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서곡, 대한강재 부도
[사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서곡, 대한강재 부도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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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한강재 부도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강재는 1985년 창업 후 부산경남 지역을 주축으로 냉연판재류 가공유통 분야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왔던 SSC(Steel Service Center)였다. 동국제강 판매 대리점으로서 지역 내 위치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 대한강재의 부도는 국내 철강 유통가공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가 본격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낳게 만들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금상 무리한 공장 이전과 설비  자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예전처럼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요 침체와 저가 수입재 증가는 판매 경쟁을 심화시켰다. 제값 받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결국 생존을 위한 투자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본지가 차제에 58개 유통가공업체들을 조사한 바, 영업이익률은 2017년 2.1%에서 2018년에는 1.3%로 뚝 떨어졌다. 올해도 작년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평균 133.6%로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적정수준인 100%를 넘는 업체가 40개사로 2/3를 넘고 있다. 특히 200% 이상인 업체가 23개사에 이르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1조9635억원으로 1개 기업 평균 339억원이다. 매출액은 답보 상태지만 영업이익은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평균 영업이익은 27억원에 그쳤다. 단기차입금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조건임을 고려한다면 결국 빚으로 빚을 갚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SSC 중 대형 업체와 자금력이 우수한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상당수 업체가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 제조업체들의 전초기지이자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는 SSC의 부실화는 말 그대로 제조업체들에게는 ‘순망치한(脣亡齒寒)’과 같은 일이다.

건설 및 제조업의 동반 부진으로 철강재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저가 수입재의 시장 확대는 물론 전자상거래 확산 등 제조업체의 직거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결국 국내 철강 유통가공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철강 유통가공 시장은 유통 산업화 과정에서 영세업체의 구조조정과 함께 대형화, 전문화를 통한 구조재편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 철강 유통가공업계는 공급사를 초월한 통합을 통한 대형화, 하공정 진출 등을 통한 전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철강 제조와 유통 부문이 별도의 성장 동력을 갖추고 성장해 왔다. 특히 유통 부문은 다수의 초대형 철강 유통가공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자오강, Ouyeel 등 플랫폼 방식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유통구조를 현대화시키면서 지속 생존성장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 유통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 성격을 갖고 있다. 유통 비중에 있어서도 중국 50%와 일본 25%의 중간이다. 하지만 지리적 여건과 취급량 등을 고려할 때 일본 방식의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유통업계의 구조조정과 통폐합, 전문화 전략에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선행했다. 이와 함께 뼈를 깎는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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