하면 12억2671만8000주가 남는다. 즉 상초 신청물량(12억2671만8000주)으로만 기관배정주식수(169만2708주) 대비 경쟁률이 724.7대 1이된다.
더불어 1만8000원 이상베팅 물량(9억9069만9000주)이 상초신청물량(12억2671만8000주)의 80.7%에 달한다. 1만8000원은 희망밴드 상단 대비 14% 높은 가격이다. 희망밴드 상단 대비 28% 높은 '2만원' 이상 베팅비중은 63.8%다. 20%대 상초상승률로 공모가를 정해도 무방했던 배경이다.
◇ IPO 명가 다운 판단력…타 하우스 관행 유지, 공모주주들 타격
그럼에도 '5% 상승'이란 겸손한 가격을 택한 이유는 주관사와 발행사가 검은 월요일로 인한 증시 충격을 공모가에 반영하는 것이 공모주주들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PO 시장은 증시를 후행한다. 그리고 검은 월요일(5일)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77%, 코스닥지수는 11.3% 하락 마감했다. 수요예측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전진건설로봇이 이례적으로 견고한 투심을 유지했다.
실제 전진건설로봇과 함께 검은 월요일이 수요예측 마지막날이었던 케이쓰리아이는 이날 대규모 청약취소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케이쓰리아이는 상초로 정하려던 공모가를 ‘상단’가격으로 낮춰 잡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 내외 상초가 가능한 결과를 받고도 5% 높이는데 그친 것은 호평할만한 결정”이라며 “미래에셋증권과 전진건설로봇은 시장과 공모주주를 배려하는 파트너라는 평판을 얻었다”고 말했다.
모든 주관사와 발행사가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올 7월 들어서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기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가리기’로 전환했다. 발행사가 올 상반기와 같이 공모가를 밴드 상단대비 20~30% 높여잡을 경우 공모주주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그럼에도 관행을 유지하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있었다. 올 7월 15일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와 같은 달 31일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다. 양사 모두 공모가를 상단 대비 30%가깝게 올려 잡았다. 더불어 현재 공모주 수익률은 큰 폭으로 마이너스다.
엑셀세라퓨틱스는 희망밴드 상단이 7700원인데 공모가는 29.9% 높인 1만원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달 8일 종가(6600원)는 공모가 대비 34% 낮아져있다. 대표주관사는 대신증권이었다. 피앤에스미캐닉스는 희망밴드 상단이 1만7000원이었는데 공모가는 29.4% 높인 2만2000원으로 정했다. 이달 8일 종가(1만5380원)는 공모가 대비 30.1% 급락해 있다. 대표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전진건설로봇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미래에셋증권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IPO 주관시장에서 빅3로 불리는 톱티어다. 지난해 IPO 대표주관 실적은 9534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