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의 미래④] ‘표준 선박 대량생산’ 일본, 오히려 쇠락
[造船의 미래④] ‘표준 선박 대량생산’ 일본, 오히려 쇠락
  • 최현웅
  • 승인 2021.06.24 0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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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생산으로 창의력 실종, 도쿄대도 조선 버려
스스로 근원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패착으로
실패를 되돌리려고 노력하지만, 회복에는 어려울 듯
‘10% 코리아 프리미엄’ 여전, 선주 신뢰 높아

향후 한국과 중국 조선 산업의 인건비 경쟁력은 어떻게 변화할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중국 제조업 인건비가 최근 10년 동안 2배가 넘게 올랐다는데, 앞으로 10년 동안은 얼마나 더 오를까? ▲생산성은 한국 대비 70% 수준까지 따라왔다고 하는데, 10년 뒤 차이는 얼마만큼 좁혀질까?”

먼저 인건비 문제를 보면, 한국의 선박 제조 원가에서 직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선종에 따라 다르지만, 약 15~20% 정도다. 그러므로 중국이 인건비가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하면 전체 원가 기준으로 약 10% 정도의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이 수주한 선박과 중국 선박의 가격 차이다. 경영의 성과는 이윤이고, 이윤은 배의 가격에서 원가를 제외하여 계산한다. 같은 선가일 때 원가가 적게 들어간다면 경쟁력이 있지만, 싸게 만들어서 싸게 팔린다면 그 ‘낮은 원가’가 경쟁력이 될 수 없다.

- 글 싣는 순서 -

① 조선업의 부활 후판시장 활력...하반기 수요 '맑음'
② '사양산업' 논란, 대체 수단 '無' 시장 수요 충분
③ 한‧중 ‘인건비 격차’ 10년간 2배 유지
④ ‘표준 선박 대량생산’ 일본, 오히려 쇠락
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드라이도크에서 직원들이 유조선을 건조하고 있다. 사진=채현웅 기자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드라이도크에서 직원들이 유조선을 건조하고 있다. 사진=최현웅 기자

 

한국산 중고선박 가격 10% 이상 비싸

이러한 가격 차이는 적지 않다. 시황에 따라 선종에 따라 제각각 이긴 하지만 통상 조선업계에서 한국 선박은 시황이 나쁠 때는 약 5%, 좋을 때는 약 10%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즉, 선주들이 중국 배와 한국 배의 가격 차이를 그 정도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프리미엄을 받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중고선박 가격의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이다. 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성능은 한국산 선박이나 중국산 선박에 큰 차이가 없으나 중고선을 거래하는 시점에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한국산 선박이 중국산 선박 대비 내구성이나 성능 유지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므로, 이는 고스란히 잔존 가치 즉, 중고 선가에 반영된다.

결국, 중국산 선박은 10% 정도 싸게 만들지만 선가도 그 정도 싸니 원가 경쟁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없다.

언론과 금융권에서는 조선업계가 어려운 이유가 선가가 낮아, 저가 출혈수주를 하므로 이윤이 안 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건비가 높아서 안 돼”, “그래도 중국은 싸게 만드니깐 남겠지”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실상은 앞서 언급한 배경 때문에 한국 조선 산업이 어려우면 중국도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면 중국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중·일 조선업계가 너나 구분 없이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일본, 자동차 생산 방식 적용해 실패

1980년대 후반, 일본은 후발 주자인 한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인건비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에 분개했다. 따라서 한국을 이기기 위해 특유의 노련하고 똑똑한 근성을 발휘하여 이 치명적인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른바 ‘표준 선박 대량생산 작전’이 그것이다.

일본인 특유의 강점인 엄청난 품질 관리 능력과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선주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정말 ‘잘빠진 표준 선박’을, 마치 자동차 생산을 하듯 라인 생산으로 빠르게 뽑아내는 개념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획기적이었다. 가장 좋은 요건의 배를 가장 빠른 납기에, 무결점 품질로, 심지어 한국과 비슷한 가격으로 생산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략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단점 극복을 위해 취했던 선택이 나중에 치명적인 ‘장점의 훼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가 절감을 위한 표준선 정책을 시행하면서 많은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반복 생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설계도면을 볼 필요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효율이 극대화되었고, 큰 비용을 절감했다. 그러나 선주들의 ‘세세한 요구사항’은 ‘표준선 반복 생산’이라는 명목으로 거절되기 일쑤였고, 설비도 표준선에 최적화했기 때문에 새로운 선종을 위한 확장이나 변경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난 뒤, 조선소에는 새로운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위한 인력들이 거의 필요 없어지게 되었다. 엔지니어링 수요가 줄어들었으니 고정비를 늘리는 신규 인력도 충원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자 일본 내 전국 대학교의 조선공학과 학생들의 취업 문이 좁아졌고 수험생들은 조선공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다. 결국, 일본 조선 산업 중흥의 상징이었던 도쿄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는 1998년 ‘조선(Naval Architecture)’이라는 이름을 지우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직후 일본 조선 산업은 쇠락에 빠지며 ‘조선 산업 사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근원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한번 훼손된 경쟁력을 복구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일본은 뒤늦게 패착을 자각하고 최근 들어 조선 엔지니어들을 재육성하고,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과 장기 불황으로 낮아진 임금을 무기로 다시 한번 조선 산업에서의 부활을 꿈꾸고 있으나 그 길이 절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료: 대한조선학회, ‘조선인이 쓰는 조선 이야기’-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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