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망간강 20년…포스코 이순기 박사가 말하는 철강의 미래
[인터뷰] 고망간강 20년…포스코 이순기 박사가 말하는 철강의 미래
  • 김종혁
  • 승인 2026.04.08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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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8대 전략제품 속 고망간강 역할 확대
LNG 넘어 수소·암모니아까지 적용 가능성
“철강 경쟁력은 생산량 아닌 대체불가능 소재”
고망간강 후판 생산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고망간강 후판 생산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철강 산업 경쟁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탄소중립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산량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고기능성 소재 확보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 미래철강연구소 차세대철강연구그룹 이순기 박사는 약 20년 동안 고망간강(High Manganese Steel) 연구를 이어온 소재 전문가다. 그는 "철강 연구 방향이 범용 소재 성능 개선에서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솔루션형 소재 개발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망간강은 영하 165℃ 극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로 LNG 저장탱크와 운반선 등에 적용되고 있다. 기존 9% 니켈강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이후 산업적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제시한 8대 전략제품 체계와 맞물린다. LNG를 넘어 암모니아, 액화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박사는 철강 산업 경쟁력이 더 이상 생산량 확대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공급과잉 구조와 탄소중립 요구 속에서 특정 산업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소재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연구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연구소 중심 기술 개발에서 나아가 생산, 마케팅 조직과 협업하는 ‘원팀’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연구자의 경험과 판단이 기술 구현의 핵심 요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철강 연구가 특정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LNG에서 시작된 고망간강 적용 분야는 향후 수소, 암모니아 등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이순기 박사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이순기 박사

<Q> 2007년 미국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포스코 기술연구원에 입사하셨습니다. 당시 철강 산업과 포스코를 선택하게 된 계기, 또 연구자로서의 초심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재료공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재 자체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것이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 관점에서 철강은 가장 본질적인 재료 산업입니다.

에너지, 조선, 건설, 방산 등 거의 모든 기간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에 소재 하나의 변화가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저는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포스코라는 기업이 낯설지 않았고, 이 기업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당시 포스코는 단순한 철강 생산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와 공정을 통해 산업을 선도하려는 의지가 강한 조직이었고, 실제로 연구 성과를 산업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가 만든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곳’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자로서의 성과를 단순히 개인의 성취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점에서 포스코는 제가 가진 역량을 가장 직접적으로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초심은 지금도 같습니다. 논문이나 이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소재를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고망간강 역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결과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는 소재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고망간강 분야 국내 유일의 권위자로 소개를 받았습니다. 연구 단계에서 고망간강 개발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당시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가능성은 무엇이었습니까.

