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국내 철강업계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국내 철강업계
  • 나병철
  • 승인 2025.0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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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전문위원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전문위원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국내 철강업계가 불황의 터널에 갇힌 상태에서 내외적인 제반 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를 비롯한 전반적인 국내 경기 침체, 중국산 철강재 수입 대폭 증가 영향으로 철강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대외 환경 변화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국내 철강재 수요는 전년 대비 9.6% 감소한 4,742만톤으로 2009년 4,500만톤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다. 2025년에도 건축 경기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내수 규모는 2% 정도 감소한 4,648만톤에 그칠 것으로 전문 기관에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철강재 내수 규모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 철강재가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년에도 국내 철강 시장 교란은 중국산 철강재가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재 총 수출량은 1억1,000만톤을 초과하여 전년 대비 23% 가까이 증가하였는데, 금년에도 중국은 철강재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및 건설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철강재 수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지속적으로 건설용 철강재 및 열연강판 등을 한국 시장에 저가로 밀어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산뿐 아니라 일본산 철강재도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자율규제의 범위를 벗어나서 열연강판 및 표면처리강판 등이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지속 유입될 전망이다.

결국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수입 철강재는 최대한 억제하면서 수출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두 마리의 토끼 쫓기’에 집중해야 할 처지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출량은 2,767만톤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하여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향후 수출 환경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철강협회(American Iron and Steel Institute)는 “미국 철강산업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환영한다. 기존 무역 협정의 완전한 집행을 보장하고, 초국가적 보조금 문제 해결을 포함하여 반덤핑 및 상계관세 법을 강화하여 경쟁의 장을 평준화해야 하며,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한 철강무역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철강 무역 정책 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계 각국도 철강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미 상대적으로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철강협회에서는 “수입 억제를 위해서 철강에 대한 기본 관세를 7.5%에서 15%로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 건의하고 있으며, 일본철강연맹도 “수입 철강재가 내수 공급망 훼손뿐 아니라 탈탄소화 추진을 위한 투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 관련 부처와 반덤핑 관세, 긴급 수입제한 및 상계관세 제도 시행을 논의 중에 있으며 시간이 걸릴 것에 대비하여 실효성 있는 새로운 철강 수입 억제 제도도 마련 중에 있다”라고 발표하고 있다. 그 밖에도 중남미 국가들도 철강 무역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들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EU의 탄소국경조정 제도(CBAM)와 맞물리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철강업계로서는 매우 어렵겠지만 단기적으로 내수 시장 보호와 통상 마찰의 심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창과 방패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철강산업 경쟁력강화 민관 태스크포스’가 출범하여 대미 통상 현안 대응, 철강 수요 전망과 경쟁력 분석, 저탄소 철강 전환 방안을 논의해서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활동의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더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 둔화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향’과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에 대한 ‘현지 진출 전략 방향’까지도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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