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부패의 어원(語源)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부패의 어원(語源)
  • 장대현
  • 승인 2019.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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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뇌물은 부패의 전형적인 요소로 꼽힌다. 뇌물(賂物)의 앞 한자 ‘뇌(賂)’자는 ‘조개 패(貝)’와 ‘각자 각(各)’으로 구성된다. 옛날에 조개는 돈으로 쓰였다. 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뜻이다.

부패를 의미하는 영어 ‘Corruption’은 원래 ‘여인을 유혹해서 그 육체를 탐한다’와 ‘관료에게 뇌물을 바친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부패의 핵심에는 여자와 돈(뇌물)이 등장한다. 영어 ‘Corruption’은 로마 시대 라틴어가 어원(語源)으로 ‘Cor(함께)’와 ‘Rupt(망한다.)’의 합성어다.

부패(腐敗)의 한자는 ‘썩을 부(腐)’와 ‘무너질 패(敗)’로 썩어서 무너져 내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양과 동양의 의미가 비슷하다. 결국 부패하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처음에는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함께 망할 뿐 아니라 썩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지난 16일 전(前) 법무부 차관 김 모 씨가 전격 구속됐다.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혐의다. 구속영장에는 1억6000만 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적시됐다. 의혹의 핵심인 성범죄 관련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법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모 씨는 영장심사에서 “그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산 것과 마찬가지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는 국가의 법률과 사법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이다. 모든 검사의 직속 상관은 법무부 장관이다.

법무부 차관은 장관을 보좌하고, 장관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 법무부 차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지금까지 역대 차관은 61명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김 모 씨는 법무부 차관으로 취임한 지 6일 만에 고위층 별장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사퇴했다. 부패를 척결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건설업자 등과 어울려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 아니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마니 풀리테(mani pulite)’라는 부패추방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다. 마니 플리테는 이탈리아어(語)로 ‘깨끗한 손’을 뜻한다. 1992년 이탈리아 검찰이 사회당 경리국장의 집을 수색해 700만 리라 현금을 압수하면서 시작됐다. 사회당에 정치자금을 대던 밀라노 청소대행업체가 사법당국에 사회당을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정계와 재계가 총체적으로 연루된 부패사건이었다. 1,400명이 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감옥에 보내며 몇 년간 계속됐다. 부패 청산을 주도한 사람은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Antonio Di Pietro) 검사다.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마니 풀리테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탈리아는 그 뒤로도 ‘뇌물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부패추방 노력이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부패는 정의를 무너뜨리고, 인권을 침해하며, 빈민을 구제하는데 장애가 된다. 부패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부패를 근절하는 완벽한 방법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주 오래전 부패하면 ‘함께 망한다.’는 단어를 만들어낸 선인들의 지혜가 놀랍다. 이제 함께 망하지 않기 위해 각자의 손을 씻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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