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글로벌 공급과잉·신보호무역주의 속 철강산업 생존법

“많이 만드는 철강의 시대는 끝났다”…‘대체 불가능한 철강’만 살아남는다 글로벌 과잉설비 2028년 7억4500만톤…수요 성장 둔화 속 공급과잉 심화 관세·수입쿼터·원산지·탄소규제까지…철강 무역장벽 ‘다중 복합구조’ 진화 범용재 가격경쟁 탈피…‘Smart & Specialty Steel’ 새로운 생존전략 부상 모빌리티·에너지·AI 인프라·스마트 철강·저탄소 강재 한국 철강의 승부처 소재 중심 R&D에 AI·IoT·센서 융복합…‘2-Track R&D 전략’ 필요

2026-09-29     손영욱

세계 철강산업은 공급과잉 장기화와 수요 성장 둔화,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복합적인 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다. 가격과 생산량 중심의 기존 경쟁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은 한국 철강산업이 ‘Smart & Specialty Steel’을 중심으로 대량생산에서 대체 불가능한 고부가가치 철강 중심으로 경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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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산업이 거대한 구조 전환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한쪽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설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건설·자동차 등 전통적 철강 수요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관세와 수입쿼터, 원산지 규정, 탄소규제까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격과 물량으로 경쟁해 온 철강산업의 기존 성공방정식이 흔들리는 이유다. OECD가 올해 발표한 ‘Steel Outlook 2026’에 따르면 세계 철강 초과설비는 2025년 약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세계 철강 생산능력은 이미 24억4500만톤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 2028년까지 추가로 최대 1억3900만톤의 설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철강협회 역시 2026년 세계 철강수요를 약 17억2400만톤으로 전망하면서 증가율을 0.3%로 제시하고 있다. 2027년에는 2.2%의 회복을 예상하고 있지만, 과거 중국의 고성장이 세계 철강수요를 견인하던 시기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의 시장이다.

결국 문제는 단순하다. 철강은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시장은 과거만큼 빨리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철강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가’보다 ‘경쟁사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철강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공급과잉 7억톤 시대…범용재 시장 ‘가격 전쟁’ 더 거세진다

세계 철강 공급과잉은 일시적인 경기 문제가 아니다. OECD는 세계 철강 초과설비가 2028년 7억4500만톤에 달할 경우 현재 OECD 회원국 전체 철강 생산량보다 약 3억2000만톤이나 많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중국 내수 둔화가 수출 증가로 연결되면서 중국의 철강 수출은 2025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OECD는 중국이 세계 철강 공급능력과 수요 간 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3분기 54%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새로운 설비가 계속 건설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을 중심으로 신규 제철설비 투자가 진행되면서 과잉공급의 중심이 중국 한 나라에서 여러 신흥 생산국으로 분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열연·후판·철근 등 범용재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공급 증가가 다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철강기업들이 기존에 고수해오던 생산량을 늘려 고정비를 낮추는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약 2790만톤의 철강제품을 수출해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권의 철강 수출국 위치에 있다. 한국의 경우 내수시장만으로는 생산설비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출형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관세와 쿼터 변화가 곧바로 국내 생산과 가동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철강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문제가 단순한 국제 철강가격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출할 시장이 줄어드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동시에 ‘범용 철강의 사업모델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와도 연동돼 있다고 할 수 있다.
 

◆ 관세만이 아니다…철강 무역장벽 ‘다중 복합구조’로 진화

과거 보호무역의 대표적 수단이 반덤핑 관세였다면 최근 철강 무역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 즉 탄소중립과 맞물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관세에 수입쿼터가 결합되고, 원산지와 생산지역을 추적하며,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현지 생산과 조달 여부까지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EU는 2026년 7월부터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라는 새로운 철강 수입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연간 무관세 수입쿼터를 1830만톤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를 부과한다. 여기에 철강이 실제 어느 국가에서 용해·주조됐는지를 확인하는 ‘Melt & Pour’ 제도를 도입해 우회수출과 원산지 세탁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EU 무관세 쿼터 역시 종전보다 줄었다. 한국은 새 제도에서 약 207만톤의 국가별 쿼터를 배정받아 기존 약 258만톤보다 약 20% 감소했다.

별도의 공동쿼터 이용 가능성이 있어 실제 영향은 품목과 쿼터 소진 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장 접근조건 자체가 과거보다 복잡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U의 정책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는 철강·금속 행동계획에서 수입규제뿐 아니라 CBAM, 저탄소 제품 조달, 재활용 확대, 에너지비용 지원과 저탄소 생산기술 투자를 하나의 산업정책 틀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Section 232) 관세체계를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2025년에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높였고, 이후 국가·품목별 협상을 통해 일부 조건을 조정하는 등 수출시장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한국 철강기업이 넘어야 할 장벽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아니다. 가격·관세·쿼터·원산지·탄소라는 다섯 개의 관문을 동시에 통과해야 세계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생존전략 ‘Smart & Specialty Steel’

이 같은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주목해야 할 개념이 ‘Smart & Specialty Steel’이다.