고망간강 개발은 기술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산업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포스코는 선진 철강사들의 기술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상태였지만, 한편으로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선도 기업과 추격 기업 사이에 끼어 있는 구조였고, 이 상태에서는 단순한 개선이나 효율 향상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이제는 선진 철강사들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보자’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 시점에서 주목한 것이 LNG 시장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LNG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소재들, 예를 들어 9%니켈강은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높고 자원 의존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 소재를 개선하는 방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합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대안으로 망간 기반 소재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가능성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확신입니다. 선행 연구와 초기 실험을 통해 망간이 극저온에서도 충분히 안정적인 특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두 번째는 사람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포스코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제철 공정 기술과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있었고, 선후배 연구자들과 동료들의 역량을 결합하면 이 기술을 실제 산업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두 가지, ‘기술적 가능성’과 ‘조직의 실행 역량’이 결합되면서 고망간강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기술은 처음부터 쉬운 도전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 산업에 미칠 영향이 명확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밀고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고망간강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기술적 과제는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망간강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완전히 새로운 합금 성분을 설계하는 것과 실제 생산 공정에서 양산에 문제가 없도록 공정 설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합금 설계 측면에서는 망간 함량을 20% 이상으로 높이면서도 극저온에서 안정적인 인성과 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망간은 극저온 특성에는 유리하지만, 함량이 높아질수록 조직 안정성과 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원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상온과 극저온에서 모두 안정적인 오스테나이트 조직을 유지하면서 연성과 강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합금 성분 영역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제강 공정이었습니다. 망간을 대량으로 투입하면 용강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공정 안정성이 무너지고 양산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강 전문가들과 함께 기존 공정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온로라는 새로운 공정 개념을 새롭게 설계했고, 이를 실제 제강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설비까지 구현했습니다. 이 보온로 기반 공정 기술을 통해 온도 변동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고망간강의 연속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결국 고망간강은 새로운 합금을 만든 것뿐만 아니라 그 합금을 산업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정과 설비까지 함께 개발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고망간강은 세계 최초 소재인 만큼 국제 규격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ASTM, ISO, IMO 등 국제 규격과 코드 등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고망간강은 LNG와 같이 영하 165도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국제 규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매우 엄격한 검증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한 기계적 성질뿐만 아니라 극저온 인성, 용접성, 피로 특성 등 실제 운용 환경을 모두 고려한 데이터를 장기간에 걸쳐 축적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이 기술적으로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기술 외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우선 초기에는 국제 규격 등록 절차 자체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안건을 제안하고, 어떻게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나씩 부딪히며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ASTM이나 API와 같은 규격 단체는 위원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건 제안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초기에는 이러한 진입 장벽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소재가 기존 산업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국제 논의 과정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일부 경쟁사 소속의 위원, 국가들은 자국 또는 자사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술적 안전성이나 적용 가능성을 이유로 추가적인 검증을 요구하거나 기준 설정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소재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하는 하나의 장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러한 기술적 검증과 절차적 장벽을 모두 넘어서야 했고, 그 과정을 통해 ASTM, ISO, IMO 등 국제 기준으로 채택될 수 있었습니다.

고망간강 후판 적치
고망간강 후판 적치

<Q> 광양 LNG 터미널에 고망간강이 실제로 적용된 것은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연구자로서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광양 LNG 터미널에 고망간강이 적용된 순간은 연구자로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소재는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LNG 터미널은 영하 165도 극저온 환경에서 장기간 안정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설비이기 때문에 적용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분야입니다. 그런 환경에 고망간강이 적용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성공을 넘어 ‘이 소재가 실제 산업에서 신뢰를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이 기술이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쓰이는 소재가 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 순간을 보면서 큰 보람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기술이 이제 하나의 사례를 넘어 더 넓은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출발점에 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광양 LNG 터미널 적용은 고망간강 기술의 성공이 아니라 산업이 이 소재를 받아들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철강 산업은 공급과잉, 보호무역, 탄소중립 전환 등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망간강과 같은 고부가가치 철강 소재 전략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지금 철강 산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 환경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규모와 생산성이 경쟁력이었다면, 현재는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환경 속에서 단순한 양적 경쟁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더해지면서 철강 산업은 구조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망간강과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 전략은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철강 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망간강은 기존 소재를 단순히 개선한 것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입니다. 특히 LNG와 같은 에너지 산업에서는 소재가 곧 기술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고기능성 소재는 단순한 철강 제품이 아니라 ‘산업 솔루션’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앞으로 철강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소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망간강은 철강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LNG 이후 수소·암모니아 등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고망간강은 이러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고망간강은 이미 LNG 분야에서 그 역할이 검증된 소재입니다. 국제 기준에 따라 LNG용 소재로 승인받았고, 실제로 상용화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소재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고망간강이 암모니아 운송 및 저장용 소재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적용 범위가 LNG를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모두 저온 또는 특수 환경에서의 안정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소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망간강은 극저온에서의 우수한 인성과 안정성, 그리고 경제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이러한 에너지 인프라에 매우 적합한 소재입니다.

