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남의 생각만 퍼나르는 사람

2026-09-17     김진혁
김진혁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누구나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정보가 많아질수록 정작 자신의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남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그대로 옮기고, 남의 의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며, 유행하는 말들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하루를 채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남의 생각만 퍼 나르는 사람에게 세상은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라지는 '나’

과거에는 정보 자체가 귀했다. 책 한 권, 신문 한 장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정보를 아는 것 자체가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입력하면 수만 건의 자료가 쏟아진다. 이제 정보를 '아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정보를 소비하는 데만 머물러 있다. 정작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남이 내린 결론을 자신의 결론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사고

자기만의 철학적 사고를 갖기 위한 출발점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에게 관대해지거나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와 생각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도 하찮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남의 말이 더 그럴듯해 보이고, 남의 판단에 쉽게 기대게 된다. 반대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관찰, 느낌을 소중히 여긴다. 비록 그것이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사유한 결과물에 의미를 둔다. 이러한 태도가 쌓이면 비로소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철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왜 그런가", "정말 그러한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철학적 사고의 시작이다.

■ 지식을 의심하는 용기

자기만의 철학을 갖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식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이다. 우리가 배우고 접하는 지식은 결코 완결된 진리가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 시대의 절대적 진리라 여겨졌던 것들이 훗날 뒤집힌 사례는 수없이 많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었고, 한때 의학적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치료법이 훗날 위험한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지식은 늘 잠정적이며, 새로운 근거와 통찰 앞에서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한번 습득한 지식을 마치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붙들고 산다. 권위 있는 사람이 말했다는 이유로, 다수가 그렇게 믿는다는 이유로 검증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진정으로 성장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는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이것이 정말 맞는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를 되묻는다. 이러한 의심은 냉소나 불신과는 다르다. 오히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한 건설적인 태도이며, 지적 성장의 원동력이다. 의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기존의 틀을 넘어설 수 있다.

■ 질문하는 습관이 만드는 차이

주변을 돌아보면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뉴스를 접해도 사람마다 얻어가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강의 내용을 곱씹으며 "강사는 왜 그렇게 주장했을까?", "내가 겪은 현실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되짚어 본다.

이 작은 차이가 시간이 쌓이면 엄청난 격차로 벌어진다. 질문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같은 정보에서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맥락과 의미를 길어 올린다.

■ 실천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다

물론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훌륭한 철학적 사유를 한다 해도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공허한 말장난에 그치고 만다.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스스로 사유하고 의심하며 얻은 통찰은 반드시 일상의 선택과 행동으로 옮겨져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작은 결정 하나에서부터 "이것은 남이 정해준 답인가, 아니면 내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에 접하는 뉴스 기사 하나를 읽더라도 곧바로 믿고 넘어가지 않고 다른 시각의 기사를 함께 찾아보는 것, 회의 자리에서 다수의 의견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이라도 정리해 말해보는 것, 책을 읽은 뒤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보다 "나라면 다르게 볼 수 있는 지점은 없을까"를 메모해 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여 비로소 자기만의 사고 체계가 단단해진다.

세상은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보다, 그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남이 만든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사람은 결국 그 자리에 머무를 뿐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나아가 국경을 넘어서는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남에게서 빌려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늘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그 문제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남이 내려준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만들어가는 힘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만의 철학을 세우고, 그 철학조차도 끊임없이 의심하며 갱신해 나가는 사람.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이제는 묻고 의심하며, 나만의 답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