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국제강 후판분야 '퍼스트 무버'…조선 탈피 "고부가 닻 올린다"
[인터뷰] 동국제강 후판분야 '퍼스트 무버'…조선 탈피 "고부가 닻 올린다"
  • 김세움
  • 승인 2022.11.08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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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국내 최초 '클래드 후판' 상업화 성공
탄소강 '강도' STS '내식성·내마모성' 장점 결합
수입산 대비 가격·납기 우수...긴급재 유연 대응
2, 3가지 두께 복합 구현 가능한 'LP Plate' 선봬
가공 및 용접, 검사 생략...원가 공기↓ 안정성↑
'2022 소부장뿌리 기술대전' 동국제강 부스 전경.
'2022 소부장뿌리 기술대전' 동국제강 부스 전경.

 

동국제강이 클래드 후판(Clad Plate), 프리미엄 후판 브랜드 'DK-LP Plate' 등을 앞세워 글로벌 후판 메이커 '퍼스트 무버'로 도약한다. 국내 후판 시장은 수십 년 간 조선 선박 분야 수요에 의존해 왔고, 현재도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현대제철과 함께 후판 '빅3'로 통하지만 조선 분야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 5년간 새로운 고부가가치 후판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 당진 공장은 연구개발과 생산의 허브로, 국내 후판 시장의 미래를 열어갈 요람으로 주목을 받는다. 독일의 딜링거휴테(Dillinger Hutte)가 후판 전문 기업에서 특수강 메이커로의 입지를 굳힌 것은 후판 분야의 성장동력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본지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2 소부장뿌리 기술대전'을 찾았다. 동국제강은 이 자리에서 '클래드 후판(Clad Plate)', 'DK-LP Plate' 등 고부가 후판 제품을 선보였다. 심호섭 동국제강 당진공장 특수강사업팀 부장을 만나 후판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클래드'는 서로 다른 금속을 높은 온도와 압력을 통해 결합해 각 금속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접합 기술을 의미한다. 클래드 후판은 주로 화학·정유산업 등에서 기체와 액체를 보관할 때 사용하는 고강도·내부식성 압력용기, 라인파이프 제작에 사용된다. 

국내 수요는 연 평균 2만 톤 수준이나, 공급 가능한 철강사가 없어 대부분 미국산과 일본산을 수입해 사용했다. 동국제강이 올해 1월 개발한 클래드 후판은 탄소강 후판과 얇은 스테인리스(STS) 소재를 사용해 강도와 내식성은 물론 원가 경쟁력도 제고했다.

사용된 강종은 ASTM A516-70N과 A240 316L 등이며, 표준 두께는 33.5mm다. 이중 30mm는 탄소강이, 3.5mm는 STS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35~65mm 제품 개발에 착수한 상태로 향후 최대 100mm까지 확대 개발할 예정이다.

또 우수한 강도와 내식성은 물론 가공성도 높인 것이 강점이다. 기존 STS 후판은 물성상 변형도에 한계가 있었고, 소재가 표면에서 이탈하는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클래드 후판 상업화를 통해 국내 산업계 소재 수급과 납기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지속적 설비 합리화 및 기술 향상으로 제품 규격 등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개발한 클래드 후판을 사용한 파이프 제품.
동국제강이 개발한 클래드 후판을 사용한 파이프 제품.

프리미엄 후판 브랜드 'DK-LP Plate'도 대표작이다. 이 제품은 한 장의 후판 내에서 2, 3가지 이상 두께를 복합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압연 과정에서 정교한 강도 조절을 통해 두께에 차등을 두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생산 단계에서 대칭형 구조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를 표현할 수 있다. 또 별도 가공이나 용접, 검사 과정을 생략해 원가 절감은 물론 공기 단축, 안정성 등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선박 건조에 활용할 경우 설계 강도에 따라 두께를 조절, 선체 중량까지 경감해 에너지 효율도 제고할 수 있다. 이외 교량이나 해상풍력타워 등에서도 안정성 향상, 하단부 좌굴변형 방지, 소재 절감 등이 기대된다.

한편 동국제강은 부스 내부에 스틸샵(steelshop)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스틸샵은 동국제강이 지난해 5월 오픈한 '고객 맞춤형 철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후판 초단납기 배송', '철근 소량 운반', '형강 재고 공유 플랫폼' 등을 제공한다.

동국제강 부스 내부에 전시된 DK-LP Plate' 샘플.
동국제강 부스 내부에 전시된 DK-LP Plate' 샘플.

 

인터뷰-심호섭 동국제강 당진공장 특수강사업팀 부장

 

심호섭 동국제강 부장.

<Q> 그동안 국내 철강사에서 클래드 후판을 생산하지 않던 이유는.

<A> 두 가지 소재를 완벽하게 결합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또 원가 최적화, 수요 창출 등 다양한 변수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일본이나 유럽, 중국 일부 철강사에서만 제품을 생산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실험적 수준에서 소규모 시험 생산을 추진한 전례는 있지만, 대량 생산체제 구축과 생산설비 안정화에 성공한 것은 동국제강이 최초다.

<Q> 동국제강이 클래드 후판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A> 기존에 생산 중인 후판 제품은 대부분 탄소강 위주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철강업황은 꾸준히 하락세를 유지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제품에 눈을 돌렸고, 이중 낙점한 제품이 클래드 후판인 셈이다.

클래드 후판은 견조한 국내 수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수요 분석과 제품 전망 등을 거쳐 최종 개발을 결정했다. 특히 소재 국산화를 위한 정부 국책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Q> 클래드 후판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A> 이번에 개발한 클래드 후판은 탄소강과 스테인리스(STS) 두 가지 소재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제품 특성상 소재간 경계가 정교하게 결합돼야 하고, 이후 절단·가공 등 후처리 과정에서도 금이 가거나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생산 단계에서 제대로 붙은 것처럼 보여도 후처리 과정에서 틈새가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해 이를 보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런 결함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기술적 역량이고, 클래드 후판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Q> 국산 클래드 후판은 기존 수입산 대비 가격, 품질 면에서 충분한 수준인지.

<A>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면 일단 가격으로 이점이 있어야 한다. 물론 품질도 중요하지만 동국제강은 엄연히 후발주자로 이제 들어온 상황이고, 일단 단가가 맞아야 수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 납품이 가능해 기존 수입산 제품 대비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납기가 짧거나 소규모 긴급재가 발생한 경우에도 좀 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수요가들 역시 이 부분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Q> 현재 클래드 후판의 가장 큰 수요처는 어디인지.

<A> 국내의 경우 보일러 등 압력용기 제조업체가 메인이다. 현재 납품 중인 제품도 대부분 해당 분야에 집중돼 있다. 아직 파이프 시장은 해외에 비해 규모가 작다.

탄소강 후판의 강도와 STS 후판의 내식성, 내마모성 등을 유지하면서 비용은 더 경제적인 만큼 향후 조선, 신재생에너지 분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 중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에서도 클래드 후판 도입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Q> LP 플레이트의 경우 제품 두께가 단일 제품 내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이 특징인데. 제품 특성상 재고 보유가 어려운데, 주문식 생산 제품인지. 

<A> 동국제강은 후판 제품군 자체를 주문 생산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LP 플레이트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고객 주문에 따라 정교한 두께 조절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 후판 대비 생산성이 조금 떨어지고, 재고 개념도 희박하다.

대신 고객사 입장에서 가공, 용접 등 별도 처리를 생략해 원가를 절감하고, 균일한 제품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안정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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