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속세를 초월한 장자로부터 배우는 처세술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속세를 초월한 장자로부터 배우는 처세술
  • 김진혁
  • 승인 2023.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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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역경에도 불만을 품지 않고 영달을 해도 기뻐하지 않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성공해도 자만하지 않는다.” - 장자

전국 시대 도가(道家)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생사와 시비, 부귀 등 세속적인 욕망을 초탈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점주의(perspectivism)’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의견은 결국 각자의 관점에서 나오기에 이른바 보편타당한 객관적 기준이 있을 수 없다.

“여희(미모가 뛰어난 왕비) 같은 미녀를 두고 남자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그녀들을 보자마자 물속 깊이 들어가 숨는다”라는 장자의 말처럼, 모두 각자의 처지에 따른 것으로 자신의 견해를 절대화할 수가 없다. 오리발이 짧은지, 학의 목이 긴지,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서로 다른 사물 간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내 관점’에만 집착하지 말고 ‘상대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장자(莊子)』의 <소요유 편>에 ‘손 안 트는 비결’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옛 중국 송나라에 어떤 비방약을 사용하는 일가족이 있었다. 그 약을 겨울철에 발라주면 피부가 트지 않고 동상에 쉽게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집안은 대대로 겨울철에도 옷감을 빠는 일을 생계로 삼아 부족하지 않게 살았다. 반면에 전국을 다니며 행상을 하던 이가 이 약에 관한 소문을 듣고 엄청난 돈을 주고 그 비법을 손에 넣었다. 오나라의 왕을 찾아가 이 비방약을 바치고는 군사상 전략적 비법으로 쓰도록 조언했다. 이 비방약의 효용을 안 오왕은 한겨울에 월나라를 공격해서 큰 승리를 거둔다. 그 비방약을 바친 행상인에게 많은 땅과 관직을 주어 자손 대대로 잘살게 되었다. 똑같은 비방약이면서도 어떤 이는 그것으로 겨우 무명천을 빨아 세탁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어떤 이는 자손 대대로 부유하게 살았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주어진 일생을 그냥그냥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려운 고비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는 사람도 있다.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는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생긴 얕은 웅덩이에 물이 말라 죽음에 처한 붕어라는 뜻의 ‘학철지부(涸轍之鮒)’ 이야기가 나온다. 끼니를 때우기가 어려워진 장자(莊子)가 친구인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리려고 찾아갔다. 감하후는 시원하게 말했다. “좋소. 내가 곧 영지의 세금을 거두면 선생께 300금을 빌려 드리겠소. 그럼 되겠소?”

장자가 발끈 화가 나서 낯빛을 바꾸며 말했다.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 길에 수레바퀴 자국 안에 붕어가 있었소. 붕어가 말하길 동해의 물길을 담당하는 신하인데, 한 됫박의 물로 자기를 살려 줄 수가 없겠냐”라고 물었다. 내가 좋다고 하면서 말하길 “지금 오나라 임금을 만나러 가는 데 도착하면 그곳에 있는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가 주겠소”라고 했더니, 화가 난 붕어가 낯빛을 바꾸며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한 됫박의 물만 얻으면 살 수가 있는데 선생의 말을 듣고 기다리면 차라리 건어물 가게에 가서 나를 찾아보는 것이 빠를 것이오”라고 했다. 장자는 붕어의 비유를 들어서 자신의 처지를 말했다.

이 예화를 통해 소요유(逍遼遊)사상과 만물제동(萬物齊同) 정신을 깨닫게 된다. 소요유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경지에서 노니는 정신’으로 모든 대립과 차별을 거부한다. 만물제동은 우주 만물은 하나의 조화로 구분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편견으로 구분하지 말자.

많은 직장인의 비애는 딱히 능력도 사라지고, 동기가 승진하는 데 자신은 잘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무력감이다. 나이가 들면서 공허감과 회의가 찾아온다. ‘동양의 니체’로 불리는 장자는 직장인들에게 답답하고 괴로운 직장에서 당당하게 살라고 한다. 세상일이란 모두 동일하다. 직장을 위해 가정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현재 급한 일을 도와주고 자연과 합일하고, 주변과 자연스럽게 소통해야 한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나’로 거듭나라. 남과의 비교는 남의 신발을 신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only one를 발견하라. 직장 일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일에 열심을 다 한다.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장을 실천하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떠하겠는가? 직장과 인생이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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