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세대별로 차이나는 디지털, 어떻게 메울 것인가?
[남영준 칼럼] 세대별로 차이나는 디지털, 어떻게 메울 것인가?
  • 남영준
  • 승인 2025.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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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어느 회의실이든 늘 같은 풍경이다. 앞자리에 앉은 나이 든 부장은 손에 볼펜을 쥔다. 중간쯤의 과장은 노트북을 펴고 타이핑을 한다. 막내 직원은 스마트폰을 두드린다. 다들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적는 방식은 다르다. 종이, 키보드, 엄지. 세대마다 도구가 다르고 그 도구가 곧 언어가 되었다.

2000년대 PC가 보급되면서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섰다. 그 시절에 자란 90년대생은 모니터 불빛을 보며 자라난 세대다. 컴퓨터가 놀이이자 공부였고, 키보드 소리는 일상의 리듬이었다. 반면 80년대 이전 세대는 성인이 되어 직장에서 처음 컴퓨터를 마주했다. 이들에게 손은 글씨를 쓰기 위한 도구였지, 자판을 두드리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펜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이들에게 키보드의 속도는 낯선 리듬이었다.

201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또 한 번 바뀌었다. 손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디지털의 중심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갔다. 젊은 세대는 키보드보다 화면 속 작은 자판에 익숙하다. 두 엄지로 얼마나 빠르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지가 능력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노트북 앞에서 어색하다. 한때 두 손가락 타법을 비웃던 장면이 세대를 바꿔 다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이들에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생각을 저장하고, 표현하며, 확장하는 도구다. 그만큼 언어도 달라졌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은 약자와 이모티콘이 감정을 표현한다. “ㅇㅋ”, “ㄱㅅ”, “ㅠㅠ” 같은 표현들이 그들의 일상어가 되었다. 그러나 기성세대에겐 그것이 일종의 암호처럼 느껴진다. 같은 말을 하면서도 서로의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세상, 그 속에서 작은 불통이 쌓인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윗세대는 이메일과 결재 문서를 선호한다. 공식적인 절차와 깔끔한 문장이 익숙하다. 반면 젊은 직원들은 메신저로 대화하듯 일한다. 문장 대신 줄 바꿈으로 생각을 나누고, 문서 대신 링크를 남긴다.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즉시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런 빠른 방식이 윗세대의 눈엔 산만해 보인다. 반대로 윗세대의 느긋한 절차는 젊은 세대에겐 비효율로 읽힌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두 세대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그 속도 차이는 일의 방식뿐 아니라, 생각의 깊이에서도 나타난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클라우드 협업, 자동화 프로그램, 인공지능 비서 같은 낯선 기술도 금세 익힌다. 하지만 경험의 축적이 부족해 때론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도 한다. 반면 기성세대는 경험과 감각이 깊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 앞에서 주저한다. 자신의 익숙함이 방패인 줄 알지만, 어느새 벽이 되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그 속도 차이를 인정하려는 여유가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은 효율을 앞세우지만, 생각의 깊이는 느림 속에서 자란다. 기술이 빠를수록 사람의 이해가 필요하다. 한쪽은 기술에 익숙해지도록 돕고, 다른 한쪽은 사유하고 정리하는 법을 나눠야 한다. 세대 간 협력은 그렇게 완성되어 간다.

세상은 늘 새로워지고 도구는 계속 바뀐다. 하지만 그 도구를 쓰는 건 결국 사람이다. 세대의 차이는 피할 수 없지만, 이해와 연결로 바꾼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간극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속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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