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의 IPO]HD현대마린솔루션, 계륵된 정기선의 '벙커링'
[이경주의 IPO]HD현대마린솔루션, 계륵된 정기선의 '벙커링'
  • 이경주 딜스토리 대표
  • 승인 2024.03.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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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2018년 대표 취임 직후 인수…수익성 낮은 외형 확대용, 친환경에 배치

[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본업인 선박 에프터서비스(AS) 못지않게 큰 사업이 있다. 신조선에 연료유를 공급하는 ‘벙커링’부문이다. 재작년엔 AS부문보다 매출이 되레 컸고 지난해는 비슷하다.

HD현대그룹 차기 총수인 정기선 부회장의 경영능력 입증과 관련이 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로 취임했다. 첫 대표보직이었다. 그리고 취임 후 첫 행보가 벙커링 사업을 인수한 것이었다. AS사업과 연계한 원스탑솔루션 제공이 인수 명분이었다. 실질적으론 정 부회장 경영시기 매출을 단기에 대폭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IPO(기업공개) 공모에선 벙커링 부문이 약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매출은 크지만 수익기여도가 낮아 전체 영업이익률을 저하한다. 더불어 역성장 추세에 있다. 친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벙커링부문이 전체 매출증가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계륵' 같은 사업부문이 됐다.

◇ 2022년엔 매출 47%, 최대매출처…이익 미미한 ‘속빈 강정‘

HD현대마린솔루션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사업부문별 매출을 공개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1조4305억원인데 AM솔루션(선박AS)이 6071억원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벙커링부문이 5925억원(41%)으로 엇비슷하다. 나머지는 친환경개조가 1685억원(12%), SDV(스마트쉽 관련)이 622억원(4%)다.

재작년엔 본업이 무색할 정도로 벙커링이 더 컸다. 2022년 벙커링부문 매출은 6272억원으로 47%에 달했다. AM솔루션부문은 4670억원으로 35%였다. 비상장사 시절엔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이다.

벙커링 사업은 단순하다. HD현대중공업 등이 신조를 하면 첫 출항을 할 때 연료가 필요하다. 이를 HD현대마린솔루션이 그룹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선박용 연료인 벙커C유를 사와 신조선에 채워 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작년 IPO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 투자은행(IB)업계가 발행사 사업구조를 알게 된 후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별다른 전문성을 요하지 않고 본업(선박AS)과의 연관성도 크지 않은 부문이 최대매출(2022년기준)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벙커링부문은 그 때 그 때 연료유를 사는 ‘스팟 트레이딩’ 방식으로 운용해 수익기여도가 미미했다. ‘속빈 강정’이 최대 매출처였다.

HD현대마린솔루션 외형확대용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벙커링 사업은 연료공급자인 HD현대오일뱅크나 그룹 조선사, 기자재사들이 직접 수행해도 무방한 사업이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벙커링부문을 인수한 건 2018년 6월로 그룹 선박기자재사인 현대힘스로부터 사들였다. 인수시점은 정 부회장(사진)이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취임(2018년 1월)지 5개월 뒤였다.

그리고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2403억원이던 매출이 벙커링부문 인수 직후인 2018년 4144억원, 2019년엔 809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벙커링부문 매출비중(41%)으로 볼 때 벙커링부문이 외형성장엔 상당히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익도 나지 않는 선박유 사업이 최대매출을 내고 있어 당시(주관사 선정) 에퀴티스토리를 어떻게 짜야할지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에 배치, 지난해 이미 역성장

문제는 외형확대에 일조했던 벙커링부문이 이젠 외형축소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알려져있다시피 조선업을 슈퍼사이클로 이끈 건 친환경 트렌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8년 4월 진행한 제72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을 채택했고, 지난해 7월엔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제로(zero)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선박교체와 함께 대체연료 사용 가시화로 이어졌다. 대체연료 채택 선박 발주 비율이 2013년엔 전체의 5% 정도였지만, 2023년 2월 기준으론 50% 수준으로 10배 가량 증가했다. 업계에서 논의되는 대체연료선박은 LNG(액화천연가스)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전기 추진 선박 등이다.

화석연료인 벙커C유 사용량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벙커링부문 역성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미 지난해 진행됐다. 지난해 벙커링부문 매출(5925억원)은 전년(6272억원)에 비해 5.5% 감소했다.

이 탓에 전체 매출성장률도 둔화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1조4395억원)은 전년 대비 7.2% 늘었는데, 2022년 매출증가율(전년 대비)인 22.6%대비 15.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022년엔 벙커링부문 매출(6272억원)이 전년(5206억원)보다 20.4%늘어 전체 성장에 일조했다. 지난해 벙커링 역성장이 전체 매출증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IPO에 벙커링부문이 약점이 되는 이유다.

물론 HD현대마린솔루션도 벙커링부문 역성장에 대한 대비책은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나 메탄올 공급으로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입장에선 당분간 벙커링부문을 제외시켜 실적흐름을 보는 것이 보다 펀더멘털을 정확히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벙커링을 제외한 지난해 전체매출은 8379억원 규모다. 전년(7066억원)대비 18.5% 늘었다. 2022년 매출증가율인 24.5% 보단 5.9%포인트 둔화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1%지만, 벙커링부문을 매출에서 제외할 경우 24%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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