여기서 스페셜티 스틸은 단순히 비싼 특수강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강도·초경량·내식·내열·내압·전기적 특성 등 고객이 요구하는 특정 기능에 최적화돼 일반재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철강을 의미한다.

스마트 스틸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철강제품에 센서와 데이터, AI, 디지털 트윈, 제품이력 정보 등을 결합해 철강을 단순한 소재에서 ‘정보를 가진 산업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즉, 스마트 & 스페셜티 스틸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톤당 가격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얻는 성능과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회사에는 더 얇고 강한 차체강판을 제공하고, 전기차에는 전력손실을 줄이는 전기강판을 공급한다. 에너지기업에는 고온·고압·극저온 환경을 견디는 강관과 후판을 제공하고, 해상풍력에는 장기 피로수명과 부식저항성을 보장하는 소재를 공급한다. 데이터센터와 초고효율 전력기기에는 고효율 전기강판이 필요하고 LNG·수소·CCUS 산업에는 기존 석유·가스용 강재와 다른 새로운 소재가 요구된다.

이와 같은 시장에서는 철강 가격이 전체 프로젝트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철강의 성능이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과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그러므로 가격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이유다.
 

◆ 전기차 시대, 철강도 ‘에너지 효율’을 판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강판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철강회사의 경쟁영역이 자동차 차체에서 구동모터로 확대되고 있다. 모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손을 줄일 수 있는 얇고 고성능인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필요하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Hyper NO’가 대표적이다. GM의 전기차 등에 적용된 이 제품은 모터의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핵심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포스코는 전기강판뿐 아니라 모터코어 생산까지 가치사슬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철강 비즈니스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자동차 회사가 요구한 규격의 강판을 공급했다면 앞으로는 철강회사가 자동차의 경량화, 주행거리, 모터효율, 충돌안전성까지 함께 설계하는 ‘솔루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고장력강·기가스틸·전기강판·배터리 케이스 소재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이 다른 공급업체로 쉽게 전환하기 어려워진다. 가격보다 기술과 인증이 만들어내는 ‘고객 Lock-in’ 효과인 것이다.
 

◆ 철강에 센서를 심는다…‘말하는 철강’ 시대

스마트 스틸의 또 다른 방향은 철강제품 자체가 상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ArcelorMittal이 공개한 ‘SmartSheetPile’은 강재 구조물에 센서와 데이터 분석, 디지털 트윈, AI를 결합, 구조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조기에 경고하는 솔루션이다.

이러한 기술은 교량, 항만, 해상풍력 구조물, 송유관·가스관, 원전, 플랜트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강관 내부 또는 외부에 광섬유센서나 MEMS 센서를 결합하면 압력·온도·진동·변형·부식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센서 : 반도체 제조공정을 이용해 실리콘 칩 위에 초소형 기계 구조물과 전자회로를 함께 구현한 고성능·소형 센서.)

이러한 스마트 스틸 제품은 철강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단순 판매 형태에서 벗어나 구조물의 수명주기 동안 상태진단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철강의 제품가치가 단순히 톤당 가격에서 벗어나 ‘Lifecycle Value’로 이동하는 것이다.
 

◆ AI는 공장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고급강 제조기술’

스마트화는 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셜티 스틸을 경쟁력 있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 자체가 스마트해져야 한다.

고급강은 일반재에 비해 성분·온도·압연·냉각 조건의 허용오차가 훨씬 작고 까다롭다. 수천 개의 조업변수를 사람의 경험만으로는 최적화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AI와 디지털 트윈은 고급강 생산에서 품질 편차를 줄이고 불량률을 낮추는 핵심 제조기술이 된다.

포스코는 AI를 활용해 제강공정의 온도와 성분을 예측·제어하고 있으며 디지털 트윈과 자동제어를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확대하고 있다.

전로공정의 AI 모델에서는 온도와 성분 예측 정확도를 97% 수준까지 높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일본제철 역시 철강 물류와 생산과정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등 철강 제조 전반의 DX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철강산업의 AI 경쟁은 단순한 인건비 절감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철강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품질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향후 한국 철강의 승부처…‘대량생산’에서 ‘대체불가능성’으로

한국 철강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관리 능력을 확보했지만 앞으로는 그 강점을 더욱 좁고 깊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다음과 같은 용도와 수요처에 특화된 철강제품 개발에 기술력을 집중해야 한다.

첫 번째는 모빌리티 소재다. - 초고장력강·기가스틸·전기강판·배터리 케이스·경량 구조재를 자동차회사와 공동 개발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용 스페셜티 강재다. - 고압·고온·저온·수소취성·부식 환경을 견디는 OCTG, Line Pipe, LNG용 강재, 수소용 강관, CCUS용 강관, 해상풍력용 후판과 특수강은 범용재보다 높은 인증과 기술 장벽을 갖는다.