특히 액화수소 분야에서도 이미 적용을 위한 테스트와 검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LNG에서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망간강은 LNG에서 시작해 암모니아, 그리고 수소까지 이어지는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핵심 소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차세대철강연구그룹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포스코가 추진하는 8대 핵심 전략제품 체계 속에서 차세대 철강 연구의 핵심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차세대 철강 연구의 방향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범용 소재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특정 산업과 용도에 최적화된 고기능성 소재 개발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포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전략제품 체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모빌리티, 인프라 등 미래 산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소재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차세대 철강 연구의 핵심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고부가가치 소재입니다. 고망간강과 같이 기존 소재를 대체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에너지 전환 대응입니다. LNG, 수소,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에 적합한 소재 기술이 앞으로 철강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될 것입니다. 셋째는 친환경 공정과 소재입니다.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면서 소재 자체뿐 아니라 생산 과정까지 포함한 지속가능성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철강 연구는 단순히 ‘좋은 강재’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특정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형 소재’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망간강과 같은 기술은 차세대 철강 연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이미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고망간강과 차세대 철강 소재가 열어갈 다음 시장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고망간강은 현재 LNG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소재이며, 앞으로의 시장은 훨씬 더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에너지 인프라 분야입니다. LNG를 넘어 암모니아, 수소까지 차세대 에너지로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저온 환경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저장·운송 설비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파이프라인, 연료 운반선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선 및 해양 산업, 그리고 방산 분야입니다. 극저온 특성과 고강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물이나 비자성 특성이 중요한 함정 소재 등에서 고망간강의 활용 가능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봅니다.

또한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차세대 철강 소재의 시장은 에너지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기차 , 휴머노이드, 드론 등 전기로 동력이 구동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모터 효율을 좌우하는 전기강판과 차체 경량화와 안전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자동차용 고강도강과 같은 소재도 핵심 전략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변화는 이러한 소재를 ‘어떻게 생산하느냐’입니다. 기존의 고로 기반 생산 방식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로 인해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고, 앞으로는 수소를 활용한 환원제철과 같은 저탄소 공정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철강 산업은 소재 혁신과 공정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고망간강과 같은 고기능성 소재와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친환경 생산 기술이 함께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어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20년 가까이 철강 소재 연구를 이어오셨습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습니까?

여러 의미 있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망간강이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국제 규격으로 승인될 때의 경험입니다. 약 8년간의 노력 끝에 2023년에 고망간강의 국제 규격 등록이 승인되었고, 그 과정이 매우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면서 2024년 런던에서 열린 IMO 총회에 공식 발표 요청을 받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사례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 정부 대표단이 하나의 기술 개발 사례를 넘어 ‘국가 차원의 혁신 성과’로 받아들이고 축하와 격려를 보내주었던 장면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단이 그 순간에 감격스러워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기술이 단순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적인 의미를 가진 결과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국제해사기구에 가입한 이후 정부 주도로 국제 규격 안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첫 사례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의미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됐습니다. 연구자로서도 매우 뜻깊은 순간이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큰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경험은 단순히 기술이 인정받은 것을 넘어 ‘우리가 만든 기준이 세계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직접 체감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평소 연구자로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또 별도의 취미나 평소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연구자들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연구자의 하루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과정의 연속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계속 고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특히 공정과 소재가 함께 작용하는 분야이다 보니 하나의 결과를 놓고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연구는 실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 고객사들과의 소통이나 적용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간도 많이 차지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철강 소재뿐만 아니라 에너지 산업이나 미래 산업 구조 변화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공부하면서 연구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인문학적인 시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서적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과 사회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넓은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은 많지 않지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히 걷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또 후배 연구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고망간강 개발을 통해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기술은 결국 산업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연구는 때로는 긴 시간과 많은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기술이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기준이 되는 순간 그 모든 시간이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철강 산업은 물론이고 에너지,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 기술이 계속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배 연구원들에게는 조금 긴 호흡으로 연구를 바라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망간강 역시 단기간에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이 기술이 정말 산업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결국 더 큰 결과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연구는 개인의 성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팀의 성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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