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소, 철강산업 옥죄는데 거꾸로 가는 한국
[사설] 탄소, 철강산업 옥죄는데 거꾸로 가는 한국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1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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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신문은 17일 미국과 일본, 호주, 아세안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저장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 실행하는 것에 상호 협력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유전이나 천연가스전 또는 심해 등에 저장함으로써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이 세계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일본, 호주는 물론 아세안이 CCS 기술 개발과 실행에 협력키로 했는데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못했다.

유럽이 최초로 탄소 배출 제로(0)화를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일본 정부도 2050년 탄소제로를 선언했다. 중국까지도 2060년까지 탄소제로화를 목표로 표명했다.

EU는 탄소제로화 기치를 가장 높이 들고 있으며 철강사들도 수소환원제철법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실제로 기술개발,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여기에 사용되는 수소까지 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해 완벽한 탄소제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EU 철강사들과 유럽철강위원회(Eurofer)는 탄소저감 철강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탄소가 저감되지 않은 저비용의 해외 철강재가 저가로 EU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므로 응당하는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EU 역시 같은 입장을 갖고 있어 조만간 EU 시장에서 수입 철강재에 탄소국경세 부과는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탄소배출 제로화와 관련 세계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의 주요인인 용광로를 저탄소의 전기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치환(置換) 증설이 대표적이다. 2025년까지 현재 1억톤 수준인 전기로 조강 능력을 2배인 2억톤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바야흐로 전기로 증설 및 대체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 글로벌 철강사인 아세로미탈은 지난달 2050년까지 전 세계 제철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한다는 ‘탄소중립화(Carbon Neutraliity)’ 선언까지 한 바 있다.
또 최근 일본제철이 미국에서 아세로미탈과의 합작사에 전기로를 신설키로 했다. 일본제철은 그들의 중장기 전략에서 일본 내 생산은 합리화 등으로 구조 개편하는 동시에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을 키우겠다고 표명했다. 합리화 중의 큰 그림 하나가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제 전환이다.

미국에서도 US스틸이 자회사인 빅리버스틸의 전기로 방식 열연강판 생산능력을 늘리고 자동차강판까지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기로체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 사우디 등이 선도하고 있는 중동에서의 설비 증설 역시 전기로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현대제철이 전기로 방식의 열연강판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도 2015년 하이밀로 변신하면서 전기로를 고로 용선으로 대체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동부제철도 열연용 미니밀을 폐쇄했다. 모두 비용 및 원가 절감을 위해 채산성이 낮은 설비의 가동중단이 이유였다. 관리 상태였던 동부는 차치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일본 유수의 철스크랩 연구소인 SRR(Steel Recycling Research)까지도 최근 보고서에서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탄소배출 문제는 다분히 외교적 해법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도 명분상 2055년 정도 탄소배출 제로화를 선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것이 EU의 탄소국경세 등을 피해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비용과 일정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원가를 최대한 감안한 목표 제시와 실행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와 협회는 외교적으로 명분을 내세워야 하고, 개별 산업, 업체별로는 실리를 고려한 목표를 만들고 실행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철강사들은 탄소제로화가 피해갈수 없는 과제임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눈앞의 채산성보다는 중장기적 전략 측면에서의 기술개발과 실행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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