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철강업계는 급격한 환경 변화와 마주했다. 안으로는 내수침체, 밖으로는 무역장벽에 가로막힌 업황 속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도 함께 풀어야 했다. 10대 뉴스를 관통하는 이슈는 크게 새로운 투자와 구조조정으로 나뉜다.
KG그룹의 인수를 통해 새로 출범한 KG동부제철은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기를 위한 투자의 첫발을 내딛었다. 고로 양축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환경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로의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에 대한 환경이슈가 문제시되면서 조업 중단 사태까지 몰렸던 게 계기였다. 세아베스틸, 세아제강은 해외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 글로벌 무역장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아울러 길산그룹이 청산강철과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합작을 추진하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업계의 반발로 합작투자는 표류됐지만,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진단이 우회적으로 내려졌다. 유통부문에서는 포스코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철강 오픈마켓인 스틸트레이드를 공식 출범시켰다. 성공에 대한 불확신이 높지만, 철강도 온라인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행보였다.
구조조정은 한국철강이 40년 역사의 단조사업에서 철수한 것을 비롯해 ‘안전지대’로 인식됐던 냉연스틸서비스센터 업계에 있는 대한강재의 부도, 가장 최근인 12월은 포스코의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인 'SS VINA'의 철근 사업 매각 등이 대표 사례로 조명을 받았다.
KG그룹 동부제철 인수
KG그룹(회장 곽재선)이 8월30일 동부제철 인수작업을 완료했다. 업계 5위 규모의 동부제철의 인수는 2000년 한국 철강산업에서의 ‘빅딜’이었다. 동부제철은 5년 만에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KG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됐다. 사명(社名)은 ‘KG동부제철’로 바꾸로 새로 출범했다.
KG그룹과 캑터스PE는 3600억원의 동부제철 신주인수대금을 납입 완료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6050억원 규모의 동부제철 채권을 출자전환 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동부제철의 잔여 채무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상환을 유예하고, 이자율을 연 2%의 고정금리로 낮추기로 했다.
KG스틸은 지분 40%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캑터스PE는 3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각각 올라섰다.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보유 지분 합계는 약 27%로 줄었다.
KG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부지매각과 컬러라인 폐쇄, 아울러 당진공장에 컬러강판 2기 신규투자와 기술연구소 설립 등의 계획을 수립했다. 12월 전기로 설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LNS네트웍스를 선정했다.
‘블리더’ 사태와 포스코 현대제철 조업정지 위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 조업 중단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3월 블리더 개방으로 환경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한다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블리더는 고로 정비시 송풍을 멈추고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스팀 및 잔류가스를 방출하는 방식이다.
환경단체는 4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포스코를 고발조치한 이후 전남도와 경북도는 각각 광양 및 포항 제철소에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어 충남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해 10일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및 한국철강협회는 블리더 개방이 세계철강협회 회원 등 글로벌 고로사들이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환경법상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고 맞섰다. 조업정지 이후 복구 기간을 3개월을 가정하면 고로 1기당 120만톤의 생산차질과 8000억원의 손실이 우려됐었다.
다행히 고로 조업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포스코는 매년 투자예산의 10%를 환경에 쏟기로 했고, 현대제철은 2조4700억원의 투자를 시작했다. 환경부는 민관협의체를 발족했다.
장세주 회장 브라질 상원 훈장 수훈
브라질 현지 시각 2일 오전 10시. 장세주 회장은 브라질리아 연방 상원의사당에서 '조제 에미리우 지 모랑이스(Jose Ermirio de Moraes) 훈장'을 수훈했다. 한국 철강산업 역사상 2번째로 해외 훈장이다. 민간 철강기업 경영인으로서는 최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프랑스와 칠레에서 최고훈장인 레종도뇌르훈장,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대십자훈장을 받았다.
장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장세욱 부회장 체재가 2016년부터 본격화 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항간에는 장 회장의 경영복귀 등의 여러 가지 설과 추측이 있었다. 동국제강 그룹 안팎에서의 관심도 높았다. 이와 달리 장 회장은 동생인 장 부회장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고, 경영상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11월 동국제강 리더십 컨퍼런스에서는 장 회장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오프닝 스피치를 열기도 했다.
세아그룹의 해외투자 광폭 행보
세아그룹은 침체의 골이 깊어진 한국 철강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과감한 투자를 추진했다. 투자의 방점은 해외 시장이었다. 세아제강이 2016년 휴스턴 현재 강관사 인수로 포문을 열었다. 세아베스틸은 바통을 이어받았다. 현대제철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한 이후 수출확대에 우선 팔을 걷었다.
2016년 미국 판매법인인 SGI(SeAH Global Inc.)를 설립했다. 작년과 올해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2018년 태국에 SGT(SeAH Global Thailand)를 설립해 판매 및 가공 서비스를 갖췄다.
