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력을 찾다①] 천시열 포항제철소장 "특유의 경쟁력 조직문화 갖추겠다"
[미래동력을 찾다①] 천시열 포항제철소장 "특유의 경쟁력 조직문화 갖추겠다"
  • 김종혁
  • 승인 2024.01.25 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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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피해복구 소중한 경험이자 가장 큰 원동력
저탄소 스마트(Smart) 기술개발로 ‘World Top’ 목표
탄소중립 실현 과정 ‘브릿지 기술’ 현실적 대안 중요
수소환원제철 조직신설 ‘HyREX’ 데모플랜트 본격화
저탄소 원료 극저 HMR 탄소포집 등 기술혁신 앞장
안전 우선 관리체계 확립…잠재적 위험 근원적 개선
협력사 포항지역사회와 경제 사회적가치 추구할 것

국내 철강산업의 역사를 써온 포스코가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탄소중립 패러다임에 맞춘 친환경 제철소로의 전환, 수소환원제철소 시대를 열기 위한 전사적인 역량이 집결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위기가 눈앞에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의 심화, 중국 수요의 감소 전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유지 강화,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격화 등 경영환경이 열악하다. 철강사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R&D)과 혁신, 생산현장의 중요성이 또다시 강조되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의 성지로 일컫는 포항제철소는 올해 4고로 스마트 고도화, 탄소중립 신(新)기술 적용 등을 위한 대규모 개수에 들어가는 한편 광양제철소에서는 250만 톤 규모 신규 전기로 도입을 추진한다. 특히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쇳물 출선 반백 년 대기록을 달성한 뒤 올해 백 년 기업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상태다. 대(大)전환 시기에 꾸준히 혁신 중인 포항제철소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포스코, 한국 철강의 태동을 알린 포항제철소는 올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천시열 부사장이 24대 포항제철소 소장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천시열 소장은 1965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재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나고야대 석사 과정을 밟았다. 포스코와는 1990년대부터 인연을 맺었다. 1991년 1월 광양제철소 냉연부로 입사했다. 광양제철소는 1987년 준공됐다. 성장의 첫 단계로부터 고도성장 과정을 몸소 체험한 현장 전문가로 손색이 없다. 포항제철소가 철강 역사의 초석이 됐다면 광양제철소는 포스코를 현재의 글로벌 ‘톱’ 반열에 올려놓은 2번째 심장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천 소장이 제2 창업에 준한 전환과 변신이 필요한 포항제철소 수장으로 낙점된 이유로 볼 수 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소장이 2024년 취임 이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소장이 2024년 취임 이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수장의 자리가 편치만은 않다.

천시열 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항제철 소장이란 중책을 맡아 큰 영광”이라면서도 “어깨가 많이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뚝심과 집념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탄소중립은 의심할 여지 없는 최대 현안이다. 천 소장은 “탄소중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소명이며, 우리 철강업계의 위기이지 기회”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생산체제가 안정화되는 전환기 동안 저탄소 브릿지(Bridge)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에 무게를 뒀다.

포항제철소는 수소환원제철소를 구현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하이렉스((HyREX) 데모플랜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협력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도 경쟁력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봤다. 포스코 고유의 혁신기법인 QSS 활동을 통한 ‘중소기업의 스마트 역량 강화 컨설팅’, 공동의 개선활동을 통한 ‘성과공유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천 소장은 “비즈니스 파트너사에 대한 단순 지원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할 것”이라며 “(이같은 협력관계는) 철강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과잉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그는 “철강 생산과 소비가 피크아웃(Peak Out) 단계에 진입했다. 포항제철소도 1고로, 1후판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능력을 조정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도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선재, STS제품 등 가격 하락, 산업용 전력 및 LNG 가격 상승 등으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항제철소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래는 본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천시열 제24대 포항제철소 소장

◆ 주요 이력

1991.01 ㈜포스코 입사(광양제철소 냉연부)
2005.05 – 2009.12 ㈜포스코 광양제철소 도금부 3도금 공장장
2010.02 – 2013.02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강판 가공 공장장
2013.03 – 2015.04 ㈜포스코 광양제철소 도금기술개발팀 리더
2015.04 – 2017.12 ㈜포스코 광양제철소 도금부장
2018.01 – 2018.12 ㈜포스코 상무보(기술경영실 기술기획그룹장)
2019.01 – 2019.12 ㈜포스코 상무(생산기술본부 생산전략실장)
2020.01 – 2021.12 ㈜포스코 상무(생산기술본부 생산기술전략실장)
2022.01 – 2023.12 ㈜포스코 전무(포항제철소 공정품질부소장)
2024.01 – 현 재 ㈜포스코 부사장(포항제철소 포항제철소장)

<Q> 제24대 포항제철소장에 취임하신 데 대해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어려운 시기에 부담감도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포항제철소장이란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영광이면서도,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탄소중립 요구, 무역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회사의 지속 가능한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포항제철소는 지금까지 특유의 강인한 의지로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뚝심과 집념으로 포항제철소의 미래 경쟁력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Q>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 경기 침체 등 난관이 많았습니다. 포항제철소 대응을 평가하신다면?

