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노무 이야기] 고용부, 제조업 불법파견 적발…‘인력업체 활용’ 점검해야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 원칙적 제한…허가업체와 계약해도 안심 못해 ‘2년 미만 괜찮다’는 오해…무허가·비대상 업무도 직접고용 의무 발생 가능 도급·용역 명칭보다 실제 지휘체계 핵심…철강업계 외주인력 운영 점검해야
고용노동부가 산업단지 인력공급업체의 불법파견을 적발하고, 해당 근로자를 사용한 제조업체에 직접고용을 지시하면서 철강업계도 외부 인력 활용방식을 점검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7일 안산 산업단지 인근 인력공급업체 등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인력공급업체 10곳이 제조업체 8곳의 직접 생산공정에 근로자 136명을 불법 파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곳은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인력공급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해당 인력을 사용한 제조업체에는 136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이는 인력을 공급한 업체뿐 아니라 실제로 근로자를 사용한 제조업체에도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강 제조 현장에서도 결원이나 주문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업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정과 파견근로자를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 사용은 원칙적으로 제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통상적인 근로자파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파견사업 허가를 받은 업체와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생산라인에 파견근로자를 자유롭게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겼거나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파견금지 업무인지, 사용기간과 사전협의 요건 등을 충족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시적·간헐적 사유에 따른 파견기간은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이며, 사유가 해소되지 않고 당사자들이 합의한 경우에 한해 3개월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상시적인 인력 부족을 단기 파견계약의 반복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2년 미만이면 괜찮다’는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기업이 흔히 혼동하는 부분은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다.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했을 때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행법은 사용기간 외에도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허용한 예외사유 없이 파견 대상이 아닌 업무에 근로자를 사용하거나,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로부터 근로자를 공급받은 경우에는 2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기간을 짧게 정하거나 근로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적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등록증뿐 아니라 근로자파견사업 허가 여부와 해당 업무가 파견 가능한 업무인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적어도 실제 지휘체계를 봐야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도급’이나 ‘용역’으로 계약했더라도 실제 운영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면 파견법이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본다. 사용기업이 업무수행에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자사 직원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일했는지, 외주업체가 인력 선발과 근무시간 등에 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철강현장에서는 작업배치와 작업방법, 연장근로, 휴가 승인 등을 실제로 누가 결정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외주업체는 근로계약과 급여 지급만 담당하고 현장에서는 사용업체 관리자가 개별 작업자를 직접 지휘한다면 계약서와 실제 운영의 차이가 쟁점이 될 수 있다.
◆ 제철소 판결에서도 업무별로 판단 갈려
그렇다고 제철소 내에서 외주업체 근로자가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불법파견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올해 4월 16일 선고한 판결에서 냉연제품 포장업무 근로자 일부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 작업운영의 재량, 독립적인 조직과 설비 등을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같은 사건의 다른 원고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판단을 유지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담당업무와 실제 지휘체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주인력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 인력 투입 전에 고용방식부터 정해야
기업은 작업자를 확보하는 단계부터 고용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직업소개를 받아 직접 채용할 것인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것인지, 독립적인 업체에 특정 업무를 도급할 것인지에 따라 계약과 운영방식이 달라진다.
이미 외부 인력을 사용하고 있다면 계약서뿐 아니라 실제 작업지시, 근무표 작성, 휴가 승인, 인력 배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독립적인 도급을 운영하려면 수급업체가 자체 조직과 기술을 갖추고 실제로 인사관리와 작업운영 권한을 행사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불법 인력공급업체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제보를 토대로 추가 감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철강업체는 외부 인력을 투입하기 전에 해당 업무의 파견 허용 여부와 실제 지휘체계를 명확히 점검해 불법파견에 따른 법률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