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은퇴를 은퇴시켜라, 일의 소명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은퇴를 은퇴시켜라, 일의 소명
  • 김진혁
  • 승인 2023.10.05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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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우리는 나이가 든다고 놀이를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노는 것을 멈추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요.” - 조지 버나드 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은퇴의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은퇴’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시나요? 이제는 일하지 않고, 하루를 여유 있게 즐기는 멋진 모습인가요? 아니면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무의미한 삶’의 모습인가요? 은퇴는 특권이나 고독도 아닌, 일할 때와 전혀 다른 또 다른 생활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신의 노후준비는 어떠한가? 노후는 모든 세대의 근심거리가 됐다. 노후준비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 어떻게 되겠지 라고 미루는 사람, ‘은퇴 노이로제’로 무기력한 삶을 사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는 노후준비가 어려운 문제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이다. 올바른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주요 지출 항목을 바탕으로 노후 생활비를 계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계획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최소한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는 50세부터는 명확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첫째,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단단히 수립한다. 소위 3층의 연금소득 보장체계로 1층은 국가에서 보장하는 국민연금, 2층은 회사가 적립해 주는 퇴직연금, 3층은 개별적으로 금융기관에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다. 1, 2층은 대부분하고 의무적으로 들고 있지만, 개인연금은 여유 있어야 든다는 생각에 미루는 경향이 있다. 슬기로운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개인연금을 챙겨야한다.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를 잊지 말자. IRP는 근로자가 퇴직 시에 받은 퇴직금 또는 재직 중 노후를 위해 여유자금을 납입할 수 있는 퇴직금 전용 계좌이다.

둘째, 매년 물가 상승률과 개인적인 투자 실패를 막기 위해서 10년 이상 운용하는 장기상품을 고려하라. 분산 투자해라.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방향성이 다른 자산에 나누어 분산효과를 높인다. 노후준비는 마라톤과 같다. 개별 자산의 포트폴리오와 목표 수익률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은퇴준비의 최적은 “은퇴까지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계획 대신에 제2, 제3의 직업을 갖기 위해서 자기 계발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다. 길을 걸어가는 이름 모를 행인들의 얼굴을 보면 모두가 평온해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알아보면 각양각색의 아픔과 슬픔 등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은퇴도 삶의 시계추와 같이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중대한 사건이다. 직장과 일 사이에서 서성이며 방황하는 것은 비단 젊은 사람뿐만 아니다. 직장이란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오기 위한 숙명과 같아 나이에 관계없이 고민되는 일이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 몇 번이고 주어진 일에서 절망과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단지 일에서 은퇴했다고 절망과 고통이 사라지거나 자기실현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세계를 건너야 하는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든 꽃은 시든다. 청춘도 세월에 무릎을 꿇듯이 건강도 지혜도 잠시다.” 흰머리로 채색되고 상실과 질병으로 나타나는 노인의 삶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은퇴라는 외침이 있을 때 마음의 이별을 준비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용감성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우리를 돕고 감싸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노동은 노예들이 하는 일로 경멸했다. 철학자 니체는 “현대인들은 노동의 존엄이라는 체면에 빠져 본인이 노예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은 신성하고 존엄하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초기 자본주의 모습에서 일의 소명의식을 강조한다. 특히, 네덜란드의 자본가들은 다른 유럽의 자본가들과 달리 자신들이 쌓은 부를 통해 도시가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에서 일의 의미를 찾았다. 이러한 소명의식이 서구의 기업가정신으로 발전되었다.

자본주의는 일하지 않는 자들은 부끄럽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생존하기 위해 노동해야 한다. 그러나 먹고사는 영역 밖의 노동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노동을 줄이고 여가를 늘리고, 봉사활동 등 돈이 안 되는 활동을 늘려가야 한다. 니체의 말대로 노동은 숭고한 것도 신성한 것도 아니다. 그저 피할 수 없는 선택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의 은퇴를 은퇴시키기 위한 각오를 살펴본다. 첫째, 돈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 둘째, 내 시간을 온전히 관리한다. 셋째, 끊임없이 배운다. 넷째,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다섯째, 멋진 죽음을 준비한다. 아름다운 은퇴를 준비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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