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임단협⑭] 무기한 파업 '초읽기'…노조, 장기전 대비 재정 마련

11월 2일 오후 7시 파업 예고…조합원 행동 지침 시행·단계적 확대 방침 노조 기본급 7.1%·격려금 600% 요구…사측 2.5%·일시금 500만 원 제시 특별조합비 징수 검토…포항시장·정치권·지역단체도 노사 타협 촉구

2026-10-30     김도형

포스코의 사상 첫 무기한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포스코 노조는 오는 11월 2일 오후 7시부터 3800명 규모의 파업을 예고하는 한편, 장기전에 대비한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 지역사회에서도 노사 양측에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23일 제28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노사 대표자인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성호 노조위원장이 직접 만나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이 또한 결렬됐다. 이후 본교섭은 재개되지 않은 상태로, 노조는 예정된 파업 수순을 밝아가고 있다.

조끼 착용·돌발 서비스 대응 금지…파업 실행 준비

노조는 조합원 행동 지침을 통해 쟁의행위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7시부터 전 조합원이 노동조합 조끼를 착용하도록 했으며, 특히 사무공간과 운전실을 포함한 구내식당에서는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단, 현장에서는 고온·분진·오염 등 작업환경과 안전 위험요소를 고려하도록 했다.

노조 간부와 대의원, 지도위원,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 등은 조끼 후면에 대자보를 부착하도록 했다. 쟁의대책위원회는 지침을 개별 문자로 통보하고, 이행 여부와 범위를 임의로 해석하지 않도록 했다. 노조는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파업 동참을 강하게 촉구했다.

일부 부서에는 퇴근 이후 돌발 서비스 대응 금지 지침도 내려졌다. 포항은 열연부·선재부·전기강판부·후판부·냉연부·STS압연부·EIC기술부·압연설비부·압연설비2부·설비기술부가 대상이다. 광양은 열연부·냉연부·도금부·전기강판부·EIC기술부·압연설비부·압연설비2부·설비기술부가 포함됐다.

다만 협정근로 대상 핵심 공정과 관련한 일부 인원은 예외로 뒀다. 포항 열연·선재·후판공장 가열로 담당 운전·정비 인원과 광양 후판정비섹션 중 제강 담당자, 양소 EIC기술부 제조인텔리전스섹션 및 선강업무 지원인원이 해당한다. 인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쟁의대책위원회에 즉시 신고하도록 했다.

노조는 무기한 파업 이후 상황에 따라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파업 방식과 대상 부서·인원, 확대 일정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특별조합비 징수 검토…파업 장기전 대비

노조는 파업 참가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고 보상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노조는 간부급을 제외한 파업 참가자에게 임금손실분 전액과 함께 하루 30만 원의 쟁의보상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해당 기금은 조합비를 일정 비율 적립해 마련해 왔다.

현재 쟁의대책위원회 운영위원회는 해당 추가 보상금 지급 유지 여부와 무기한 파업을 고려한 특별조합비 징수 여부 및 금액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검토 중인 방안은 오는 11월 급여일에 조합원 1인당 약 30만 원의 1차 특별조합비를 징수하는 것이다. 기존 보상 재원이 소진되기 직전에는 1인당 약 30만~100만 원 규모의 2차 특별조합비를 추가로 거두는 방안도 제시됐다. 징수 여부와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단, 해당 특별조합비는 규약에 따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회 투표로 거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노조 측은 "조합원 약 3800명의 1일 임금솔실분과 30만 원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파업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함께 견뎌 온 시간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기본급 7.1%·격려금 600% 요구…사측 제시안과 격차

이번 교섭의 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률과 격려금 등 보상 수준이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의 최종 제시안은 기본급 2.5% 인상과 일시금 500만 원 지급이다. 일시금은 목표달성격려금 350만 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 원, 타결축하금 100만 원으로 구성됐다.

명절상여금 개선안도 포함됐다. 사측은 2027년부터 설과 추석에 각각 100만 원과 기본급의 10%를 추가 지급하고, 2028년 이후에는 추가 지급률을 기본급의 15%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비 지원 대상을 배우자와 자녀까지 확대하는 등 복리후생 개선안도 담겼다.

사측은 제시안을 상향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률과 격려금 등 핵심 요구에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수정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 지역사회 중재 움직임…파업 파장 우려

파업이 임박하면서 포항 지역사회에서도 노사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용선 포항시장은 지난 29일 경북도민일보에 게재한 특별기고 '포스코와 포항의 미래, 대화와 상생에서 답을 찾다'에서 포스코의 경쟁력과 지역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사 양측에 대화와 타협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 시민 생활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최병욱 국민의힘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양측에 교섭 타결을 촉구했다. 그는 노동자의 합법적인 파업권을 존중하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동차·조선·가전·건설 등 연관 산업으로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측에도 노조의 양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안과 성실한 교섭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도 10월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노사 양측과 직접 면담하고 지역 경제·사회단체와 공동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가 포스코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물류·운송업계,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조는 사측이 실질적인 수정안을 제시하면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1월 2일 파업 개시 전까지 사측의 추가 제안과 노조의 수용 여부가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 노조는 예정대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