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철스크랩 친환경시대 "핵심 원료가 되다"-협회장 인터뷰②
[창간기획] 철스크랩 친환경시대 "핵심 원료가 되다"-협회장 인터뷰②
  • 김홍식 페로타임즈 대표
  • 승인 2023.05.10 0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② 정부 제강사 업계의 균형잡힌 노력 "철스크랩 산업화의 핵심"

협회 탄소중립 TF 운영 유통구조 개선 및 전문 가공기업 육성
지역별 비축기지 구축 최대 현안 AI 검수 등 객관적 제도 절실
고철 수출국가 ''자원 무기화' 대응 필요 '정부 업계 노력' 필요
'순화자원법’ 국회 통과 철스크랩 폐기물서 '원료'로 인정 기대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철 스크랩이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철 스크랩업계 사정은 마냥 이상향만을 꿈꿀 수가 없다. 제강사와의 관계, 자원순환법, 세제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는 한국철자원협회 임순태회장을 만나 금년도 협회의 중점 사업 방향 및 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스크랩 업계와 제강사,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철스크랩이 현실적으로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스크랩을 공급하는 업체 스스로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평탄한 운동장이 되도록 하는 것은 스크랩 업계, 제강사 더 나아가 정부도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순태 한국철강자원협회 회장
임순태 한국철강자원협회 회장

<Q> 지난해 스크랩 가격 등락이 유독 심했습니다. 회원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실적 조사는 하지 않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적자를 본 업체가 더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Q> 매출 대비 수익성이 부진한 것으로 보도가 됐는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7월 이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많은 재고 평가손을 입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은 납품구조에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실적이 비교적 괜찮았으나,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제강사들의 수익성이 어려움을 겪자 이를 납품상에게 전가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오를 때에는 중간상들은 (마진을 더 보려고)출하를 줄이지만 납품상들은 물량을 맞춰야 합니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때는 제강사가 입고량을 줄이면서 납품상들의 손해는 더 커집니다. 이처럼 제강사 구매정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Q> 올해에도 사업 환경이 녹녹지 않습니다. 금년도 협회 중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팬데믹 기간 중 계획했던 것들을 실제 성과가 나도록 연결하는 작업을 하려 합니다. 탄소중립 TF 운영과 스크랩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 유통구조 개선 및 전문 가공기업 육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역별 비축기지 마련입니다. 스크랩 업계는 전반적으로 영세합니다. 가격이 하락하면 제강사가 입고량을 줄이는데, 납품상 입장에서 재고를 쌓을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제강사, 납품상이 공동으로 스크랩 물류기지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자금은 정부의 탄소중립 기금과 제강사별 사용량에 따라 출자를 하면 됩니다. 굳이 수익단체가 아닌 비영리법인으로 해도 됩니다. 여기서 가공도 하고, 수급도 조절하고, 왜곡된 유통구조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부지의 일정비율을 재활용 업계에 할당해달라는 것입니다. 산단은 부산물이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들을 단지 내에서 처리할 수가 있고, 자연녹지에 있는 스크랩 야적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민원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입주가 되면 가공 및 정제에 필요한 설비투자를 통해 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정부도 이러한 업체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부여해서 재활용 산업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

탄소중립 시대에 스크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나 기업, 납품상 모두가 인식을 하고 있지만 왠지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제강사만의 몫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공급업체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줘야 불협화음이 없어집니다. 물류기지나 산단 조성시 일정 비율을 스크랩 업계에 할애하는 것은 공익적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이러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탄소중립이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스크랩이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만 해도 포스코 250만톤 증설에 이어 현대 당진 A열연 내년 9월 재가동에 들어가는 등 당장 500만톤의 전기로 생산능력(Capa)가 늘어납니다. 여기에 고로에서 스크랩 투입 비중까지 늘리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수급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데요.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당연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크랩 자급률이 75%에서 80%로 늘었는데, 다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스크랩 확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철강사들이 똑같은 고민거리이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정부차원에서 스크랩 수출규제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국내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축적량이 늘어도 스크랩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해결방안은 우선 감량제도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검수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등급을 정하면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AI 검수와 같은 객관적인 제도 도입이 절실합니다. 두 번째는 공급자가 사업에 흥미를 느낄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제가격보다 낮은 인위적인 시세와 과도한 감량은 공급자의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습니다.

<Q>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제강사와 납품상의 관계는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 같습니다. 그렇다면 서로가 상생과 윈윈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균형 잡힌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격정책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하고, 국제가격과 형평성이 중요합니다. 감량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국내 스크랩 품질도 좋아졌고, 공급자의 의식도 개선됐습니다. 과거처럼 고의로 이물질을 섞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비판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런 짓을 하겠느냐’라는 동조의 말이 아직도 나온다는 것은 제강사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정상적으로 납품을 하면 손해가 나기 때문이죠. 잘못된 구매정책이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강사도 할 말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중에서 누가 아프겠어요?

<Q> 스크랩 무역구조나 납품구조에도 변화가 일지 않겠나 싶습니다. 최근 새로운 업체도 뛰어들었습니다.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수요가인 제강사들도 20% 이상의 스크랩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더 만들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수입이 더 현실적이죠. 문제는 국제적으로 스크랩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결국 산토끼를 잡기보다 집토끼를 잘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여러 번 말하지만 상생할 수 있는 구매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Q> 중국의 스크랩 수요와 공급구조로 볼 때 상당량을 수입해야 하고, 아마 고가 매입전략을 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예상을 하시는지? 또 대응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2004년 경인가 중국이 1,000만톤 이상을 수입하면서 kg당 200원하던 스크랩이 1,000원 가까이 오른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의 철강 축적량이 800억톤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그들은 스크랩 수출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과 일본 등 기존 스크랩 수출국가도 무기화할 경우 대응책이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강사와 납품상은 물론 정부도 함께 나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Q> 스크랩 업계 현안 과제 중 하나는 스크랩이 폐기물로 분류돼 있다는 점입니다. 협회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어디까지입니까? 해결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오랫동안 진행을 해왔는데 통계청으로부터 스크랩 국제 표준 분류상 폐기물로 분류가 돼 있어서 국내만 바꾸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크랩이 순환자원으로써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고, 지난해 말 ‘순화자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올해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이 되는데, 이 기간에 세부 품목별 고시를 하는데, 스크랩도 포함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올해로 회장님의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회장직을 맡아 오셨는데, 보람도 있고 아쉬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아울러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내년 2월까지가 임기이기 때문에 소감을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람이라고 한다면 스크랩업계가 전체적으로 ‘환경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스크랩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얘기입니다. 스크랩이 현실적으로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스크랩을 공급하는 업체 스스로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평탄한 운동장이 되도록 하는 것은 스크랩 업계, 제강사 더 나아가 정부도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