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부작위 편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부작위 편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 정하영
  • 승인 2024.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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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심리학은 인간의 선택에 관한 두 가지 심리적 편향을 얘기한다.

‘행동 편향(action bias)’은 결과 예측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혹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낫다는 믿음이다.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으려 좌우로 몸을 날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의 개념은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다. 어떤 일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해보다, 행동하지 않으면 나타날 손해를 덜 나쁘다고 믿는 경향이다. 여기서 ‘부작위(omission)’는 누락, 태만을 뜻하며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이다. 가만있는 것을 못 참는 행동 편향 심리와는 정반대다.

미국프로농구(NB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팽팽하게 전개되는 경기일수록 심판은 결정적 순간에 호루라기를 훨씬 더 적게 분다고 한다. 사실 다른 때 보다 단호한 행동이 필요한 순간임에도 오히려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뜨겁게 맞붙은 경기의 선수와 감독, 관중 긴장감이 최고조인 순간에 호루라기를 불어 괜히 오심의 문제로 심판이 제소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표적 지식경영인 롤프 도벨리가 쓴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행동 편향은 상황이 불분명하고 모순적일 때 나타나지만, 부작위 편향은 이해득실이 빤히 보일 때 두드러진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폐해는 행동을 통해서 예방하려고 노력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폐해를 예방하는 것은 우리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후 한국 기자들에게 7~8차례나 질문 기회를 줬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엉뚱한 질문으로 혼자 망신을 당하지 않겠다는 심리로 모두가 입을 다문 것이다.

부작위 편향은 ‘무책임’과도 상통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실패하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않으면 된다는 비겁한 행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전하고 실패해도 재도전의 의지를 불태워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멀리해야 할 것이 부작위 편향이다.

‘긁어 부스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등은 함부로 자기 의견을 내지 말라는 뉘앙스다. 즉 위험이 따르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란 얘기다. 그밖에 속담으로 “개구리는 울다가 뱀에 잡힌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잠자는 개 건드리지 마라”, “자는 아이 깨우지 마라.” 등이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조프스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예로부터 불운과 책임을 회피하기 가장 안전한 수단이었다. 행동하지 않음을 선호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그에 의해 각자가 자기의 것을 취하며, 법이 정하는 바대로 하는 미덕이다.”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과감하게 인정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부작위 편향을 배격하면서.

미국 펜실베니아대 심리학자 조너선 배런의 실험에서 부작위 편향 현상을 증명했다. 실험에 참가한 부모들에게 “아이가 위험한 전염병에 걸리는 걸 막으려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접종을 하면 부작용으로 1만 명 중 5명이 사망하고 접종하지 않으면 1만 명 중 10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를 알려주었다. 이런 조건에서 부모들은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 통계로 보면 접종하지 않을 때의 사망확률이 접종했을 때보다 두 배 높다. 그럼에도 실험 결과 대다수 부모들은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았다. 접종 부작용을 감염 위험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낀 것이다.

옛말에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놔두면 될 것을 굳이 건드려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명언이야말로 행동 편향과 부작위 편향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슬기로운 중용의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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