세 번째는 전력·AI 인프라용 소재다. -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대, 변압기와 전동기 수요 증가는 전기강판과 고효율 전력용 철강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는 스마트 인프라용 철강이다. - 교량·항만·해상풍력·플랜트·파이프라인에 센서와 철강을 융합해 구조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장이다.

다섯 번째는 저탄소 프리미엄 철강이다. - CBAM을 비롯한 탄소규제가 확대될수록 제품가격뿐 아니라 ‘이 철강을 생산하면서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가’가 구매조건이 된다.

따라서 EAF, 수소환원제철 같은 생산기술뿐 아니라 제품별 탄소발자국과 원재료 이력을 추적하는 데이터 시스템까지 앞으로는 경쟁력이 된다.
 

◆ 철강사는 소재기업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바뀌어야

스마트·스페셜티 전략이 성공하려면 조직과 영업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 철강회사의 기본 사업모델은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생산한 뒤 판매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순서가 반대가 될 수 있다. 자동차·조선·에너지·원전·해상풍력 기업의 미래 프로젝트에 먼저 참여해 고객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고, 그 문제에 필요한 새로운 철강을 공동 개발해야 한다.

강재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가공, 용접기술, 성형기술, 구조해석, 수명예측, 센서, 데이터 분석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철강회사와 고객의 관계도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공동 개발 파트너’로 변화한다.

특히 Specialty Steel에서는 기술인증과 트랙 레코드가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원전·항공·방산·해상풍력 분야는 한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제품 교체에 상당한 검증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철강기업이 글로벌 프로젝트 개발단계부터 EPC업체, 에너지기업, 자동차회사와 공동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 “수출”만으로는 부족하다…현지 생산·가공·서비스 네트워크 구축해야

보호무역 시대에는 생산거점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완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관세와 쿼터 리스크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핵심 고급 소재는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해외에서는 고객 인근의 가공센터, 모터코어, 강관 후처리, 서비스센터, 슬리팅·블랭킹 등 Downstream 거점을 확대하는 이중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지 고객과의 개발속도를 높이고 공급망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즉 앞으로 철강기업의 글로벌화는 ‘단순히 철강 수출량 확대’보다 ‘어느 지역의 어떤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가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 탄소·AI·소재기술의 융복합…철강산업의 새로운 진입장벽

스마트·스페셜티 스틸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세 가지 기술 장벽을 동시에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소재 장벽’​이다. - 합금설계, 조직제어, 압연·열처리 기술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후발기업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렵다.

두 번째는 ‘데이터 장벽’​이다. -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조업데이터와 품질데이터에 AI를 결합하면 같은 설비를 보유하더라도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세 번째는 ‘인증 장벽’​이다. - 자동차·에너지·원전·항공 분야는 고객 인증과 장기간의 성능검증이 필요하다.

결국 Material + AI + Data + Certification의 결합이 향후 철강산업에서 기술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 네 가지가 결합될수록 중국 등 후발 철강사의 저가공세가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철강의 미래는 ‘톤’이 아니라 ‘기능’에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철강산업을 지배한 핵심 지표는 ‘생산량’이었다. 몇 천만톤의 조강생산능력을 보유했는지, 고로를 몇 기 가지고 있는지가 기업의 위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공급과잉이 구조화된 시장에서는 생산능력 자체가 경쟁우위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대규모 생산설비는 시장이 악화될 경우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달라진다.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만 만들 수 있는 철강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범용 열연 100만톤을 추가 판매하기 위해 가격경쟁을 벌이는 기업과 전기차 모터 효율을 높이는 전기강판이나 수소환경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강관,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구조재를 판매하는 기업의 경쟁방식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결국 원가경쟁으로 수렴하지만 후자는 기술과 고객가치를 둘러싼 경쟁이 된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신보호무역주의가 동시에 밀려오는 지금, 한국 철강산업이 가야 할 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철강산업의 향후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철강을 만드는가’가 아니다. ‘누가 더 대체하기 어려운 철강을 만드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의 미래 모습은 ‘범용재를 가장 싸게 만드는 철강산업에서, 세계가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철강을 만드는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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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 철강기업들이 공급과잉 7억톤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Smart & Specialty Steel’이 있다. 이는 곧 ‘기술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경쟁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및 제품개발을 위한 R&D 전략의 개념도 기존에 진행해오던 ‘소재 중심의 제품개발 R&D 전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AI, IoT 센서, 코팅기술 등과의 융·복합 기술을 이용해 기능성 제품, 스마트 제품, 스페셜티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융·복합 기술에 의한 제품개발 R&D 전략’을 추가한 ‘2-Track R&D 개발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2-Track R&D 개발방식이 향후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에 필요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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