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외국인 노동자의 두 얼굴

2026-09-08     남영준
남영준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궁금하다. 저 안전모 쓴 반장님, 어느 나라 말을 쓸까. 예전 같으면 당연히 한국말이겠지만, 요즘은 조선족 말투이거나 아예 중앙아시아 억양일 때가 많다.

현재 국내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선에 육박하며, 골조·형틀·철근·토공 등 소위 3D 업종은 70%를 넘는다고 한다.

놀랄 일도 아니다. 합법과 불법을 다 합쳐 이 땅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에 이르니, 어느 골목을 가도 마주치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이 숫자 앞에서 먼저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고마움이고, 하나는 걱정이다. 순서를 따지자면 고마움이 먼저다. 요양병원에서 밤새 어르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도, 새벽부터 밭에서 고추를 따는 것도 이제 이들의 손이다.

한국인들이 가지 않는 자리를 이들이 채워주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밥상도, 부모님이 누워 계신 요양병원도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고마움 뒤에는 불안이 따른다. 왜일까.

그 이유는 “준비 없이 맞이했다”는 것 아닐까. 대기업은 아직 발을 살짝 담근 정도지만, 협력업체와 하청은 이미 외국인 없이 라인을 못 돌린다. 그동안 선배들이 쌓아 올린 노하우가 국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해외로 유출되거나 외국인 중심으로 고착화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건설 현장은 한발 더 나아가 반장 자리까지 외국인 차지가 됐다. 10년 이상 현장 밥을 먹으며 기술을 익힌 사람이 그들로 팀을 꾸리고 이끄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누구의 설계도 없이, 그저 일손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흘러왔다는 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조선족은 한국말이 되니 병원의 간병인 자리를 채웠다. 환자 케어는 말로 이루어지는 고강도 감정 노동이다. 요즈음 그 세계에서는 한국인들이 오히려 왕따 당한다고 한다.

베트남과 필리핀인은 공단과 논밭에서 일손을 보태고, 인도네시아는 바다를 낀 나라에서 자라 어선과 양식장 일에 스스럼없이 오르고 있다.

몽골 청년들은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하고, 체격이 좋으며 눈치가 빨라 이삿짐센터는 그들이 주력이다. 그들의 말은 조상이 유목민이라 이사 다니는 게 체질에 맞다고 한다. 저마다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그저 ‘값싼 일손’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면, 이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삶의 무게를 놓치게 된다.

옆 나라를 보면 이들에 대한 태도가 사뭇 다르다. 미국은 범죄와 마약을 이유로 불법 이민자를 몰아붙이고 있고, 일본은 새로 들어오는 문은 좁히면서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을 촘촘히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은 최근 외국인 소상공인의 자본금 요건을 500만 엔에서 3,000만 엔으로 올려서, 그동안 한국 식당을 해오던 사람들이 짐을 싸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어느 쪽에 가까울까. 잘 모르겠지만, 단속은 단속대로, 관리는 관리대로 허술한 채, 그저 숫자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문을 걸어 잠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이들이 없이는 농촌도, 공장도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우리는 이들과 얼마나 함께 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안전한 관리 체계는 갖췄는가. 범죄와 부작용은?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숫자만 늘려온 세월이 꽤 됐다.

나라 살림이라는 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누구를 들일지, 어떻게 함께 살지를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