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건축전시장에 철강재 전시가 없는 이유는?
[철태만상] 건축전시장에 철강재 전시가 없는 이유는?
  • 김종대
  • 승인 2020.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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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1958년, 벨기에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브뤼셀만국박람회를 열었다. ‘인류에게 걸 맞는 세계 건설’이 주제였다. 6개월간 42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 박람회에서 벨기에는 철 구조물 두 가지를 등장 시켰다.

‘토목공학의 화살’(Sa fleche du genie civil)과 ‘아토미움’(Atomium)이다. 이 구조물들은 건축 평형이론에 자주 등장한다. ‘토목공학의 화살’은 건축가 ‘장 반 도셀렐레’, 엔지니어 ‘앙드레파뒤아르’, 조각가 ‘자크 뫼살’이 팀을 이루어 만들었다.

길이 78m나 되는 이 구조물은 철골 콘크리트 철판구조로 만들어졌다. 돌출된 전시실은 ‘화살’과 균형을 이룬다. 이 구조물은 토목공학의 우수성을 자랑하는데 마땅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평형미의 극치미를 보여주었던 ‘토목공학의 화살’은 안타깝게도 1970년에 현장에서 철거되고 말았다.

또 하나의 브뤼셀박람회 상징물은 엔지니어 안드레 바터케인(1917~2005)이 디자인한 ‘아토미움’(Atomium)이다.

‘아토미움’은 9개의 알루미늄 원구를 철강재로 연결시켰다. 원구는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참관객이 이동하면서 관람할 수 있고, 맨 위층 원구의 창(窓)밖으로는 박람회장과 브뤼셀 시내를 내다 볼 수 있었다.

이 ‘아토미움’은 정육면체를 3개의 받침대가 받치고 있다. 불안정해 보이지만 균형이 잘 잡힌 건축물로 유명하다. 건물 자체의 중량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둥근 원형 공간으로 들어오는 관람객과 바람들 때문에 비대칭이 될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곳의 구(球)에 관람객이 들어차면 다른 세 개의 구형 공간은 비어 있도록 출입을 막았다.

‘아토미움’이 설치된 진짜 이유는 벨기에 철강기업들이 제철 산업을 자랑하자는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삼각형의 스테인리스(당시는 알루미늄)로 구성된 직경 18m의 구 9개는 튜브(강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구조물의 높이는 102m, 무게는 2천400톤에 달한다. 대형 구조물은 불과 14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이 구조물이 벨기에의 국격(國格)을 높인 것은 당연했다.

벨기에는 전시를 하면서 토목공학과 철강산업의 우수성을 은연중 자랑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 8일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처음 열린 MBC건축박람회에는 400여개 건축관련 기업이 참여했다. 하루 평균 8000명이 다녀갔다. 전시장 곳곳에는 철강재의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났다. 그런데 철강기업의 전시참여는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썼더라도 철강재의 기발한 사용처를 찾아 볼 수 있는 곳에서 철강의 수요는 발생하는 법이다. 철강 산업의 종사자들도 이제는 과거처럼 앉아서 손님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벗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가 무엇인지 직접 발로 뛰고 나가서 찾아야 한다.

건축의 디자인은 철강재를 한 순간에 바꿔 버릴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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