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200년 토목공학의 요람
[철태만상] 200년 토목공학의 요람
  • 김종대
  • 승인 2020.01.30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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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에 걸친 '퐁데자르'에 매달린 자물쇠. 사진=김종대

프랑스어 ‘퐁’은 다리를 의미한다. 파리 센강을 가로지른 다리들은 대체로 철을 재료로 했다. 다리 곳곳에 철을 재료로 사용한 만큼 프랑스에는 철을 다루는 전문기관이 남다르게 운영되고 있음을 예측 할 수 있다.

프랑스에는 퐁에소세(다리 및 도로)와 관련한 전문 종합토목 공과대학이 있고 이들 대학은 200년이 훨씬 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들 공학자들은 1900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한 다리 건설과 토목공사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센강 주변의 다리들은 각각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7개의 철재 아치로 만든 ‘퐁데자르’는 1804년 완공된 다리이다. 카뮈, 사르트르, 랭보 등이 찾아와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젊은 연인들은 이곳에 자물쇠를 걸고 사랑의 징표로 삼는다. 지금은 자물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상판 거치대의 자물쇠를 모두 철거했다.

‘알마다리’에는 ‘주이브’복장의 군인 동상이 설치되어 있다. 센강의 홍수 수위를 측정하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한다. 발목까지 물이 차오를 때는 강변도로를 폐쇄하고, 허벅지까지 차오르면 강위로 배가 다니지 못한다. 수년에 한 번씩 센 강물이 동상의 어깨까지 차는 경우도 있었다. 

철교 비라켕 다리(비드 아켐교)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로 유명하다. 교각 아치에는 철강 조립공법인 리벳 작업을 하는 조각이 설치되었다. 한 사람은 리벳을 고정하고, 다른 한 사람은 해머로 내려치는 모습이 매우 디테일하다.

강 서쪽의 철교, 미라보 다리는 아치 형태이다. 이 다리는 1890년에 ‘장르살’이 건설했다. 두터운 철강재를 사용하여 다른 다리보다 매우 튼튼해 보인다. 센 강에 걸쳐진 다리는 모두 37개라고 한다. 묘하게 한강 다리의 숫자와 같다.

센강의 다리들이 1800년대부터 만들어 진 것이라면 한강의 다리는 최근에 건설된 다리들이다. 이 점을 간과하고 파리 센강의 다리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얼빠진 일이다. 주철을 원재료로 만든 다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다리의 현실은 모양부터 다르다.

한강의 폭은 센강보다 10배 정도 넓다. 한강의 다리들은 교각의 길이와 모양부터 각양각색이다. 파리에는 없는 현수교가 가장 큰 비교 대상이다. 우리의 토목공학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은 한강의 다리를 보고 예측되지만 파리의 건축물과 다리들은 그 오래전부터 프랑스가 철강강국이었음을 증명하는 전시품처럼 전통을 자랑한다.

프랑스의 건설과 토목기술을 얕잡아 보지 말라는 듯 프랑스 브이그(건설회사)는 한국에 초빙되어서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감당 못하는 부산지하철 토목공사를 말끔히 해냈다. 철의 위용은 전통을 간직하면서 오랜 세월 이름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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