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디지털 문해력, 꼰대로 가는 관문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쓴다고 했다. 연락하고, 정보 검색하고, 온라인 쇼핑하고, 유튜브 본다.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그런데 이건 운전으로 치면 집 주변 길만 다니는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순간 식은땀이 난다. AI 시대라는 말은 입에 붙었는데, 정작 AI에게 안부 인사만 건네 본 정도다.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성인 디지털 문해 능력 조사에서 기기 조작부터 어려운 '수준 1'은 8.2%, 기본 조작은 되지만 일상에 활용하기엔 미흡한 '수준 2'는 17.7%였다. 합치면 25.9%, 네 명 중 한 명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기를 쓰다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도 40.4%나 된다.
숫자 하나 더. 수준 1은 나이 든 세대는 23.3%인데 젊은 세대에서는 0.8%다. 그러니 나이 문제 같아 보인다. 정말일까? 아니라고 본다. 나이가 아니라 멈춤의 문제다. 배우기를 멈춘 순간부터 사람은 늙는다.
스마트폰을 가진 것과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다르다. 통화, 카톡, 사진 등 기본적인 것만 하는 사람은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지 스마트폰을 쓰는 게 아니다. 은행도 관공서도 병원 예약도 이미 앱으로 옮겨 갔다.
이런 앱을 잘 한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그건 어느 정도 스마트폰을 잘 다룬다는 뜻일 뿐이다. 회사 업무는 다르다. 구글 드라이브나 슬랙, 팀즈로 협업을 하지 못하면 동료들은 메일로 파일을 주고받는 나를 기다려야 한다.
비밀번호 하나로 모든 사이트를 돌려쓰고 문자 링크나 첨부 파일을 무심코 누르면 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과 회사가 위험해진다.
AI는 더하다. 챗GPT가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걸 모르고 보고서에 옮기면 그건 개인비서가 아니라 사고뭉치를 쓴 셈이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능력 차이는 크다.
출장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에서 그랩(Grab)을 못 하고 중국에서 알리페이를 못 쓰면 어떻게 되나. 해외에서는 앱이 곧 지갑이고 택시이고 통역사다. 결국, 후배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그때 후배 눈빛이 말한다. '이분은 아직도…’
오늘 디지털 문해력을 한번 자가 진단해 보자. 정보 탐색, 소통과 협업, 콘텐츠 생성, 디지털 안전, AI 활용 이런 영역을 체크해 본다.
정보 검색에서 믿을 만한 출처를 구별할 수 있는가. 여러 사이트나 자료로 교차 확인하고 있는가. 공동 문서나 협업 도구를 잘 다룰 줄 아는가.
스미싱 문자나 피싱 메일을 즉시 식별하고 대처할 수 있는가. AI에게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하여 질문할 수 있는가?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및 차트 생성을 AI로 끝낼 수 있는가.
꼰대는 나이로 되는 게 아니다. '나 때는 말이야'가 입에 붙고, 모르는 걸 모른다 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요즘 애들 거'로 치부하는 순간 된다. 서른 살에도 꼰대가 있고 일흔에도 청춘이 있다. 배우는 사람은 질문이 많고, 안 배우는 사람은 훈계가 많다. 차이는 하나다. 배우느냐, 안 배우느냐.
희망적인 수치도 있다. 디지털 문해력이 약하다고 본 성인 중 62.1%가 배우겠다고 했다. 이유 1위는 '빠른 세상 적응 및 자신감 향상'으로 77.6%였다. 배우면 자신감이 붙는다는 걸 사람들은 이미 안다.
오늘 스스로 한번 체크해 보자. 내 디지털 문해력은 어느 정도인지. AI에게 질문 하나 제대로 던져 보고, 비밀번호 하나 다르게 해 보는 것이다. 작지만 그게 시작이다.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따라가는 사람에게는 늘 손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