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조기 도입’…기초비용 절감 및 운영체계 고도화
가치부가·사업다변화 ‘투트랙’…5~10년 성장산업향 품목 확대
“변혁의 주인공, 유통업계…중장기 안목으로 고민해야 할 것”
특수강 업계는 가격 왜곡과 수익성 압박에 직면했다. 중국발 저가 수입재 유입이 확대되면서다. .제강사는 물론 유통사의 부담도 한층 커졌다. 업계는 새해에 반덤핑 조치를 계기로 수급 정상화와 시황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품질 경쟁력 강화 및 공정 효율화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주요 특수강 유통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스마트팩토리 전환으로 운영 기반을 고도화하고, 가치부가 및 사업다각화로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어진철강 이성진 대표를 만나 특수강 봉강의 향후 전망과 새로운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어진철강은 특수강 업계에서 발빠르게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고 있다. 공정 혁신을 효율화, 고부가가치화, 사업다변화 등을 축으로 삼는 것이다. 철강산업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메가트렌드인 AX, DX로 전환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어진철강은 1974년, 마봉강 사업으로 철강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마봉강 분야는 시장에서 낯선 분야였다. 이렇게 시작한 사업은 50여년이 지나 현재는 마환봉, 흑피봉강 등 우리나라 특수강 봉강 유통 분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포트폴리오도 다각화했다. 어진메탈텍은 자동차 부품용 소재 전문기업으로, 어진특수강은 자동화 네트워크 인프라 개발 구축 및 철강기반 구조물을 해석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특히 스마트팩토리는 어진철강의 핵심 경쟁력이다.
일찍이 운영체계 고도화에 나선 덕분에 공장 설계 단계부터 최적의 효율을 구현해 기초 비용을 절감했고,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관련 연구는 현재진행형으로, 일부 과제는 이미 현장에 적용되어 생산성 향상과 품질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이성진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 대표는 국내 1호 아이폰 개통자라는 이색 타이틀을 갖고 있을 만큼 IT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그는 LG전자 재직 시절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기획 및 UX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며 디지털 감각을 익혔다. 이를 전통 제조업인 철강 유통 현장에 접목해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진두지휘한 것이다.
이 대표는 "IT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8년 가업인 철강업계로 돌아왔을 때, '기존의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IT와 통신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고, 3D 시뮬레이션 등 해석 작업을 통해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진철강은 유한요소해석(FEM)을 진행,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선택한 강종의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다. 엑세스포인트(AP) 배치, 채널 분배 및 출력 제어 등의 통신 기술도 연구, 개선하고 있다. 이는 톱기계 장비들과 서버 간의 무선 연결을 최적화하는데 효과적이다.
중장기 성장전략으로는 ▲가치부가 ▲사업다변화를 제시했다.
우선 유통 단계에서 관리, 배송, 절단 정밀도, 불량 선별 등 전 과정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품목을 확대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 과정에서 확보한 AI, 전자, 통신, 보안 역량을 신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산업 환경에 대해서는 ‘혁신’과 ‘효율증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다수 유통업체는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 축소와 수익성 악화 등 장기 침체에 빠져있다. 사업 중단을 고민할 정도다. 수입산마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유통업계가 해소할 핵심 과제는 신뢰를 꼽았다. 정품이 아닌 제품을 유통시키거나 출혈경쟁을 벌이는 현실은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대표는 "향후 철강 유통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면밀히 지켜봐야한다"며 “어려움을 타개할 변혁의 주인공은 제강사나 고객사가 아닌 유통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이성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어진철강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기업은 1974년 창업 이래로 마환봉과 흑피봉강으로 대표되는 특수강 봉강 유통의 한길만을 걸어왔습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고객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에 힘입어 오늘날 봉강 유통 전문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서 자동차 부품용 소재 전문 기업(어진메탈텍)과 철강 관련 자동화 네트워크 인프라 개발 구축 및 철강기반 구조물 해석 연구를 준비하는 기업(어진특수강)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주력 품목·강종은 무엇인지?
마봉강 (환봉, 육각봉, 사각봉)과 흑환봉 (환봉 및 사각봉), 그리고 SS275 (SS400), S20C, S45C 등의 탄소강 계열과, SCM415/420/440, SNCM, 쾌삭강, 베어링 강 등의 특수강 봉강을 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에 11기의 정밀 원형 톱장비 (써클라쏘)와 450파이까지 절단할 수 있는 띠톱날 톱장비 (밴드쏘) 2기를 통해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Q> 원자재 조달은 어떤 메이커·공급사 라인업으로 진행 중인지?
당사는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의 탄합/특수강 소재를 취급하는 공식 대리점입니다. 국내의 대다수 마봉강 인발사(현대종합특수강, 세아특수강, 동일스틸럭스, 동일제강, 광진실업, 청우스틸 등)를 통해 다양한 사이즈와 강종을 매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필요하다면 수입산도 대응이 가능합니다.
<Q> 경쟁사 대비 강점은 무엇인지?
모든 입고 제품에 대하여 자사에서 별도 라벨(태그)을 발행하여 입고 소재와 출고 소재에 대한 Lot별 관리를 통해 혼입·불량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봉강의 경우 공장 내부에 결로 방지 및 온·습도 관리를 통해 장기 보관시 발생되는 발청 등의 품질 걱정을 대내/대외적으로 해소할 수 있어 고객이 제품을 받아보실 때 소재 생산 시와 품질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절단 프로세스의 고도화, 특히 로봇을 통한 절단 이송작업과 절단 품질 확보를 위한 전자동 비전 검사 시스템 등을 통해 소재 자체의 문제가 없는 한 최상의 소재 절단품 공급이 가능합니다. 모든 봉강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어진철강 한 곳에서 편하게 구매 진행이 가능합니다.
