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남해안 中 상하이, 日 세토 내해 등서
전 세계 선박의 80~ 90% 건조, 경쟁력 높아
조선소가 입지하려면 자연환경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부분 자연 방파제가 잘 조성되어 있는 바닷가 만(Bay)에 위치해 있고 앞에는 멀찍이 섬 한 두 개 정도가 아련히 보인다. 파도는 사계절 잔잔하여 햇빛에 반짝이는 거울과 같은 앞바다가 있다. 날씨도 온화하여 서울에서 한파 소식이 들려도 대부분 영상의 날씨, 여름에는 좀 덥긴 하지만 도시처럼 짜증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이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조선소를 살펴보아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
① 조선업의 부활 후판시장 활력...하반기 수요 '맑음'
② '사양산업' 논란, 대체 수단 '無' 시장 수요 충분
③ 한‧중 ‘인건비 격차’ 10년간 2배 유지
④ ‘표준 선박 대량생산’ 일본, 오히려 쇠락
⑤ 한국 미래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있다
⑥ 韓中日 조선소, 제주도 반경 600km내 포진
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이 중국의 상위 조선소 50개소와 일본의 주요 조선소 30개소를 추려서 소재지를 조사하고 세계 지도 위에 건조량 기준으로 물방울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그 결과 중국의 주요 조선소들은 양쯔강(장강) 삼각주에 위치한 상하이(Shanghai)를 중심으로 한 반경 200km 안에 대거 포진해 있었다. 중국 조선 산업은 전통적으로 북쪽의 다롄(Dalian), 남쪽의 상하이로 양분되어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쪽 다롄은 방위산업 위주로 발전해가고 일반 상업 선박은 남쪽의 상하이 근처로 경쟁력이 편중되고 있다.
일본도 혼슈, 시코쿠, 규슈 등 3개 섬에 둘러싸여 마치 호수와 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는 ‘세토 내해(Seto Inland Sea)’의 조선해양 클러스터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중국의 상하이 클러스터와 일본의 세토 내해 클러스터를 직선으로 연결한 후 이를 지름으로 한 원을 그려보았다. 그러자, 중심이 ‘제주도 서귀포’ 근처인 반경 600km의 원이 그려졌다.
이 원안에는 한국의 울산, 부산, 경남, 전남 지역의 조선소와 중국의 상하이 및 저장성(Zhejiang) 및 강소성(Jiangsu)의 대표 조선소, 일본의 주요 조선소가 거의 모두 포함됐다. 전 세계의 80~90% 이상의 선박 건조를 책임지는 조선소들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반경 600km의 원안에 대부분 있는 것이다.
기후조건 완벽해야 조업 경쟁력 높아져
이 책임은 전 세계 각 지역의 월별 기온과 강수량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그러자 비교적 가까운 거리 안에 있는 한‧중‧일 주요 조선 도시의 기온, 강수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상하이가 부산보다는 연평균 기온이 더 높고, 세토 내해 쪽이 부산보다 강수량이 좀 많은 수준이었다.
조선산업은 기후의 뒷받침이 없이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배를 건조하는 과정 중에 필연적으로 자연과 맞닥뜨려야 하는 외업(Outdoor) 공정이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공장에 지붕을 씌워 옥내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문의도 있다.
그런데, 한국 대형 조선소들이 주로 짓는 선종은 길이가 300m를 훌쩍 넘는 선박들이다 폭과 높이까지 따지면 엄청난 크기의 철 구조물(Steel Structure)이다.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 타워가 555m이고 2위인 부산 엘시티 더샵이 411m, 3위인 여의도 파크원 타워가 338m 정도가 된다고 하니 배를 수직으로 세운다면 한국에서 3위나 4위권 건물이 될 수 있다.
참고로 한때 국내 최고층 건물이었던 63빌딩은 높이가 249m에 불과하다. 그러니 당연히 이 큰 건축물을 옥내(Indoor) 작업장에서 짓기는 불가능하다. 시설 건축비와 유지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든다. 결국 배의 최종 건조 단계에서는 옥외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옥외 공정은 당연히 기온, 강수량,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조선의 주요 작업은 용접과 도장인데, 용접은 온도가 너무 높으면 작업효율이 안 나고, 온도가 너무 낮으면 품질 불량을 일으킨다. 비가 내리면 품질 및 사고 위험 때문에 작업이 불가능하다. 도장 작업은 말 그대로 페인트칠인데, 전처리와 수차례의 반복(덧칠) 도장 공정마다 품질관리를 위해 습도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나마 블록의 도장은 환경문제 때문에 주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옥내 작업장에서 작업을 한다. 이때에도 습도가 높으면 품질 불량이 나기 때문에 날씨가 궂은날이면 제습기를 틀어놓고 습도를 낮춰 작업을 해야 한다. 온도가 낮은 날에도 페인트 작업이 안되므로 그때는 전기 히터를 틀어놓고 온도를 올려 작업을 해야 한다. 제습기와 히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작업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게다가 탑재나 의장 후 마무리 도장과 같이 옥외에서 꼭 해야 하는 페인팅 작업은 습도가 높거나 비가 오면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람도 불지 않아야, 자연조건 중요
옥외 작업은 바람의 영향도 크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의 용접 작업은 품질 불량을 일으킨다. 또한 옥외 도장 스프레이 작업을 할 때 바람이 세면 페인트를 날려 품질 불량, 원가 낭비 문제뿐 아니라 환경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면 크레인을 못 써 탑재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수백~수천t 되는 블록을 옮기는데 바람이 불어 그 무거운 블록이 그네처럼 출렁거린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바람 때문에 크레인을 못 써 주 공정(Critical Path)에 걸린 블록을 제 때 탑재하지 못하면 도크 안의 전 공정이 영향을 받아 하루에만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옥외 공정이 필수인 조선 산업은 어쩔 수 없이 온도, 강수량(습도),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자연조건에 따라 경쟁력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료: 대한조선학회, ‘조선인이 쓰는 조선 이야기’-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