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이야기] ‘저탄소 철강재’ 생산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나병철의 철강이야기] ‘저탄소 철강재’ 생산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 나병철
  • 승인 2023.04.0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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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세계 모든 국가 및 산업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일관제철공정은 특성상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강업계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 중이지만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프로세스를 국내외 유수의 철강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중에 있지만 단기간 내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과도기적으로는 철강생산 공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상의 시설이나 해저 시설에 저장하는 방법과 전기로를 신설하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30%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철강회사들의 이러한 대응에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유럽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철강 수요산업계에서 ‘저탄소 철강재’를 채택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Volvo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철강재를 채택한 ‘신형 트럭’을 개발한 바 있는데, 이미 고객인 Amazon 및 Unilever와 운송 회사인 DFDS 및 Simon Loos 등에 최초의 차량을 인도한 바 있다.

Volvo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철강재를 사용하기 시작한 세계 최초의 트럭 제조업체로서, ‘저탄소 철강재’는 스웨덴의 철강회사인 SSAB사의 제품을 조달, 사용하고 있다. SSAB사의 이 철강재는 그린 전기 및 수소를 사용하여 생산된 제품이다. 향후 Volvo는 SSAB사 이외에도 스웨덴의 철강회사인 Ovako사와도 제휴하여 ‘저탄소 철강재’를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 Salzgitter Steel은 BMW자동차 그룹의 모든 유럽 부품 가공공장에 ‘저 이산화탄소 공정(Low-CO₂ process route)’을 통해서 생산한 철강재를 2026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BMW의 유럽 프레스 공장에서는 연간 50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양사는 5년 전부터 협력하여 BMW 라이프치히(Leipzig) 스탬핑 공장에서 재사용 가능한 철스크렙을 회수, 철강생산에 다시 투입하는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BMW는 Salzgitter와의 계약 외에도 스웨덴 스타트업인 H2 Green Steel과 2025년부터 수소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저탄소 철강재’를 조달하기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 밖의 Mercedes-Benz 및 GM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사들도 조만간 ‘저탄소 철강재’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강산업계가 하루빨리 ‘저탄소 철강재’ 생산 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압박,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철강산업계의 자체 목표, 자동차 등 Value Chain 업계의 ‘저탄소 철강재’ 요구 및 최종 고객의 인식변화 등을 고려할 때 숙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전세계 ‘저탄소 철강재’ 수요는 2021년 700만톤에서 2025년 4,100만톤, 2040년까지는 2억3,500만톤까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판재류의 경우 전체 수요 중에서 ‘저탄소 제품’의 비중이 26%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세계 철강수요의 절반을 ‘저탄소 철강재’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약 11조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누가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는 국내 철강업계, 수요업계, 정부 등 이해 관계자들도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R&D 자금 적극 지원, 철강업계의 자체 기술개발/설비투자 강화 및 수요산업계의 적정한 철강재 가격 상승 폭 수용과 같은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미리 고민해 보는 자세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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