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세상 다리가 되어
[철태만상] 세상 다리가 되어
  • 김종대
  • 승인 2020.04.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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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히로시케, 스미다강변을 따라 만개한 벚꽃(사진 보스톤 미술관 소장)
우타가와 히로시케, 스미다강변을 따라 만개한 벚꽃(사진 보스톤 미술관 소장)

1910년 아라 강(江)이 범람하는 대홍수가 발생했다. 아라 강은 일본의 도쿄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물길이다. 도쿄 시내는 금세 물바다가 되었다. 이듬해, 일본은 아라 강에 방수로를 가설하기 시작했다. 1924년에 방수로는 완성됐다. 이때부터 도쿄는 홍수로부터 해방 될 수 있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아라 강은 물론이고 어깨를 맞댄 스미다 강 위에도 철강 교량들이 하나 둘씩 건설 되었다.

스미다 강위에는 나무로 만든 다리도 걸쳐 있었지만 간토 대지진때 완전히 파손되면서 철강재 교량으로 교체 되었다. 결국 일본인들은 강 위에 다리를 건설함으로써 지진과 홍수를 극복했다.

일본의 토목기술은 철재 교량을 척척 건설 할 만큼 기술력이 높았기 때문에 국가인프라 구축이 가능했다.

당시 일본은 간토대지진 이후에 설치된 제도부흥원을 설립하고, 교량 복구를 위해 많은 인재들을 동원했다. 교량기술자뿐만 아니라 화가, 건축가, 문학자들도 불렀다. 그리고 도쿄에 걸 맞는 다리의 디자인을 검토했다. 당연히 해외의 새로운 교량 기술도 검토 대상이었다.

미국이 갖고 있던 ‘케이슨 공법’을 적극 도입하기에 이르렀고, 일본 야하다제철소의 철강재가 아닌 미국산 철강재를 사용했다.   

1900년 7월5일 완성된 한강철교의 건설에서도 일본인들의 교량건설 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다. 한강철교는 맨 처음 미국인 제임스 모리에 의해 건설되었지만 마무리는 일본이 했다. 토목공사가 끝날 무렵 일본의 거센 압력에 의해 부설권은 일본으로 넘겨졌다.

스미다 강의 교량과 한강 철교의 유사한 점은 사용된 철강재가 모두 미국산이라는 점이다. 한강철교에는 61m에 이르는 거대한 상부 구조물을 비롯해서 철강재 1200톤이 모두 미국산이다. 그만큼 미국의 철강 산업은 전 세계를 휘어잡고는 철강 최강자였다.

어찌되었든, 지진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으로부터 토목기술을 배운 일본의 선택이 돋보인다. 그리고 일찌감치 야와타 제철소와 같은 철강기업을 성장시켜 기간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하게 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놀랍다.

1900년대의 우리의 현실은 기술도 자원도 없었던 불모지대였지만 120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철강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포스코를 일으킨 철강 1세대의 노력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포스코 창립(4월1일)을 맞아 박태준 회장의 창업정신이 수백 년 이어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이제는 포스코인들 뿐만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세상의 다리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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