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가시철망
[철태만상] 가시철망
  • 김종대
  • 승인 2020.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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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면 1시간이 지나도록 옥수수 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그토록 드넓은 옥수수 밭 가운데 미국 철강기업 뉴코의 크 로포드빌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뉴코는 세계철강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항상 경쟁력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이 회사 크로포드빌 공장의 입지 조건은 한국과 일본의 철강공장들과 사뭇 다르 다. 한일의 철강공장들은 모두 선박 접안이 용이한 해안과 인접해 있지만, 크로포드빌 공장은 물류 이동 반경이 모두 육로로 편성되어 있다.   

크로포드빌 공장의 경쟁력은 노동력과 생산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원가경쟁력도 미국의 고로메이커 보다 훨씬 높다. 옥수수 밭 한 가운데서 철강공장을 건설하여 농한기에 놀고 있는 인력을 철강 근로자로 활용했기 때문에 원가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뉴코가 농촌을 활용했다면 오래전 시카고의 카우보이들은 사막을 훌륭한 목축지로 변모 시켰다. 가축을 기를 수 있는 건조농사법을 개발했고, 댐을 만들었다.

정부도 한 몫 거들어 철도를 깔아 주었다. 농축산물의 이동이 편리해 지자 전국에서 소떼들이 몰려왔다. 

이 철로를 따라 잘 성장한 소떼들은 시카고에 있는 사육장으로 운반됐다. 방목을 위해 텍사스 주에서 북부까지 4000마일에 걸쳐 소떼들이 몰려들었다.

1870년대 서부 개척시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풍경은 프레더릭 레밍턴(1861~1909년)의 그림과 오언 위스터(1860~1938)의 서부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철조망이 탄생되면 사반세기 동안 200만두의 소떼를 몰았던 카우보이들의 소를 모는 풍광은 이제 볼 수 없다. 농민들이 가시철조망을 쳐놓고 소떼로부 터 손쉽게 작물을 보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부들에게 가시철조망은 신의 선물 같았다.

가시철조망은 남북전쟁 당시에 방어시설물로 대량 사용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참호, 기관총, 철조망 사업체들이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철조망은 탱크를 보호하거나 바리케이트로 활용됐다.

가시철조망이 애초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될 때 인류는 처절한 역사를 만들었다. 아우슈비츠 강제노동수용소에 설치된 가시철조망은 억압의 상징이다. 가 시철조망으로 국경의 구분하고 있는 바리케이트는 분단의 상징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갈라놓는 철조망을 걷어내고, 그 가시철조망을 녹인 쇳물로 자유와 통일을 상징하는 기념탑을 건설하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한다. 그것이야 말로 신이 내린 선물, 가시철조망이 해야 할 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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