올해 10월은 베트남 생산법인인 SGV(SeAH Global Vina)를 완공했다. 같은 달 알루미늄 합금 및 단조 생산업체인 알코닉코리아를 인수했다. 세아그룹은 이를 통해 ‘금속소재전문회사’로의 성장을 미래의 청사진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세아창원특수강은 글로벌 ‘톱’ 기업인 아람코로부터 대구경 강관공장에 대한 벤더 인증을 받았다. 세아그룹의 해외 광폭 행보는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한국철강 40년 단조사업 철수
한국철강이 1977년 설비 도입 42년에 단조사업에서 철수했다. 조선·기계 사업 부진, 저가제품 수입으로 적자가 지속된 원인이다. 한국철강은 10월22일 단조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철강의 단조사업은 1977년 1000톤 유압프레스, 1978년 30톤 전기로를 가동하며 제품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2008년 70톤 전기로와 2009년 1만톤 유압프레스 설비를 갖추는 등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경쟁사들의 생산 확대와 중국산 등 저가제품 수입이 가속화 됐다. 수요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예전과 다른 장기침체 국면이 전개됐다. 특히 전방산업 부진은 한국철강 단조사업에 적신호를 보냈다. 조선, 기계 산업의 추락은 직격탄이 됐다. 2018년 단조사업 매출액은 743억원으로 3년전인 2015년 대비 24.3% 감소했다. 2015년 993억원에서 2016년 896억원, 2017년 768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길산그룹-청산강철 냉연공장 합작추진
국내 냉연 파이프 1위 제조사인 길산그룹이 청산강철그룹과 국내 대규모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한국철강협회는 국내 동종업계의 반대입장을 반영, 부산시에 투자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길산그룹은 협회측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또 청산강철과 부산에 냉연공장을 지은 뒤 울산에도 냉연 가공센터와 황산니켈 공장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업계와 함께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은 국제 무역 규제로 인한 열연 제품 판로 축소에 대응한 우회 수출 거점과 신규 판매처 확보 의도로 파악된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경남 창원상공회의소와 부산상의에서도 시의 허가를 반대하는 입장을 수차례 드러냈다. 결국 길산그룹과 청산강철의 합작은 표류됐고, 업계에서는 찬반 양쪽으로 의견이 여전히 혼재됐다.
‘안전지대’ 냉연SSC 대한강재 부도
철강 유통 부문에서의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대표하는 냉연스틸서비스센터(SSC)에도 안전지대는 없었다. 동국제강을 주력으로 포스코, 현대제철의 철강재를 가공 공급하는 대한강재가 11월8일 최종 부도처리 됐다. 유통업계의 불안감은 심각한 불황에 위기감을 더했다.
작년 기준 매출은 연결 기준 80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36억원을 실현했다. 흑자부도였다. 대한강재의 자본금은 47억원 정도지만, 부채는 76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642%에 달했다. 신규 투자를 위한 부지 매입 등으로 자금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업황으로 규정되는 불황도 대한강재를 부도로 내민 배경이었다.
대한강재는 1985년 대한상사로 창업후 철판, 도소매업을 시작으로 철판사업을 시작한 이후 30년 이상의 업력은 역사로 남게 됐다.
포스코 SS비나 야마토그룹에 철근매각
포스코가 일본 야마토그룹(Yamato Kogyo Group)에 베트남 SS VINA(이하 SS VINA) 지분 49%의 지분을 매각하고 공동경영을 하는데 전격 합의했다. 포스코는 12월13일 SS VINA의 구조 개선을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이 없는 철근 사업은 매각하고 형강 사업은 유지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일본의 야마토그룹이었다. 야마토그룹은 동남아 시장의 생산거점을 두려는 의지가 높았다. 포스코의 구조조정 의지와 맞물린 이해관계가 성립됐다.
포스코에 남은 형강사업은 야마토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야마토그룹은 미국 일본 태국 바레인 등에서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 아울러 포스코는 베트남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 대형 형강 시장에 대응하는 빌트업 H빔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고철 수입제재로 번진 ‘보이콧재팬’
일본 아베정권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즉 수출규제 조치 이후 우리나라에서 ‘보이콧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 거세게 일어났다. 철강업계에서도 비공식적인 논의가 한국철강협회를 주축으로 업계에 이슈가 됐다. 정부의 입장과 사회적 반일 감정을 반영, 철강업계에서도 대응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이었다.
불똥은 철스크랩(고철)로 튀었다. 일본산 고철 수입량이 연간 400~500만톤이나 몰려든다는 점에서 타깃이 됐다. 각 지역 세관당국은 8월 광양, 당진, 부산 등 주요 부두의 일본산 고철 수입 검수를 참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현대제철 등 전기로 제강사들은 물론 일본 공급사들은 선적 및 계약 등을 연기하는 등 몸을 움츠렸다. 당시 제강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공식적 검수강화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안정적인 원료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환경부는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철강협회 및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철강오픈마켓 스틸트레이드 공식 출범
포스코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8월 스틸포유를 선보인데 이어 이달 초 스틸트레이드를 오픈했다. 포스코 제품 외에도 온라인 판매 시스템과 공급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개방된 전형적인 오픈마켓형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성패여부와 별개로 향후 철강유통은 온라인거래로 짜여지고 있는 셈이다.
철강 전자상거래 시장의 선두 주자는 중국이다. 현재 거래 물량의 23% 가량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다. 작년 철강 전자상거래 물량은 2억톤을 넘어섰다.
국내시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스틸트레이드와 스틸맨(대표 이재학)을 양대축으로 점진적으로 성숙의 단계로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양사는 공급사와 구매사간 쌍방향 거래가 가능한 오픈마켓 플랫폼을 구축했다. 오픈마켓형 시스템은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재고의 빠른 소진과 납기단축 등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장기불황, 철강수요의 정체, 실적의 부진 등 악순환 속에서 ‘온라인시장’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란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