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철강 오픈마켓 “봄바람 분다”-‘철강의 쿠팡’ 시대의 도래①
[기획특집] 철강 오픈마켓 “봄바람 분다”-‘철강의 쿠팡’ 시대의 도래①
  • 김종혁
  • 승인 2021.03.16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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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11일.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하면서 전세계 이목을 끌었다. 시가총액은 100조 원에 육박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단번에 한국 2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들은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비유했다. 지리적, 인구밀도 등에서 아마존보다 낫다는 평가도 잇달았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며, 전자상거래(e커머스) 비즈니스 영역에서 최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배송, 물류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스틸트레이드와 스틸맨네트웍스의 스틸맨은 올해 철강 전자상거래의 안착과 확대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쿠팡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사진은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상장을 기념하는 광고. @쿠팡
쿠팡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사진은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상장을 기념하는 광고. @쿠팡

 

산업 소재인 철강은 2016년에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철강 대기업들은 e세일즈, 사이버경매 등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중소기업들도 자체 개발에 나섰다. 이후 전자상거래를 위한 전용 앱 개발이 봇물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오픈마켓이 태동한 것은 2015년 무렵이다. 그 이전부터 철강 오픈마켓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시작됐다. 중국은 바오산강철이 운영하는 구야운상과 민간 성격이 짙은 뱅크스틸, 자오강이 ‘빅3’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픈마켓을 통해 거래되는 비중은 전체 30%로 추정된다. 중국의 조강생산량을 10억 톤으로 가정하면 3억 톤에 이른다.

전 세계 1위인 바오우그룹은 오픈마켓의 확장 면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바오우그룹은 계열사인 오이엘블록체인(Ouyeel Blockchain Finance and Metal Recycling Resources Co Ltd.) 주도로 올해 연간 280만 톤의 철스크랩(고철)을 가공 및 생산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오이엘블록체인은 소재조달, 생산, 판매, 정산 등은 모두 온라인에서 운영한다. 오이엘블록체인은 구야운상의 영문 표기다.
 

등록매물 월 7만 톤 年 60만 톤 이상

스틸맨과 스틸트레이드 홈페이지
스틸맨과 스틸트레이드 홈페이지

한국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스틸맨(대표 이재학)이 사실상 첫 스타트를 끊었다. 2017년 특허청으로부터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총 4개 항목에서 비즈니스 특허를 받았다. 핵심은 ‘주문물량 대형화에 의한 철강제품 주문방식’(2편에서 계속)으로 사실상 오픈마켓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철강 판매 및 구매를 위해 등록한 회원사들은 1000개에 이른다. 스틸맨에 매월 올라오는 물량은 5만 톤, 포스코의 주문외제품을 포함하면 7만 톤에 이른다. 연간 기준 스틸맨 회원사 물량만 60만 톤 규모다. 거래 제품은 열연, 냉연, 후판, 강관 등 다양하다.

국내 주문외제품을 비롯해 정품 유통물량, 수입산 시장까지 고려하면 시장 성숙시 3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 주시보)은 포스코그룹을 기반으로 오픈마켓 시장에 등장했다. 국내 최대 철강그룹 계열사가 진출했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의 관심을 한껏 받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 8월 전자상거래 전용 플랫폼인 ‘스틸포유’에서 2019년 11월 오픈마켓 확장을 노린 ‘스틸트레이드’ 플랫폼으로 전격 전환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8월 스틸맨과 전자상거래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틸맨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매물을 스틸트레이드에 제공하고, 반대로 스틸트레이드는 주문외제품을 중심으로 스틸맨에 매물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오픈마켓서 거래 단계적 증가 '기반조성의 해'

철강업계와 유통시장은 초기 오픈마켓에 대해 관망세로 일관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반세기에 걸쳐 정착된 오프라인 거래문화, 온라인이 대신할 수 없는 대면 영업의 효과, 배송과 물류, 결제에 대한 신뢰의 결여 등 많은 제약 조건이 따랐다.

올해 들어 양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스틸트레이드는 자체 경매 거래가 안착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현대커머셜과 손을 잡고 결제지원 프로그램을 탑재했다.

스틸맨에서는 최근 자체 등록된 매물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장기 체화재고, 주문외제품 등은 일반 시세보다 크게 떨어진다. 최근 거래는 저가(低價)로 구매(스켈프)한 제품을 고가(高價)의 수출 지역에 판매한 경우다.

오픈마켓은 유통은 물론 철강업계 지형을 변화시킬 ‘21세기형 철강 비즈니스’로 읽힌다. 특히 판매점, 대리점, 2차 유통상이 골격을 이루는 시장의 근간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모든 철강 거래의 가격이 공개된 현실에서 갈수록 마진은 줄고, 역마진에서조차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벅차고, 갈수록 판매 경쟁은 심화되고 수요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와 구매자 간 유통 단계를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한다는 게 큰 강점이다. 가격은 자연히 오프라인 거래보다 낮아진다. 철강 품목에 대한 규격 재질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가격은 명확히 공개된다.

철강 거래는 단계적으로, 혹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픈마켓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철강 플랫폼은 중국의 성공적인 안착, 앞서 일반 소비재 전자상거래에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부상한 쿠팡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오픈마켓의 정착은 시장의 신뢰가 확인될 때까지의 시간적 문제라는 평가에 주목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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