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바늘 18개월만에 런던으로 옮겨
철강·토목기술 훤히 꿰뚫어
한강철교는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유사한 외양의 다리는 ‘포스레일브리지’이다. ‘포스레일브리지’는 “최악의 철재 공룡 같다”는 악평도 들었지만, 세계최초로 강철을 사용한 교량이다. 이 교량을 강철로 만들자고 고집한 인물이 ‘벤자민 베이커’이다.
‘벤자민 베이커’는 1840년 3월에 탄생했다. 첼튼엄(Cheltenham)에서 교육을 받고, 웨일즈의 제철소에서 일을 하다가 20세부터 빅토리아 기차역과 런던 지하철 네트워크 등에서 일했다.
그는 주경간이 긴 포스철교는 강철이 적합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홀바인 앙버팀’구조를 실험해 보였다. 강철이 주철보다 강도가 50% 이상 더 높다는 것도 직접 검증했다.
50세가 되던 해에는 이집트 아스완댐 건설을 비롯해서 영국, 캐나다, 미국에서의 토목공사에 직접 참여했다. 영국 토목기술자 및 왕립학회의는 베이커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Cleopatra's Needle)을 런던으로 이전 하는 일도 베이커가 주도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은 ‘오벨리스크’를 말한다. ‘오벨리스크’는 어둠을 정복한 태양의 신 아몬을 위해 세운 것이다. 기원전 150년대 투트모세 3세와 기원전 1300년대 람세스 2세 때 제작된 문화유산이지만 전승자인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로마로 이동되었다.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10년경 카이로의 부근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에서 1천년동안 서 있던 ‘오벨리스크’ 네 개를 뽑아다가 두 개는 로마에, 나머지 두 개는 알렉산드리아로 옮겼다. 이때부터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고 했다.
1천9백년 동안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은 지금 런던과 뉴욕에 각각 서 있다.
베이커는 180톤이나 되는 ‘오벨리스크’를 런던으로 이송(1878년)하기 위해 실린더를 만들었다. 실린더의 길이는 28m, 지름은 5m였다. 금속 격벽으로 고정된 실린더에는 수직으로 된 줄기와 선미, 방향타, 항해중에 균형을 잡기위한 돛대와 갑판도 구성했다. 베이커는 이 실린더를 물위에 띄워 18개월 만에 런던 제방으로 완벽히 옮겼다.
‘룩소르 오벨리스크’를 파리로 옮기는데 7년이 걸렸던 프랑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베이커의 향기는 철강에서부터 토목분야에 이르기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풍부한 지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