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조선소 인근에 충분한 공급 가능해야
한‧중‧일 조선산업 부흥의 핵심 여건
중국의 양대 조선소가 북쪽의 다롄, 남쪽의 상하이 두 군데서 발전하다가 상하이 쪽으로 중심추가 기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후 조건의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롄은 수도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발해만을 지키는 중국의 군사, 전략적 요충지다. 따라서 해군력을 키우기 위한 조선소가 오래전부터 발달되어 있었고 그 안에 숙련된 엔지니어들을 많이 양성했다.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훌륭하니 군함뿐 아니라 일반 선박도 매우 훌륭하게 건조할 수 있었고, 그렇게 명실상부한 중국의 2대 조선소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런데 다롄은 겨울에 바다가 얼 정도로 혹한의 추위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선박을 건조하다 보면 툭하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씨와 폭설 등으로 선박을 건조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생긴다. 조선 시황이 좋을 때는 큰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시황이 어려운 지금 같은 때에는 일 년 내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선소와 경쟁을 하기에는 매우 버거운 ‘핸디캡’이다.
- 글 싣는 순서 -
① 조선업의 부활 후판시장 활력...하반기 수요 '맑음'
② '사양산업' 논란, 대체 수단 '無' 시장 수요 충분
③ 한‧중 ‘인건비 격차’ 10년간 2배 유지
④ ‘표준 선박 대량생산’ 일본, 오히려 쇠락
⑤ 한국 미래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있다
⑥ 韓中日 조선소, 제주도 반경 600km내 포진
⑦ 조선산업 성공의 키(key)는 '1급 제철소'
선박 건조 적합한 자연조건 필수
온도, 습도, 바람 외에도 조선업을 하기 위해 자연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 또 있다. 배를 건조하기에 적합한 안벽(Quay) 수심과 자연 방파제의 존재다.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할 때에는 ‘탑재(Erection)’ 과정을 거쳐 모양이 완성된 선박을 ‘진수(Launching)’ 과정을 통해 배를 바다에 띄워놓고 최종 작업을 마무리한다. 그 후 ‘해상 시운전(Sea Trial)’ 등의 테스트를 거쳐 고객에게 배를 인도한다. 배는 물 위를 다니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육상에서의 테스트에 한계가 있고, 물 위에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제대로 해봐야 한다. 이 과정을 안벽이라고 하는 일종의 ‘배를 묶어 놓는 부두’에서 진행한다.
선박을 완성하기 전의 배는 신생아와 같다. 아기는 사람의 모습은 갖추고 있지만 작은 외부의 충격이나 병균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므로 침대에 펜스도 설치하고 부드러운 쿠션들을 놓아 밤낮으로 조심스레 살피는 것처럼, 진수한 선박도 가장 안전한 장소에 계류하여 정상적인 기능을 할 때까지 잘 보호를 해야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안벽과 방파제다. 특히 방파제는 일상적인 파도뿐 아니라, 가끔씩 오는 너울(스웰)도 막아야 하고, 여름~초가을에는 태풍도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인프라다.
종합하면, 온도, 비, 바람뿐 아니라 자연 방파제와 안벽 수심 등 ‘조선에 적합한 자연조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이 조선소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한다. 조선 산업은 정말 ‘신의 축복’이 없이는 불가능한 산업이다.
1급 제철소는 조선산업의 경쟁력
조선소의 입지 조건 중 ‘천혜의 자연조건’ 못지않게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후방산업의 성숙도’다. 달리 말해 ‘그 나라의 제조, 기반 산업의 발전 정도’다. 이유는 조선 산업이 ‘종합 조립 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로 짓는 선박은 대표적으로 대형 가스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 등 앞쪽에 ‘대형 아니면 초대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중 VLCC라 칭하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경우 길이는 300m를 훌쩍 넘고 폭과 높이는 대략 60m, 30m 정도된다. 이러한 선박은 자체 무게만 4만t이 넘는다.
한국의 대형 조선소에서는 이런 엄청난 중량의 배들을 1년에 수십 척씩 건조한다. 이 배를 만드는 재료는 어디서 날까? 조선소는 ‘조립 및 완성’이 주 임무이므로 ‘볼트 하나 너트 하나까지도’ 다 밖에서 사가지고 와야한다. 1년에 100만t이 넘는 재료들을 조선소로 이동시켜 와야 한다. 물류비는 보통 중량 혹은 개수 기준 운송비를 계산해 재료비에 넣어서 지불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당연히 비용이 증가한다.
배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이쓰는 자재는 ‘후판(두꺼운 판)’이라고 불리는 철강재다. 완성된 선박의 전체 중량 기준 약 80~90%을 차지한다. 따라서 조선소 입지 요소에서 중요한 하나는 바로 이 ‘제철소’가 가까운 곳에 있느냐 없느냐가 될 수 있다. 거리가 늘어나면 운송비가 비싸지게 되고, 이 추가 비용이 조금만 차이 나더라도 재료비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냥 제철소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제철소가 ‘1급 제철소’라야 경쟁력이 있다.
1급 제철소는 국제 선박 성능 품질 관련 독립 감리 기관인 ‘선급(Classification Society)’의 인증을 받은 수백 가지 종류의 철판을 조선소의 주문에 따라 맞춤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항상 원가 압박에 시달리는 조선소에 t당 단 1달러라도 싸게 공급해야 경쟁력이 있는 제철소이어야 한다. 따라서 원재료인 철광석과 무연탄으로부터 철판을 직접 생산하는 ‘일관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한국에는 이러한 1급 제철소가 3개나 있이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도 이러한 1급 제철소들이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다.
중국도 지금은 가장 경쟁력이 있는 제철소 여럿을 보유하고 있지만, 초기엔 선주들이 “중국산 철판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발주하겠다”라고 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엄청난 물량 처리 경험 및 국가적 지원 없이는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시장이 바로 이 ‘선박용 후판’ 시장이다.
자료: 대한조선학회, ‘조선인이 쓰는 조선 이야기’-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 최현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