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KT 전 사장의 구속…작은 부패 '바위 뚫은 낙숫물'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KT 전 사장의 구속…작은 부패 '바위 뚫은 낙숫물'
  • 장대현
  • 승인 2019.04.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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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 아카데미 대표

5G 서비스를 시작한 KT의 전(前) 사장이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KT는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다. 채용 비리 합격자 중에는 국회의원과 차관급 인사 자제도 포함됐다.

구속된 전(前) 사장은 2011년 모(某) 국회의원에게서 딸의 지원서를 직접 받았다는데... 이제 검찰의 칼은 정관계 유력인사를 향하고 있다. 이미 KT 전(前) 회장도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2012년 공채 당시 부정 합격자는 모두 9명이다.

작년 공기업과 시중은행에서 시작된 채용 비리가 이제는 민간기업에서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공공기관 채용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205개 기관 중 910개 기관에서 무려 2,634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공공기관의 채용 관행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채용 비리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저(低) 성장기에 접어든 탓도 있다. 저성장기에는 좋은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 예전 같으면 은근슬쩍 넘어갔을 채용 관행이 이제는 명백한 범죄가 된다. 채용 비리에 적용되는 혐의는 주로 ‘업무방해죄’다.

업무방해죄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를 말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과거에는 지인들을 통해 자기 자식이나 조카들의 취업을 청탁하는 관행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관행을 ‘부패’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온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설령 부모가 노후 준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자식이 독립하지 않으면 편안한 노후는 보장되지 않는다. 다 큰 자식이 계속 얹혀 산다면 생활비 부담은 물론이고 자식 걱정에 마음 놓고 즐길 여유도 없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자식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들은 현역에 있을 때 거래처에 연줄이라도 밀어 넣어 자식을 취업시키려고 애를 쓴다. 기회는 그때뿐이다.

채용 청탁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충분히 유혹을 느낄 만하다. 채용 비리는 취업 절벽 시대에 내 자식 취업시키려고 남의 자식 일자리를 뺏는 것과 같다. 기업 입장에서 채용은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영전략이자 인사관리의 첫 관문이다. 무엇보다 채용의 공정성만큼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작은 부패에는 관대하면서 큰 부패에만 관심이 높았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국정농단과 같은 큰 부패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채용 비리와 같은 작은 부패인지도 모른다. 작은 부패가 커지면 큰 부패가 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작은 부패부터 막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작은 부패라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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