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미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앞질렀다. 그러나 아직은 한 가지만 잘한다. 최강 바둑 AI 카타고(Katago)는 그림을 못 그린다. 그림을 잘 그리는 인공지능은 게임을 못 한다. 사람은 이 모든 걸 그럭저럭 다 할 수 있다. 이것이 사람과 인공지능의 차이이다.
그러나 AGI(범용인공지능)는 사람처럼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스스로 배우고,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오픈 AI의 샘 올트먼은 AGI가 5년 안에 온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조금 더 신중하다. 5년보다는 10년에 무게를 둔다. 오픈 AI와 앤트로픽 등은 늦어도 2030년대 말에는 모든 분야에서 사람 같은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본다.
몇 년 빠르고 늦고는 중요하지 않다. 방향은 정해졌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청년들 일자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30세 미만 고용보험 가입자는 1년 전보다 6만 5천 명이 줄었다. 법률종사자가 13개월 연속 줄었고, 회계·경리 사무원은 11.5%,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0% 감소했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면서 자격증을 따고도 자리를 못 구하는 ‘미지정 회계사’가 급증했다. 미국에서도 로펌들이 신임 변호사 대신 인공지능에게 법률 리서치를 맡긴다고 한다. 전문직 신입이 가장 먼저, 가장 세게 맞고 있다.
그런데 정작 4, 50대는 이 변화를 별로 체감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일에서는 앞서지만, 사람을 상대하고 조율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일에는 아직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회의를 이끌고, 후배를 다독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그래서 이 세대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별 위기감 없이 정년을 향해 갈 수 있다. 4, 50대는, 솔직히 말해, 괜찮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세대가 정말 걱정해야 할 건 내 자리가 아니라 자녀의 자리다. 10년이면 AGI가 온다. 그 10년은 공교롭게도 지금 고등학생이, 조금 늦어져도 중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이다. 부모는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자녀들은 하필 AGI가 무르익는 순간에 취업 전선에 나선다.
AGI는 사람처럼 직장에서 배우고, 판단하고, 일을 처리한다. 굳이 사람을 쓸 이유가 없다.
지금은 전문직 신입만 대체되지만, 자녀 세대가 사회에 등장할 땐 모든 일에 인공지능이 넘본다. 부모 세대가 별 탈 없이 버텨온 그 자리가, 자녀 세대에게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몸을 쓰는 일로 방향을 틀면 될까. 그렇지 않다. 피지컬 AI가 오고 있다. 로봇 몸에 인공지능과 센서를 결합해,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던 로봇이 스스로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일자리의 반 이상이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자동차 공정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고용은 벌써 24개월째 줄고 있다.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자녀 세대가 들어설 자리는 곳곳에서 좁아지고 있다.
부모가 안전한 건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 일이 앞으로도 사람 몫이라서가 아니다. 자녀는 그 문턱에 아직 서보지도 못했다.
정작 울어야 할 사람은 지금 괜찮은 부모다. 자기 자리를 안심하기 전에, 자녀가 10년 뒤 들어설 자리부터 걱정해야 한다. AGI 시대, 자녀를 위해 울어야 하는 시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