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해설] 주도권 쥔 고철업계 “이제는 다르다”…제강사의 오판
[이슈해설] 주도권 쥔 고철업계 “이제는 다르다”…제강사의 오판
  • 김종혁
  • 승인 2021.04.30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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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고철) 업계에는 올해를 기점으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주요 고철 기업 30곳의 영업이익률(아래 표 참고)은 2020년 기준 1%에도 미치지 않았다.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도 10만 원 남기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원인은 모든 가격 결정권을 전기로 제강사들이 쥐고 있었다는 데 있다. 구좌업체(제강사 납품권을 가진 협력사)는 제강사가 정해진 가격으로만 납품해야 하는 처지여서 시장에서 매입한 원가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올해는 양상이 단번에 달라졌다. 가격 주도권이 시장으로 넘어온 것이다. 가격은 바닥에서부터 형성되고, 제강사들은 시장 기대치에 맞춰 구매를 해야할 입장으로 뒤바뀌었다.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고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배경이다. 각국 철강사는 탄소중립을 목표를 두고 고로는 고철 사용량을 확대하고, 전기로 생산 비중은 늘리는 추세로 모두 전환됐다.

이 와중에 중국, 동남아 고철 수입(구매) 규모는 대폭 확대되면서 미국 일본 공급사들은 한국을 후순위에 놓게 됐다. 한국 가격도 해외보다 5만 원에서 클 때는 10만 원 이상 낮다 보니 ‘코리아 패싱’ 현상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강사들은 국내 구매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최대 구매처인 현대제철이 나서 수입량을 줄이고 있는 터여서 제강사간 국내 구매 경쟁은 과열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제강사들의 국내 가격 인하는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고철 가격은 작년 12월에서 올해 1월 초까지 10만 원 이상 뛴 이후 제강사들은 2월 중순까지 4만 원가량을 내렸지만 이후 3월 초까지 보름 만에 5만 원 이상 인상을 실시했다.

제강사들은 3월 중하순까지 인하를 다시 시도했지만 3만 원 인하하는 데 그쳤고, 다시 5만 원가량 더 큰 폭으로 인상을 단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주까지 인하 기회를 노렸으나 1~2만 원 소폭에 그쳤다.

고철 가격이 시장 중심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자급률을 사상 최고치에 이르면서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간 제강업계에서는 자급도 완성되고, 특히 중국의 수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국내 가격 하락을 종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완벽한 오판이 됐다.

중국은 수출은커녕 반대로 한국에 수출 기회를 제공했다. 동남아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곳은 한국 고철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자급도가 완성되지 않는 시점에서 수출 시장이 먼저 열리다 보니 제강사들은 시장의 역공을 받게 됐다. 최근 현대제철이 고철 수입 조직을 축소한다는 소식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5월 상승예측에 확신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

2020년 기준 국내 고철 기업 30곳을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률은 0.8%로 나타났다. 딱 절반인 15곳의 이익률은 1%를 밑돌거나 이 중 절반 이상은 적자(8곳)를 기록했다.

고철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시점이다. 핵심은 이를 확실한 기회로 만들기 위한 고철업계의 노력이다. 한국철강자원협회 임순태 회장은 최근 페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도입, 구좌제도에 대한 문제제기(일본은 복수거래 정착)와 함께 조합설립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철 업계는 공동의 노력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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