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저가 수입 철강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저가 수입 철강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손영욱
  • 승인 2023.10.30 0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전 포스리 연구위원)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전 포스리 연구위원)

최근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와 정치, 경제적 불안요인 증가로 잠시 잠잠했던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미 금년도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국산 철강재 수입비중이 36.3% 수준이었으나 금년도 8월 하순 기준 중국산 수입비중이 44.5%로 전체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STS 냉연강판을 제외하고 주요 품목 대부분 중국산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다시 수출세를 부활해서 수출확대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한다.

또한 일본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저가 철강재 수입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도 8월까지 일본산 열연강판은 155만3천톤이 수입되어 작년 동기대비 44%나 증가해 금년도에는 작년도 연간 수입량인 166만8천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수입 철강재의 90% 이상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감이 더욱 커지면서 수입재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면 “수입재 방어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쳇GPT에게 물어보면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쳇GPT에게 질문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해답을 내놓는다. ① 관세 및 수입제한 ② 반덤핑 조치 ③ 기술개발 및 혁신 촉진 ④ 수입품질 표준강화 ⑤ 국내 철강산업 지원 ⑥ 국제협력 및 무역협상 ⑦ 시장조사 및 모니터링 ⑧소비자 교육이다.

쳇GPT의 답이 모두 틀린 것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 방법들을 어떻게 실행하고 수입재 방어 효과를 높일 수 있는가? 이다. 쳇GPT는 끝에 “이러한 정책 및 조치들은 상황과 국가의 법적,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은 국제적인 협력과 조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참 쉽고도 어려운 얘기다. 지금까지 수입재 대응을 위해 ‘저가의 수입 대응재 제품개발’, ‘품질 표준 및 규격 강화’, ‘수입재 신고제(모니터링)’, ‘불량 수입재 신고제’, ‘반덤핑 제소’ 등의 수입재 대응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한 한․중 철강회의, 한․일 철강회의 등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서 협상채널을 통한 활동도 함께 병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그동안 수입재 대응에 대한 고민을 해오면서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요약해서 “수입재 방어는 자유경쟁 시장논리에 맡기면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값싼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구매자)의 심리를 막을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시장경제의 원리, 소비자의 구매심리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수입재 방어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라는 표현으로 얘기하고 싶다.

각 국가별 수입재 방어 방식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대놓고 막는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Buy America, First America”를 외치면서 강력한 수입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최근에는 IRA 등과 같은 제도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입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가? 20년간의 불황기를 거치면서 견고하던 일본의 철강유통거래관행이 많이 허물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본은 수입재가 발붙이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의 수입규제는 공식적인 것으로 ‘품질관리 및 인증제도’와 자동차용 강재의 경우, ‘집중구매 관행’ 등이 있다. 그리고 알본의 경우는 철강메이커의 유통지배력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철강메이커의 유통지배력에 대해 일본 정부가 보고도 못 본 척 해준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요 기간산업인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화학산업의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카르텔을 묵인한다라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자국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외형적으로는 열려있는 자유경제 시장이지만 이런저런 복합적인 시장구조로 자국시장 보호를 위한 장치를 곳곳에 해놓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사실상 수입재 방어를 위해서는 메이커의 유통지배력을 통해서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강력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결국 내가 가진 유통에 대한 통제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유통에서 수입되고 있는 저가 철강재에 대한 규제를 할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냥 무방비 상태로 열려있는 시장이라고 할 수가 있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 국가 기간산업 보호와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사료된다.

끝으로 필자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다른 측면이나 반대의 생각을 가지신 독자들도 많이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수입재 방어에 생각은 그동안 여러 국가별 사례를 보면서 얻은 필자 나름대로의 의견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다음에 기회가 허락되면 일본 철강유통의 진입장벽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