<Q> 현재 주요 수요처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향후 고객사 다변화 및 신규 확보 전략이 있다면?
자사가 사업을 지속한 51년간 국내 산업의 변화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고,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특히 건설, 기계, 중장비의 비중이 사업초반에는 대다수였으나, 현재는 자동차, 정밀제조공장 내 생산설비 및 자동화 설비 쪽으로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만 주요 수요처 특정이 어려운데 이는 2차 유통사 구매 비중이 꾸준하기 때문에 특성상 2차 유통사 판매 경로 및 고객사 특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고객사 신규확보 및 다변화 작업은 지금도 지속적이며 회사가 영속을 하기 위한 기본 영리활동입니다. 단, 지금과 같은 불경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고객사의 재무 건전상태 확인과 미래성장 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거래 시작점의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Q> 그간 공정 과정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연구 개발을 추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추진 또는 검토 중인 과제가 있다면?
해석 (FEM) 분야 : 일부 분야에서는 고객이 선택한 제품의 적합성 판단을 위해 컴퓨터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합니다. 결과는 내부적으로 검토 후, 고객께 제품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합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강종의 신뢰도를 높이는 부분의 연구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무선 네트워크 최적화 분야 : 열악한 공장 내부 환경에서도 톱기계 장비와 서버와의 최적화 된 연결을 위해 액세스포인트 배치와 회절·반사를 고려한 빔포밍, 채널분배 및 출력 제어 등 통신 개선 방법을 연구·적용하고 있습니다.
생산 및 검수 자동화 분야 : 절단 제품의 길이 오차를 하나하나 절단된 제품별로 측정해 관리하는 방식과 절단 단면 비전 센싱을 통해 톱날 수명에 따른 절단 품질 변화율 데이터를 실제 작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통합 데이터 운용 분야 (이기종간) : 로봇 설비와 톱절단 설비 그리고 자사 인프라 간의 연결과 관련해 어그리게이션(양쪽간 상이한 플랫폼을 연동시켜주는 존재) 플랫폼을 개발하고 연동 효율을 개선했습니다. (톱기계/자동화기계 - HMI(휴먼인터페이스)서버 - 데이터베이스 서버 - 어그리게이션 서버 - ERP간 연동)
서버 관리 및 해킹 대응 분야 : 물리적 3대에 18개의 VM (Virtual Machine) 운용을 통해 총 소요 전력비용을 절감하고 시스템을 중앙 집중 방식으로 제어·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클라우드 백업과 아울러 LTO 백업 방식도 병행하여 해킹, 랜섬웨어 등의 공격으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히 지킬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공장 에어컨디셔닝 및 배송합리화 분야 : 결로 현상으로 인한 철강제품의 녹 발생을 줄이기 위해 내부에 설치된 10여개의 센서로 온·습도를 확인하고 내부 공기흐름의 자동제어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자사 배송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고 사고 발생 시 자동통보 및 연락 체계를 갖춰 제품 배송 효율을 높이고 있고, 자동 운행부 작성 및 안전관리 체계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어진철강의 중장기 전략, 성장 로드맵을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
2020년 들어서부터 철강 및 관련 산업이 특정 몇가지 특수 분야를 제외하고는 국내 제조환경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가치부가 ▲사업다변화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계획 중입니다.
내부 관리, 배송, 절단정밀도, 불량자재 사전 선별 등의 기본적인 활동들을 인적역량 고도화 및 기술적 자원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봉강 제품에 대한 완성도에 가치를 부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더 고객과의 굳건한 신뢰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또한 향후 5~10년 이내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에 적합한 제품의 공급을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도 확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당사는 동종 업계 중에서 비교적 일찍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2021년 시화 본사 이전시 처음부터 공장설계의 기반을 통신 인프라 설치와 최적의 공기역학적 설계를 가장 중점에 두고 이에 파생되는 전자·통신·보안·AI·에어컨디셔닝 등의 기초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해당 신사업 분야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특수강 유통업계의 최대 현안은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철강소재의 수요 증가를 빠르게 확인하고 예측하여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한 매출증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 특히 한국은 내수경제의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많은 부분 수출로 경제를 뒷받침을 해오고 있으나 2024년 말부터 자국 우선주의의 보호무역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경제 규모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과 효율증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유통업계는 2023년 하반기 이후부터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사업의 영속성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렸던 기술 연구·개발, 부가가치, 사업 다각화 등이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유·무형적 노력의 방법과 결과물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내 철강 산업 자체의 볼륨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과 외국산 소재가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유통사가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고객사 및 업계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강사-유통사-고객사의 원활한 거래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 SCM(유통공급망)간의 신뢰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를 틈타서 비정품제품이 유통되거나, 심지어는 마진 없이 판매하는 상황도 목격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분명 국내의 유통환경이 점점 축소되어져 가는 국내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지속될수록 시중의 현금은 말라가고, 이로 인해 어려운 선택을 하는 유통사나 고객사도 종종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향후 우리의 철강 유통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를 면밀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번의 어려움을 타개할 변화와 변혁의 주인공이 제강사나 고객사가 아닌 어쩌면 우리 유통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