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 AI 전력난, 해법은 바다?…부유식 데이터센터 '주목'

AI 확산에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새 병목…육상 전력망 한계 부각 발전설비 서버 함께 싣고 해수 냉각 활용…냉각 문제 해결 가능성 조선 철강 에너지 인프라 결합 신산업 기대…광양 등 활용도 주목

2026-08-28     김도형
삼성중공업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확보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육상 전력망과 부지 확보 제약을 우회할 대안으로 부유식 데이터센터(FDC)가 주목받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포스코경영연구원 허재용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전력과 부지, 냉각 문제를 동시에 심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해상 공간을 활용한 FDC가 새로운 AI 인프라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만큼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확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계통 연결을 위한 인허가와 부지 확보도 주요 걸림돌이다.

허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은 결국 전력 인프라 확보 문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전력망 증설과 부지 확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기존과 다른 데이터센터 입지와 전력 공급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지 문제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수용하려면 넓은 산업용지가 필요하다. 전력과 통신 등 관련 인프라도 함께 갖춰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기존 전력망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FDC는 이 같은 문제를 해상에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바지선이나 부유식 구조물에 데이터센터와 발전설비를 함께 구축한다. 현장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기존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육상에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항만이나 발전소, LNG 터미널 등 기존 에너지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전력과 연료를 기존 인프라를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FDC의 가장 큰 특징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생산을 하나의 공간에서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육상에서 발생하는 전력계통과 부지 문제를 해상 공간을 통해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냉각 문제 역시 FDC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지속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FDC는 해수를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 LNG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허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가 고집적화될수록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와 설비도 커진다”며 “해수나 LNG 냉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상 데이터센터는 냉각 효율 측면에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해상 데이터센터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바지선 형태의 데이터센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5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개념설계에 대한 인증을 확보했다.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설계·제작 역량을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접목한 사례다.

향후에는 FDC의 대형화와 경제성 확보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실증을 넘어 상업용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규모와 운영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해상 환경에서 서버와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연료 공급과 유지·보수 체계도 갖춰야 한다. 통신망 구축과 환경·안전 관련 인허가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허 연구원은 “FDC가 당장 육상 데이터센터를 대체하는 형태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성과 경제성을 검증하면서 특정 입지와 용도에서 활용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FDC가 조선업계만의 새로운 시장으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과 LNG, 항만, 통신, 냉각 인프라가 결합하기 때문이다. 해상 구조물과 각종 설비에 필요한 철강재 수요도 기대된다.

허 연구원은 “FDC는 조선·에너지 산업과 AI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기존 산업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광양

기존 산업 인프라 집적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도 있다. 항만과 발전설비, LNG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FDC 구축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활용하기 유리하다. 철강 산업까지 집적돼 있다면 관련 구조물과 기자재 공급망을 연계하기도 쉽다.

이런 측면에서 광양 등 기존 산업 거점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항만과 철강을 비롯한 산업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와 연결하면 신규 시설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허 연구원은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뿐 아니라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FDC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FDC의 경쟁력은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띄우는 데 있지 않다. 전력과 부지, 냉각이라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핵심 제약을 해상 공간과 기존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풀어내는 데 있다. 향후 기술성과 경제성이 검증될 경우 FDC가 AI 시대의 새로운 데이터센터 인프라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