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AI 데이터센터 건설붐, 철강 수요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의 고도화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 확산에 따라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세계적 특수로 부상하고 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기존의 단순 연산용 데이터센터나 일반 상업용 건축물과 비교하여 고밀도 전력 배치, 초고하중 컴퓨팅 설비, 고강도 유체 냉각 시스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투입되는 철강재의 사양 역시 단순 구조재 수준을 넘어 고기능성·고강도 특수 강재로 고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철강수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고밀도 연산 장비를 집약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전통적인 상업용 건축물과는 차별화된 물리적·구조적 하중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즉, 고성능 서버 랙 및 이에 수반되는 유체 기반 냉각 설비는 단위 면적당 2,000파운드(제곱미터당 약 9.6kPa 또는 약 1,000kg)를 초과하는 하중을 건물 바닥에 가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거대한 정적 하중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진동에 견딜 수 있는 구조용 철강재의 대량 투입을 요구하게 된다. 또한 미션 크리티컬(Mission-Critical) 시설로서 99.99% 이상의 운용 가동률을 보장해야 하므로, 내진 성능이 검증된 항복강도 50,000psi(약 345MPa) 이상의 고연성·고강도 구조용 강재 채택이 표준화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구동 환경 변화가 하부 인프라 영역으로 철강 수요를 확장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설당 30 내지 50 메가와트(MW) 이상의 대용량 전력이 인입됨에 따라 전력 변전 인프라, 비상 발전 설비, 냉각수 수송 배관망 및 대형 저장 탱크 구축을 위한 이차적인 철강 소비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의 철강 수요는 건축물의 외형 골조에 국한되지 않고 전력 및 열관리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특징을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단지 및 내부 공간에 투입되는 철강재는 크게 건물 골조(Core & Shell), 외장 및 방호(Cladding & Enclosures), 전력 및 냉각 인프라(Power & Thermal Systems),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 구조물 등 4가지 핵심 영역으로 구분된다.
건물골조와 관련해서는 데이터센터의 하중을 지지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골조 부문에는 초고하중을 버티는 구조용 형강과 콘크리트 보강용 철근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외장 및 방호와 관련해서는 외부 환경 기후 변화로부터 전산 장비를 보호하고 정밀한 단열을 유지하기 위해 고성능 표면처리 강판이 투입된다.
전력 및 냉각 인프라 시스템에는 AI 서버의 막대한 발열 제어와 전력 제어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 강재 부문은 철강재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끄는 핵심 영역이다. 전력 변전 단계의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 변압기 내부에는 핵심 소재로서 방향성 전기강판(Grain-Oriented Electrical Steel, GOES)이 필수적으로 투입되어 전력 손실(철심 손실)을 최소화한다. 열관리 부문에서는 수랭식 냉각 배관망, 비상 스프링클러 배관, 케이블 매설용 전선관(Conduit)에 배관용 강관이 사용되며, 대용량 냉각수 저장 탱크 및 비상 발전기 베이스 프레임 단강 구조체에는 고두께 중후판(Heavy Plates)이 사용된다.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가 배치되는 화이트 스페이스 내부에는 고밀도 하중 지지와 정밀 기류 제어를 위한 강철 구조체가 시공된다. 고하중 고밀도 서버 랙(Server Racks) 및 캐비닛 프레임은 변형을 방지할 수 있는 정밀 가공 강재로 제작된다. 또한 냉·온열 기류의 섞임을 방지하여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류 제어 구조물(Airflow Containment)과 방대한 양의 광케이블 및 전력선을 천장과 바닥 하부로 통합 지원하는 강철 케이블 트레이(Cable Pathways)가 내부 철강 인프라를 형성한다.
데이터센터 직접 시공 시 소비되는 철강재는 시설 용량 1MW당 최소 27톤에서 최대 67톤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적인 국내 외형 공사 기준으로는 MW당 약 27톤의 강재가 직접 필요하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고밀도 AI 하이퍼스케일 시설의 경우 고하중 구조 보강과 서포트 체계 확충으로 인해 MW당 소요량이 약 67톤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1단계 발전 용량이 800MW 규모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단지 건설 시, 1단계 상부 및 전력 인프라 공사에만 약 3만2,000톤 이상의 구조용 강재가 확정 투입되는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가동을 지원하는 전력 인프라 건설이 철강 유발 수요를 추가적으로 창출한다. 전력망 연계를 위해 신규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 시설은 메가와트(MW)당 약 35~47톤의 철강재를 소비하며, 풍력 발전 시설은 메가와트(MW)당 115~180톤의 구조용 후판 및 타워 강재를 투입하게 된다. 이는 데이터센터 시설 자체의 직접 소비량을 상회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대규모 철강 수요가 에너지 공급망 측면에서 연쇄적으로 유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 특수는 장기 건설 경기 침체를 겪은 글로벌 철강 업계에 고부가가치 신규 수요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철강 기업들은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맞춤형 패키지 공급 체계를 신속히 구축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산은 전통적인 상업용 건설 강재 중심의 시장을 고강도, 고내진, 고단열, 특수 전자기적 특성을 갖춘 고부가가치 강재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어 향후 철강 기업의 경쟁력은 범용 강재의 단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하중·내진 요구에 부합하는 고급 구조재 개발, GOES와 같은 핵심 전력 기기용 특수 강재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그리고 전기로(EAF) 기술을 활용한 저탄소 강재 공급 능력 확보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