<A> 지난해는 대내외 위기 극복과 함께 회사의 미래를 설계한 한해였습니다. 사상 초유의 냉천 범람 침수 피해복구를 135일 만에 완료하고 2월부터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였으며, 7월에는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을 맞이해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서, 새로운 100년 도약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Q> 최근 몇 년간 포항제철소의 핵심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몇 가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2022년 9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포항제철소 냉천 범람 침수 피해가 가장 핵심적인 변화였습니다. 어디서부터 복구에 손을 대야 할지조차 막막했던 상황 속에서도 우리 직원들은 절망하기보다는 합심해서 복구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수해복구 과정을 통해 50년간 쌓아온 포스코만의 기술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으며, 모두가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하여 기업진화이론의 대가인 미국 스탠퍼드대 윌리엄 바넷 교수는 ‘기후변화로 전세계 기업들의 물리적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포스코의 수해복구 사례는 자연재해와 맞서 싸워 어려움을 극복한 소중한 기회였으며, 앞으로 많은 회사들에게 중요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포스코의 위기 극복 경험은 포스코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천시열 제24대 포항제철소 소장
천시열 제24대 포항제철소 소장

<Q> 포항제철소는 그간 포항지역, 철강산업 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A> 포항시와 포항제철소는 반세기 이상을 함께해 온 동반자로 지금까지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나온 지 50년 만에 포스코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글로벌 철강회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응원으로 포항제철소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포항제철소는 자매마을 결연, 재능봉사단 활동과 함께 교육, 문화예술 지원 등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가 기부한 포항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는 지금까지 200만 명이 훌쩍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포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포항 관광산업 발전은 물론 주변 상권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포항제철소는 비즈니스 파트너사에 대한 단순 지원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며, 철강업계와의 상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철강 ESG 상생 펀드와 상생협력 특별펀드와 같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였으며, 협력기업과 공동으로 개선 활동을 수행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 포스코 고유의 혁신기법인 QSS 활동을 통한 ‘중소기업의 스마트 역량 강화 컨설팅’ 등을 통해 더욱 강건한 철강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변화에도 주목됩니다. 단기, 중기적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A> 포항제철소는 저탄소, 스마트(Smart) 기술 개발 가속화로 월드톱(World Top) 제철소를 지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포항제철소는 사일로, 집진기 신설 등의 조치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환경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의 구현을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HyREX 데모플랜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며, Smart 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데이터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인당 생산성도 향상해 나갈 계획입니다. 포항제철소는 앞으로도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개발에 앞장서며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Q> 위 질문에 덧붙여 산업계 패러다임은 탄소중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포항제철소의 모토가 있을까요?

<A> 탄소중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소명이며, 우리 철강업계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생산 체제가 안정화되는 전환기 동안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탄소 브릿지(Bridge)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야 합니다. 저탄소 원료 사용 증대, 극저 HMR기술, 탄소포집 기술 등 기술 혁신으로, 원료-공정-제품으로 이어지는 생산 밸류체인을 저탄소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해 포스코가 신(新)철기시대의 퍼스트무버이자 미래 소재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포항제철소가 앞장서겠습니다.

<Q> 철강산업의 공급과잉은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생산능력 조정의 필요성, 생산시스템의 변화, 원가경쟁력 확보 등에 업계 고민이 많습니다. 포항제철소는 어떤가요?

<A> 철강생산·소비가 피크아웃(Peak Out)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포항제철소도 1고로·1후판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능력을 조정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선재, 스테인리스(STS) 제품 등의 판매가 하락, 산업용 전력 단가와 LNG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원가 상승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포항제철소는 생산성 증대와 가공비, 에너지비용 절감 활동 등을 적극 추진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Q> 신년사에서 안전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안전교육, 관리시스템 등 제철소의 안전관리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A> 현재 포항제철소는 모든 외부 작업자가 안전교육을 받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으며, 외부 장비들 역시 안전점검확인서가 없으면 제철소 내로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포항제철소의 모든 작업은 작업지시서를 바탕으로 진행되며, 현장에서 안전점검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안전작업허가서 발부 후 작업 수행’ 원칙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작업 전에는 TBM을 진행하여 작업절차 및 유의점 숙지, 안전상태를 점검하도록 의무화 하였습니다. 한편 제철소의 모든 직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자기 주도적인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 작은 안전행동이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누구나 안전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평적인 안전 소통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크레인, 가동설비, PSM 설비 등 핵심 위험요인에 대한 근원적 개선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조직문화, 임직원 일터라는 측면에서 소장님께서 구상하시는 포항제철소 모습은 무엇인가요?

<A>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모두가 존중받고 안전해서 행복한 제철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를 믿고 격려하는 뜨거운 동료애가 있었기에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인정과 칭찬을 통해 조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직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포항제철소만의 유연하고 규율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Q> 포항제철소 소장님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평소 즐기는 취미나 건강, 회사 및 개인적인 대내외 관계 등 평소 각별히 챙기는 습관이 있으신가요?

<A> 매일 아침 운동 삼아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산책 중 그날의 업무에 대한 생각을 미리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주로 산행을 즐겨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포항제철소는 매출 100조를 향해 나아가는 포스코그룹의 모태입니다. 자본도 자원도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여 포항제철소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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