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의 고철 이야기] 철스크랩의 중요성과 장기 수급
[박봉규의 고철 이야기] 철스크랩의 중요성과 장기 수급
  • 박봉규
  • 승인 2023.11.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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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최근 전 세계적인 이슈 중 해결에 시간 및 비용 투입 면에서 어려운 문제는 기후 위기에 따른 ‘2050 탄소중립’ 실행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철강산업에서는 제철소의 코크스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CO₂가 발생한다. 철강업계에서 가장 확실한 CO₂ 감축 방안으로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환원제로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법’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환원제철법’의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철강 제조 기술에서 CO₂ 배출을 대폭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방법은 철스크랩 사용량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철스크랩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월초 대구에서 개최된 ‘SMK2023 아젠다 컨퍼런스 – 탄소제로, 트렌드와 기술’에서도 철스크랩의 중요성은 확인된다. 현시점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탄소 배출 감축 수단은 철스크랩 기반의 전기로 공정(포스코경영연구원),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친환경 철원으로서의 철스크랩 중요성 부각(산업연구원), 저탄소 사회 구현을 위한 혁신 공정으로 미래형 전기로 기술 개발(한양대) 등의 연구자들의 언급이 그것들이다. 또한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발전 전략으로 원료 공급망 강화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철스크랩 관련 규제 및 제도 정비로 공급기업 역량 강화, 철스크랩 활용도 제고 및 품질 향상, 철스크랩 산업화 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방안 제시(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등 철스크랩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그러나 국내 철스크랩의 수급상황을 보면 아쉽게도 100% 국내에서 자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철강협회의 <철강주요지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철스크랩 국내 수요 3,339만8천톤에 대하여 국내 구입량 1,805만톤과 수요 제강사의 자가발생 763만9천톤으로 충당하고 부족분은 수입(800만6천톤, 국내 수요 대비 24.0%)하였다. 2022년의 경우 국내 수요 2,668만9천톤에 대하여 국내 구입량 1,725만6천톤과 제강사 자가발생 505만9천톤, 수입 466만2천톤(국내 수요 대비 17.9%)으로 국내 수요(▲670만9천톤, 20.0%)와 수입량(▲334만4천톤, 41.8%)이 대폭 감소하였다. 또한 국내 구입(▲79만4천톤, 4.4%) 역시 소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주요 수요산업인 건설경기의 부진에 따라 전기로 설비 폐쇄 및 가동 중지를 통하여 철근 및 형강 생산을 감축하면서 주요 제강사가 국내 철스크랩 우선 구매 정책을 실시하여 국내 구입량은 줄이지 않고 외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철스크랩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2023)에 따르면, 2010년 철스크랩 국내 수요 2,930만톤에 대하여 국내 구입 1,625만6천톤(가공 542만7천톤, 노폐 1,082만9천톤), 자가발생분 492만톤을 재활용하여 부족분은 812만4천톤이었다. 2020년에는 국내 수요 2,645만2천톤에 대하여 국내 구입 1,615만5천톤(가공 524만2천톤, 노폐 1,091만3천톤), 자가발생 589만1천톤을 조달하여 부족분은 440만6천톤이었다. 그러나 2030년에는 국내 수요 3,275만2천톤에 대하여 국내 구입 2,270만톤(가공 537만톤, 노폐 1,733만톤), 자가발생으로 637만9천톤 조달하여 부족분은 367만3천톤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구입 중 가공 스크랩은 철강재를 가공·조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말하며, 노폐 스크랩은 철강재로 만들어진 가전제품 및 생활용품의 폐기, 주택·빌딩 등 철구조물의 철거, 선박 및 기계 해체 등 사용 후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을 말한다. 따라서 가공 스크랩은 당해 연도의 제조업 경기 특히 철강재 다소비 산업인 조선, 자동차, 기계 산업의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노폐 스크랩은 과거로부터의 철강축적량에 영향을 받는다. 노폐 스크랩은 철강축적량의 1.0~1.5% 정도 회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의 2030년 철강축적량은 10억톤으로 추정되어 1.7% 정도 회수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30년 국내 철스크랩의 수급 변수는 노폐 스크랩의 회수율 향상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철스크랩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데,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인용한 일본의 SRR(2023)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77만8천톤의 수출 여력이 있던 일본이 2030년에 국내 수요 3,214만2천톤에 공급량이 3,274만4천톤으로 여유분이 60만2천톤으로 전망되어 이는 사실상 수출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철스크랩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부족량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철스크랩의 자급화가 진전됨에 따라 자국 내 철스크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며, 고품질화 설비와 기술혁신이 수반된 가공처리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는 일본 전문가의 언급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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