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과 금전 만능주의에 빠진 많은 사람들은 억압과 비교 경험으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있다.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은 마틴 세리그만이 연구한 동물에게 볼 수 있는 행동의 유형의 하나로, 고통스럽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면 이로 인해 벗어나거나 회피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사람도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는 현상이다. 이런 무기력이 생기는 여러 이유로 체력 저하, 반복적 스트레스, 자율성 없는 환경을 들지만, 가장 큰 원인은 스스로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과 예측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이다.
학습된 무기력의 예는 많다. 서커스단의 코끼리는 자기 몸무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련사에게 조종당한다. 야생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어린 코끼리를 유인해 우리에 가둔 후 발에 굵은 쇠사슬을 채우고 나무 기둥에 묶어둔다. 처음에는 발버둥을 치지만 벗어날 수 없다는 학습이 된 이후에는 자라서 충분히 말뚝을 뽑을 수 있는 힘이 생겨도 여전히 그곳에 묶여 있다.
벼룩을 통에 가두어 뚜껑을 열어두면 밖으로 뛰어넘는다. 그러나 뚜껑을 닫으면 탈출하려고 계속 뛰다가 그만 포기해 버린다. 이후 뚜껑을 열어두어도 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벼룩의 성장기에 가두어 두면 다리가 제대로 발달을 못해 점프력이 약해지는 이유도 있지만 스스로 뛰는 것을 포기한다.
심리학자 릭너의 들쥐 시험도 있다. 원래 들쥐는 사납고 경계심이 많아 사람에게 잡히면 도주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들쥐를 잡아 긴 물통에 넣고 60시간 정도 수영하게 하면 익사하는데 이들의 죽는 공통점은 무기력에 의한 절망감이다. 평균 60시간 정도 헤엄칠 수 있는 쥐들도 물통으로 옮기는 중에 연구자가 손에 꽉 쥐고 있던 쥐들이 가장 먼저 죽었다. 도망칠 수 없는 혐오 상황 통제 불가능을 경험하고 쉽게 생을 포기한 것이다. 쥐의 중요한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 수염을 잘라버려도 금세 죽어버렸다.
일본 심리학자 도널드 히로토(Donald Hiroto)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도 학습된 무기력의 효과가 유사하다고 밝혔다. 히로토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두 가지 학습된 무기력 실험을 하였다. 한 실험에서는 도구적 실험 과제를 택하고 혐오 자극으로 소음을 사용한 실험을 하였다. 도피 가능한 집단은 버튼을 누르면 소음이 꺼지도록 학습하였다. 다른 집단은 동일한 소음을 듣게 했지만, 스스로의 어떤 반응으로도 이를 통제할 수가 없게 했다. 통제집단인 피험자에게 소음을 들려주었는데 도피 가능 집단은 손을 옮겨 반응을 했지만, 다른 집단의 대부분은 수동적으로 앉아서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소음을 받아들였다.
무기력이 지속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극복 방법은? 첫째, 자존심 회복이다. 제대로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자신의 운명을 중시 여기고, 부끄러워하거나 증오하지 말라.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라. 남들이 자신을 위해 딱히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둘째, 발아래를 보지 않고 이상만 추구하며 앞으로 나가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이상 추구만 하는 사람은 결국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 로렌스 피너가 주장한 피터의 법칙은 “위계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일을 잘해 승진하지만 승진한 후에는 다른 분야의 일까지 담당한다. 직위가 높아질수록 일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져 급기야 무능력해진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능력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셋째,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과 라포 형성을 한다. 작은 성공 경험이 모여 신체감각을 회복시킨다. 넷째, 긍정적 사고 연습,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이를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할 수 없어.” 대신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자기 칭찬, 작은 성공이라도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습관을 들인다.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섯 번째, 활동적인 생활 유지, 정기적인 운동이나 취미 활동에 참여하여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한다. 일곱 번째,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말고, 자기 비교와 협력한다. 자기 비교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밖에 성공 모델링에 따른 보상 습관과 삶의 중심을 나에게 맞춘다.
생각을 너무 부풀리지 말자. 내 인생의 발목을 잡는 은밀한 방해자, 학습된 무기력은 아듀Adie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